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를 여행하던 중에 '귬리 Gyumri' 라는 곳을 간 적이 있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어요.
여행 하는 내내 '빨리 예레반으로 돌아가고 싶다'라는 생각 밖에 없었어요.
1988년 발생한 지진 때 큰 피해를 입은 도시인데, 그 복구가 아직도 안 되어 있었어요.
사람이 진짜 살기는 사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허름하고, 가로등도 제대로 없어서 어둠침침하고..
더군다나 하필 제가 여행한 날에 비바람이 몰아치는 바람에 구경은 커녕 비싼 호텔에 들어가서 잠이나 자면서 시간을 때웠지요.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못 먹고 배를 쫄쫄 굶다가 밤 8시가 넘어서야 비가 그쳐 밥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왔어요.
한참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문이 열린 식당 하나를 발견했어요.
원래는 장사를 마치고 문을 닫을 무렵이었지만, 꾀죄죄한 몰골의 외국인인 제가 불쌍해보였는지 문 닫는 시간을 늦추고 기다려주었어요.
그 때 먹었던 게 포카차.
타원형의 빵 속에는 양념이 된 다진 고기와 치즈를 올려 오븐에 구운 후 날계란을 올린 음식이었어요.
날계란은 열기에 의해 자연스럽게 반숙 상태로 익지요.
"이거 정말 맛있다!"
단지 배가 고파서 맛있는게 아니라 진짜 맛있었어요.
사진 한 장 찍지도 못하고 허겁지겁 먹은 뒤 계산을 하고 식당을 나왔어요.
음식이 맛있기도 했지만, 옆에서는 의자를 하나하나 올리며 가게 청소를 하고, 하루의 매장을 정산하고 있는데 괜히 저 때문에 퇴근을 못한다고 생각하니 미안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사진 한 장 찍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도 않는데 안 찍었을까.. 싶기도 하지만요.
다음날 아침 도망치듯 예레반으로 떠나고 난 후, 귬리에서 먹었던 '포가차'를 찾아 헤맸지만 결국에는 찾지를 못한 채 아르메니아를 떠나야했지요.
그루지아(조지아) 트빌리시 구시가지를 돌아다니다가 이런 식당 간판을 발견했어요.
어? 이거 귬리에서 먹었던 포가차랑 똑같이 생겼잖아?
황급히 사진을 찍어 그루지아인인 호스텔 주인 언니에게 보여주었어요.
"이게 무슨 음식이예요?"
"이거? 아즈다리 하차푸리."
그루지아에 '아즈다리'라고 불리는 지역이 있는데, 그 지역에서 먹는 하차푸리(그루지아식 치즈파이)라고 했어요.
다음날, 사진을 찍었던 간판이 있는 식당으로 가서 똑같은 음식을 주문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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