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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잠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저녁이 되어 있었어요.



호텔에서 본 광경.

이거 낮 아니예요. 저녁 때에요.

아제르바이잔은 해가 늦게 지는지 8시 넘도록 저렇게 밝아요,


"아야!"


그루지아에서 아제르바이잔 넘어올 때 생긴 상처가 덧났는지 다리가 벌겋게 부어오르고, 수포가 생겼어요.

상처에 무언가 닿을 때마다 아파서 며칠간 옆으로 눕지도 못하고, 바지를 입을 때도 닿지 않게 조심해서 입어야하고, 걸을 때마다 옷에 상처가 쓸리면서 아팠어요.

처음엔 '별거 아니겠지, 이러다 낫겠지' 하면서 아파도 참고 놔뒀더니,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 번져가기만 했어요


여행 일정은 아직 한참 남았는데, 걱정이 되었어요.

한국 같으면 바로 병원에 바로 갔겠지만, 여행다니면서 병원에 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다행히 아제르바이잔어를 대강 얘기하고 알아들을 수는 있으니, 일단 약국에 가서 약이라도 사서 바르기로 했어요.

설령 증상이 악화되어 병원을 가게 되더라도 물가도 더 싸고, 의사소통도 훨씬 수월한 터키에서 가는 게 나을 것 같았어요.

어차피 나흐치반에서 나올려면 터키를 통과해야하니까요.


리셉션에게 약국 위치를 물어보니 매우 가깝다고 했어요.

밤 10시가 다 되는 늦은 시간이라 약국이 문을 닫았을까봐 걱정했으니 다행히 아직까지 열었다고 했어요.

카프카스 지역에는 24시간 문을 여는 약국이 매우 많아요.

밤새 문을 열지 않더라도 대부분 최소 밤 9-10시까지는 문을 여는 것 같았어요.

이유는 모르겠으나 매우 편리한 일.


M씨와 함께 약국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남자가 말을 걸었어요.


"저기요. 집에 가는 버스를 잘못 타서 그런데 혹시 1마나트만 줄 수 있나요?"

"네?"


아제르바이잔에서 구걸하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멀쩡한 사람이 갑자기 길가는 사람에게 1마나트를 달라고 하니 처음엔 솔직히 당황했어요.

하지만 차림새를 보니 직업적으로 구걸하는 사람 같지도 않고, 정말 급해서 아무나 잡고 부탁한 것 같았어요.

더군다나 1마나트면 어차피 멀리 가지도 못하는 돈이예요.

안 그래도 가깝다던 약국 못 찾아서 헤매고 있었는데, 아저씨한테 약국 위치를 물어본 후 1마나트를 주었어요.

아저씨는 고맙다면서 가던 길을 재촉했어요.


그 아저씨가 알려준대로 가니 약국이 있었어요.

10시가 넘었는데 아직 문을 열었어요,

약국 안으로 들어가자 안에서 일하고 있던 약사와 여직원이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어요.


간신히 설명해서 소독용 과산화수소수와 피부염에 바르는 항생제, 그리고 지사제라고 말하는 약을 샀어요.

나름 증상을 열심히 설명한다고 했지만 언어 장벽도 있고, 약 설명은 전부 러시아어로 되어 있어서 제대로 된 약을 산건지 아닌지도 몰랐어요.

그냥 이왕 산 거 약이 잘 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뿐.

약값은 엄청 비쌌어요.

지사제 하나에 5마나트 (7,500원), 피부염약은 무려 10마나트(15,000원)나 했어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피부염약이라고 준 약은 '비판텐'이라고 우리나라에서 애기들 엉덩이 짓무르고 할 때 쓰는 약이었어요.

한국에서는 4천원이면 사는데, 아제르바이잔에서는 똑같은 약이 4배는 더 비쌌어요. 




약을 사고 나서, 천천히 걸으면서 산책을 하기로 했어요.

밤이지만 사람도 많고, 치안도 안전한 편이라서 그닥 위험할 거란 생각이 들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일전에 택시를 타고 오면서 이미 한 번 보았던 길이기 때문에 대강 무엇이 있다는 거 정도는 알고 있었고요.


네프트치레르 거리(neftciler prospekti)를 따라서 죽 걸었어요.

바닷가를 따라 죽 있는 도로라서 공원도 있고, 사람들도 많았어요.


"어, 저기 카페가 있다!"

바쿠에 있는 며칠간 노천카페를 찾아 돌아다녔지만, 못 찾았어요.
마지막날 밤에서야 찾다니.
아마 바쿠에서 차를 마시며 노닥거릴 수 있는 카페는 다 바닷가 근처에 있는 것 같았어요.

터키에서는 조그만 유리잔에 차를 담아서 가져오지만, 아제르바이잔에서는 찻주전자에 담아와요.
아제르바이잔 말로는 '차이닉'이라고 부르는데, 찻주전자 하나에 2마나트 정도예요.
여기 물가에 비교해서는 그닥 비싸지도 않은데다가 양도 많아요.
두 사람이 찻주전자 하나 시키면 카페에서 1시간 정도는 충분히 노닥거릴 수가 있어요.

그리고 아제르바이잔의 홍자는 터키에서 마셨던 차보다 약간 새콤한 맛이 나요.
실제로 레몬 조각을 넣어서 레몬홍차처럼 만들어 먹기도 해요.
굳이 맛 때문이 아니라 건강을 생각해서 일부러 차에 레몬을 넣어먹었어요.
레몬은 몸에 쌓인 석회질을 몸 밖으로 내보내주는 역할을 한다고 들었거든요.

바람이 선선하게 푸는 카페에서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여유를 즐긴 후, 다시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어요.


데니즈 바그잘르.

카자흐스탄의 악타우나 투르크메니스탄의 투르크멘바쉬에서 배를 타면 저곳에 도착해요.



아제르바이잔 정부 청사예요.

여행을 떠나기 전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에 갔다가 그곳에 걸려있는 달력에서 저 건물 사진을 보고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실제 보니 정말 웅장했어요.

조명을 얼마나 빵빵하게 틀어놨는지 역시 돈 많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낮에 보면 은근히 별 거 없어요. 이 건물은 밤에 봐야 제맛이에요.


정부청사까지 걸어간 뒤 다시 호텔로 돌아왔어요.

좀 더 걸어서 사힐역까지 간 뒤 지하철을 타고 올까 생각도 했지만, 다음날 아침 공항에 가야하기 때문에 그냥 들어가기로 했어요.

갈 때는 천천히 여유롭게 걸으니 많이 걸은 것 같지도 않았는데, 돌아갈 때는 길은 참 멀고 귀찮게 느껴졌어요.


바쿠는 밤늦은 시간까지도 공사가 한창이었어요.

'뉴 바쿠 플랜 new baku plan'이라고 해서 국가에서 바쿠를 개보수하고 있다고 해요.

원래 계획은 2013년 완공 예정이었지만, 아제르바이잔이 유로비전에서 1위를 하면서 2012년 유로비전 개최국이 되자 국가에서 서둘러 공사를 하고 있다고 했어요.



호텔에 돌아온 뒤 낮에 사온 체리를 까먹었어요.

노란색 체리를 처음 보고 신기해서 무슨 맛일까 사왔는데, 맛은 그냥 일반 체리 맛이랑 똑같았어요.


이렇게 바쿠의 마지막 밤이 이렇게 끝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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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티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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