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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시간이 짧아서 그런지 이륙하자마자 또 기내식이 나왔어요.
기대도 안 했는데 뭘 이렇게 잘 줘.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만족스러운 기내식이었어요.
식사를 마치고 나니 그루지아 상공에 와 있었어요.
악명 높은 소련식 아파트를 보자 비로소 소련의 영토에 들어섰다는 사실이 실감이 났어요.
얼핏 보니 초등학교 시절 학교 시절 납땜하던 키트 같았어요.
그리고 참 산이 많았어요.
저는 강원도 출신이라 산을 보면 익숙하고 마음이 편안해져요.
일단 상공에서 본 그루지아의 첫 인상은 '참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나라구나' 였어요.
트빌리시 공항 도착.
국제 공항이지만 공항의 크기가 정말 작았어요.
M씨는 제주공항보다도 훨씬 작은 것 같다고 했어요. 그래도 그루지아에서는 가장 큰 공항.
입국 수속을 밟는데 입출국 관리소 언니가 소련 사람 특유의 무뚝뚝한 얼굴과 짜증 섞인 목소리로 자꾸 무언가로 똑바로 보라고 했어요.
자세히 보니 직원 뒤쪽으로 카메라가 달려있었어요.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여권 상의 얼굴과 대조하는 듯했어요.
그 언니는 끝까지 여권의 추가 기재란에 입국 도장을 찍어서 짜증이 났어요.
어쨌거나 그루지아 도착!!!!!!
트빌리시 국제 공항.
영어 밑에 자국어로 트빌리시 국제공항이라고 적혀있었어요.
그루지아 글자는 동글동글해서 너무 귀여웠어요.
공항을 벗어나자 마자 확 몰려드는 찌는 듯한 더위와 택시 기사.
우리의 계획은 바로 기차역에 가서 트빌리시-바쿠행 기차를 타고 아제르바이잔으로 넘어가는 것.
가이드북을 통해 37번 버스가 기차역까지 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그러나 문제는 어디서 버스를 타야하는지 몰랐어요
왠 낡은 버스가 한 대 있기는 하지만 37번은 아니었어요.
정류장 표시도 없고,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대화가 통하지 않았어요.
"37번 버스를 어디서 타나요?"
"야 니 즈나유 앙글리스끼 이직. 루스끼! 루스끼! (영어 몰라요. 러시아어로 물어봐!)"
이 상황의 반복.
영어가 정말 안 통하기로 악명이 높다는 게 실감이 갔어요.
"아브토부스, 바그잘....?"
우리 말로 하면 "버스, 기차역?". 그래도 다행히 알아는 들었어요.
아까 그 공항 앞에 서 있던 낡은 버스였어요.
중고 버스를 재활용 한 건지 옆에는 이상한 번호였는데, 앞에 37번이라고 적혀있었어요.
일단 버스에 올라탔어요.
자리도 별로 없어서 맨 뒷자리에서 캐리어를 부여잡고 탔어요.
버스는 그야말로 찜통.
안 그래도 더운 날씨에 사람들은 다닥다닥 붙어있고, 에어컨 따위는 없었어요.
낡아빠진 의자에서는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먼지가 풀풀 올라왔어요.
버스표 끊는 기계.
그래도 나름 터치스크린이었어요.
어떻게 하는지 몰라 쩔쩔 매자 옆에 앉은 아저씨가 두 사람 표 끊는 것을 도와줬어요.
표는 1사람 당 0.5라리 (350원 정도).
돈을 넣으면 표가 인쇄되어 나오는데 꼭 가지고 있어야해요.
중간에 무작위로 노란 티셔츠 입은 아저씨들이 표검사하거든요.
버스는 열심히 트빌리시 시내를 달렸어요.
앞에 앉아있던 젊은 남자는 우리가 열심히 창밖을 찍고 있으니까 신기했는지 이것도 찍고 저것도 찍으라면서 막 손가락으로 가리켰어요.
외곽은 이렇게 낡은 집이며 건물들이 수두룩했지만...
시내는 생각보다 아름답고 깨끗해보였어요.
타고 있는 버스만 제외한다면 사람들도 백인, 건물도 서양식.. 마치 유럽에 왔다고 해도 될 정도였어요.
그러나 바깥 풍경만 넋놓고 보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우리나라 버스처럼 정류장 방송이 나오지 않아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했어요.
에어컨도 안 달린 차에 그런 고급장비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지요.
정류장도 정해져있는게 아니라 사람이 없으면 그냥 지나가고, 버스 다니는 노선에서 승객이 내려달라고 하면 적당히 내려주는 시스템 같았어요.
갑자기 사람들이 많이 내려서 어리둥절 하고 있자, 아까 사진찍으라고 가르쳐줬던 사람이 기차역에 도착했다고 알려주었어요.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고 내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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