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5시 반쯤에 일어났다.
씻고, 짐정리를 하고 나니 6시 반이 조금 넘었다.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아침식사 시간인데, 6시 45분쯤 갔는데도 거의 준비가 끝나있어서 바로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역시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부지런하다.
식사를 마친후 7시가 좀 넘어서 체크아웃을 하고, 캐리어를 달달달 끌며 밖으로 나왔다.
"감비르 스테이션! 택시!"
밖에서 경비원과 노닥거리고 있던 남자 한 명이 우리를 보더니 어설픈 영어로 뭔가 이야기한다.
잘 들어보니, 감비르역까지 무료로 차를 태워주겠다는 거.
나중에 돈 달라고 하는 거 아냐 싶어서 리셉션에 다시 들어가서 물어보니, 무료로 데려다주는 서비스가 있다고 한다.
덕분에 차를 타고 편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걸어갈 때는 2km가 채 안 되는 거리인데, 일방통행이 많아서 차로 갈 때는 2배 이상의 거리를 빙빙 돌아가는 듯 했다.
기사분께서는 공항으로 간다고 하자 담리 Damri 버스 정류장 앞에 세워주셨다.
공항으로 향하는 담리 버스는 오전 3시부터 오후 8시까지 15-30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있다.
바로 출발하는 버스가 있어 기다리지 않고 바로 탑승했다.
공항에서 올 때는 매표소에서 따로 표를 사야했는데, 여기서는 기사에게 표를 구매하는 방식이었다.
열심히 다닌 거 같은데, 이상하게 본 게 없네
아무리 여행하면서 산전수전 겪었던 나라라도 돌아갈 때는 시원섭섭한 맘이 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인도네시아는 유난히 그런 느낌이 많이 들었다.
분명 열심히 돌아다닌 거 같긴 한데, 그래서 몸은 엄청 피곤한데, 막상 한 건 별로 없는 느낌?
막상 여행을 정리하고 여행기를 쓰면서 절감하는 거지만, 진짜 한 게 없긴 없더라.
4월에 파도 되는 땅을 1월에 다 얼었을 때 삽질한 거 같달까.
하다 못해 패스트푸드점 한 번 못 가봤다.
그래서인지 이번 여행에서 다녀온 인도네시아, 태국, 라오스 중에서 인도네시아가 제일 아쉽고 미련이 많이 남는다.
언젠간 꼭 또 가야지.
그리고 롯데리아 가서 비빔밥도 먹어야지.
차가 막힐 것을 생각하고 일찍 출발했는데, 의외로 차가 막히지 않아서 예상보다 빨리 도착했다.
버스가 정차했고, 몇 명의 사람이 내렸다.
도착한 줄 알고, 나도 내리려고 했다.
"어디 가요?"
"방콕이요."
"몇 번 터미널이에요?"
"음... 3번?"
그냥 에어아시아 타고 방콕 간다고만 알았지, 내가 가야하는 터미널이 몇 번인지 몰랐다.
1,2,3번 터미널 중 어디냐고 하길래 그냥 찍었다.
도착할 때 두 군데 들려왔으니, 3번이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추측이었다.
어차피 공항 안인데, 잘못 왔으면 택시라도 타고 돌아가면 되겠지.. 하는 낙천주의도 한 몫했다.
수학 주관식문제에서 3자리수 찍어서 맞춘 실력이 녹슬지 않았구나!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에서 1터미널은 국내선, 2,3터미널은 국제선이었는데, 에어아시아는 3터미널에서 운행하고 있었다.
수하물을 부치고, 엑스레이 검사를 받고 공항 내부로 들어갔다.
뭔가 허전한데.....? 핸드폰!!!!!
엑스레이를 통과할 때 바구니 속에 가방과 함께 착용하고 있던 소지품들을 빼서 넣는다.
보통은 핸드폰을 가방 속에 넣어두곤 하는데 그 땐 주머니에 둔 상태라서 바구니에 같이 넣어버렸다.
그러고는 평소처럼 가방만 챙겨서 룰루랄라 하고 온 것이다.
검색대가 멀지는 않았는데, 한쪽에서만 인식되는 자동문을 이미 지나간 상태여서 되돌아갈 수가 없었다.
자꾸 자동문 입구에서 통과하려고 어슬렁거리고 있으니까, 나를 의심한 경찰이 가면 안 된다고 막아선다.
이러저러 사정 설명을 하니, 같이 동행해주었다.
다행히 어느 직원 옆에 둔 내 핸드폰을 발견했다.
경찰분께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자카르타 수카르토 하타 공항은 규모가 큰 건 아니었지만, 깨끗하게 정비가 잘 되어있었다.
자카르타는 본 게 없어서 잘 모르지만, 족자카르타보다 기념품 종류도 훨씬 많고 질도 월등하게 좋았다.
내가 왜 어제 쓰잘데기 없이 까르푸에 가서 인도네시아 루피아를 다 썼을까.
공항이니만큼 달러도 쓸 수 있지만, 당연히 환율은 형편없다.
수제 코코넛크림 비누
주변사람으로 나눠줄 생각으로 코코넛크림 수제 비누를 몇 개 구입했다.
작은 사이즈라 가격도 저렴하고, 향도 여러 개라 취향껏 고를 수 있었다.
실제 써보니까 순해서 꽤 괜찮았다.
참고 : 인도네시아 기념품 쇼핑리스트
달러로 계산했더니 거스름돈은 인도네시아 루피아로 주었다.
또 현지화가 애매하게 생겨버렸다.
테 보톨
달러로 계산했더니 거스름돈을 인도네시아 루피아로 계산해서 주었다.
애매하게 생긴 현지화를 쓰기 위해서 음료수를 샀다.
공항이긴 하지만 음료수 정도는 4천-1만 루피아에 살 수 있었다.
테 보톨은 여행기 앞부분에서 여러 번 언급했지만, 인도네시아인들이 즐겨마시는 국민 음료 중 하니이다.
그런데 단맛이 강해서 인도네시아 사람들도 건강에 안 좋다고 얘기하곤 한다.
이 제품은 설탕이 적게 들어간 제품인데, 내 입맛에는 오히려 요게 더 맛있었다.
공항 외에 다른 곳에서는 단 한 번도 못봤지만.
마지막 짐검사까지 다 받고 안으로 탑승 게이트 앞에서 노닥거리면서 기다렸다.
기내에 반입할 수 있는 짐은 8kg 까지인데, 앞에 저울까지 가져다놓고 가방이나 조금 부피가 있어보이는 건 일일히 무게를 확인했다.
창밖으로는 가루다 인도네시아항공의 비행기들이 보였다.
커피 자판기가 다 있네?
우리나라야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커피자판기지만, 외국에서는 정말 보기 힘든 건 중 하나이다.
그래서 그런지 커피 자판기만 보면 왠지 반갑다.
커피는 종류와 관계없이 한 잔에 5천 루피아.
친구와 남은 루피아를 탈탈 긁어모아서 커피를 한잔씩 뽑아마셨다.
친구와 남은 루피아를 탈탈 긁어모아서 커피를 한잔씩 뽑아마셨다.
자판기 커피가 거기서 거기긴 하지만, 달달하니 괜찮았다.
12시가 조금 안 되어 탑승을 시작했다.
먼저 버스를 타고 이동한 후, 비행기에 탑승했다.
탑승한 비행기는 오후 12시 05분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에서 출발해서 오후 4시 20분에 태국 방콕 돈므앙 공항에 도착하는 에어아시아 QZ256편이었다.
기종은 에어버스 A320-200으로, 좌석은 3-3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창가를 좋아해서 좀 불편하지만, 창가좌석으로 앉았다.
냉기 나오는 거 봐라
더운 날씨에 에어컨을 가동하는 건 당연하지만, 저렇게 눈에 보일 정도로 소독차처럼 뿌옇게 나오는 건 처음이다.
마트에서 냉기 펄펄 나는 냉장고 속에 든 쌈채소가 된 기분이다.
난 덩치가 있으니까 얄쌍하고 예쁜 치커리나 로메인은 절대 못 될거고, 잘해봐야 케일이나 겨자잎정도 될 거 같다.
비행기는 제시간보다 살짝 늦게 출발했다.
그래도 그 정도는 양호한 수준.
에어아시아는 연착으로 악명이 높은데, 의외로 내가 이용했을 때는 기껏해야 20분 이내였고 문제가 될한 큰 연착은 한 번도 없었다.
굿바이, 인도네시아! 꼭 다시 보자!
에어아시아 메뉴판.
에어아시아는 저가항공이다 보니 기내식이나 간식이 유료이다.
비행기가 고도에 올라가자 기내식과 음료 및 간식 판매를 시작했다.
ABC 닭고기커리맛 라면
먹는게 남는거다.
원래 뭘 사먹을 계획은 전혀 없었는데, 덜컥 라면을 샀다.
앞쪽부터 한두명씩 이것저것 사먹으면서 나는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음식 냄새가 솔솔 나면 그냥 지나가기 참 힘들다.
결국 치킨커리맛 라면 하나를 구입하고 말았다.
커리향이 솔솔 나는 국물이 동남아스러운 맛이다.
한국에서는 백세카레면 한 번 못 먹어봤는데, 커리맛이 나는 라면이 이렇게 맛있는 줄 처음 알았다.
국물까지 후루룩 다 비워버렸다.
라면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승무원이 나눠준 입국카드를 적었다.
여권 정보를 베껴쓰면 되는 간단한 수준이었다.
예약한 방콕 숙소 주소는 수첩에 미리 적어왔던 터라 열심히 베껴적었다.
창가 자리의 최대 장점인 창밖 풍경 보기!
평소에는 복도쪽 좌석을 좋아하는데, 낮시간 비행에는 창밖 풍경을 보고 싶어서 불편하지만 일부러 창가쪽 자리를 달라고 한다.
동남아라서 그런지 유난히 바다와 섬이 많이 보였다.
어느덧 비행기는 고도를 내렸다.
방콕 시가지가 눈에 잡힐 듯 보이기 시작했다.
오후 4시, 드디어 목적지인 방콕 돈므앙 공항에 도착했다.
원래 오후 4시 20분 도착 예정이었는데, 예정보다도 빨리 도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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