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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1 카프카즈&터키[完]

[아제르바이잔] 04. 7/8 바쿠 가는 길 (1)

by 히티틀러 2012.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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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아침 6시 무렵.

살았구나!

지쳐서 기절하듯 잠이 들었는데, 땀을 많이 흘렸는지 온 몸에 기운이 없었어요.
저보다 더위에 강한 M씨도 땀을 많이 흘려 목걸이 지갑 속에 넣어둔 달러가 젖었다고 했어요.


버스에서 나와 바깥의 선선한 새벽 공기를 쐬자 비로소 살 거 같았어요.
저기 들어오는 버스는 야간 버스가 아니라 국경을 넘기 위해 밤새 기다리다가 이제야 들어온 버스예요.
아제르바이잔 국경은 차량으로 통과하기가 엄청 힘드니까 기차로 넘어야한다는 이야기는 사실이었어요.
그루지아에서는 사람들은 다 일처리가 끝났는데 아제르바이잔 국경에서 버스를 통과시켜주지 않아 국경에서 버스 오기만을 기다리며 죽치고 있었고, 아제르바이잔 국경에서는 그루지아로 넘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화물트럭들의 행렬이 명절 도로교통방송 저리가라였어요.
일부 트럭 기사들은 정처없는 기다림에 지쳐 쪽잠을 청하기도 했어요.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인지 꽤 이른 시간에도 차와 커피를 파는 아주머니가 나와있었어요.
우리 둘 다 전날 비행기 기내식 이후 아무 것도 못 먹었는데, 아침을 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알 수 없었어요.
각설탕을 듬뿍 넣은 뜨거운 차이를 후후 불어가며 한 잔씩 마시면서 빈 속을 달랬어요.


6시 반. 버스가 출발했어요. 이제 드디어 바쿠에 가요.


오늘의 태양이 뜨고 있어요.

 



시골마을의 평화로운 하루가 시작이 되었어요.
저 소들은 자연방목해서 키운 그야말로 비싼 유기농소!
호주, 뉴질랜드 소가 부럽지 않아요.


도로에 아스팔트도 깔려있고, 보도블록도 있는 것으로 봐서 여기는 나름 도회지인 듯.
그래도 집들은 리모델링이 시급해보일 정도로 낡아보였어요.



두 시간 남짓 갔을까? 버스가 갑자기 멈추어 섰어요.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이 별 말 없이 기다리는 것으로 봐서는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서 왜, 얼마나 정차를 하는지 이야기도 안 해주고 그냥 길에 서서 기다렸어요.
기다리는 동안 에어컨은 꺼놔서 버스 안은 점점 후덥지근해지는데, 떠날 기미는 안 보이고...
생각 같아서는 나가서 바깥 공기도 쐬고 저 음료수라도 한 잔 사먹고 싶었는데, 언제 떠날지를 모르니 얌전히 자리를 지키는 수 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이 우루루루 탔어요. 그리고 출발.

국경에서 버스 탄 사람은 우리 둘 뿐.
그것으로는 수익이 안 나니까 우리처럼 국경 넘어오는 사람들도 태우고, 바쿠까지 가는 길까지 도시들을 들러서 사람들을 태우는 것이었어요.
그럴 땐 그냥 느긋하게 기다려야 해요. 어차피 바쿠는 도착하겠죠.
사실 조급해한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다가 이런 개발도상국에서는 시간 칼 같이 맞출거라는 기대 자체를 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서는 곳들이 가이드북 지도에 나올만큼 꽤 규모있는 도시였음에도 불구하고 터미널이 아니라 정거장 표시조차 제대로 없는 길가에서 사람들을 태운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는 했으나, 터키와 발칸을 여행하면서도 그런 건 종종 봤으니까요.
다만 정차를 할 때마다 에어컨을 꺼서 버스가 가면 갈수록 찜통이 된다는 사실이 좀 짜증났어요.



솀키르에 도착했어요. 이 때 시각은 9시 20분.



바쿠에 이은 아제르바이잔 제 2의 도시 겐제에 왔어요. 이 때가 10시.
저 사진의 수염 북실북실 아저씨는 아제르바이잔의 대표적인 문학가인 니자미 겐제비예요.
아제르바이잔은 역사적, 문화적으로 페르시아와 가까웠는데, 페르시아에서는 고항이나 출신 도시에 '-이'라는 어미를 붙여요.
한마디로 겐제 출신 니자미 씨.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로 니자미 겐제비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 번도 겐제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해요.

겐제는 원래 반드시 들리려고 했던 도시였지만, 나흐치반을 일정에 넣으면서 어쩔 수 없이 빼야했어요.
이렇게 들리게 된 거 버스가 겐제의 유명한 장소는 다 들려서 멀리서라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진짜라고 하기엔 너무 새것 티가 팍팍 나는 성벽도 지났고...


아파트 앞도 지나갔어요.
여기는 확실히 큰 도시라서 그런지 이제껏 지나가면서 본 아파트들보다 건물 외벽도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었어요.


니자미 겐제비의 영묘래요.
가이드북에 보면 저 비행 셔틀 모양의 외곽에 니자미 겐제비와 관련한 내용들이 조각되어 있다고 했으나 멀리서는 보이지가 않았어요.

겐제의 가장 대표적인 유물은 쥐메 모스크예요.
겐제 지역 이슬람의 중심지로 종교가 억압받던 소련 시절 아제르바이잔 무슬림들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중요한 장소.
그러나 쥐메 모스크는 시내 중심가에 있는데, 타고 가는 버스는 외곽으로 빠져버려서 가장 중요한 쥐메 모스크를 보지는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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