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부산 [完]2016. 10. 14. 18:11
 



6박 7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어제 서울로 돌아왔어요.
영화만 보고 크게 한 일도 없는 거 같은데, 왜 그렇게 피곤하던지...
어제 하루동안은 졸리고, 피곤하고, 몸이 늘어져서 정말 아무 것도 못했네요.


6일동안 장편 13편, 단편경쟁 2회(단편 7편), 이렇게 총 15편의 영화를 보았어요.
적게는 하루에 2편, 많게는 4편씩 꼬박꼬박 영화를 챙겨봤어요.
원래 계획했던 건 12편의 영화였는데,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예정보다 더 많은 영화를 보았어요.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부산 국제 영화제가 아니면 우리나라에서 접할 수 없는 영화들이 너무 많으니 밥을 굶어서라도 보고 싶은 욕심이 자꾸 생기거든요.





지난 번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인도의 '알라 압바스 자파르' 감독과 아프가니스탄의 '샤흐르바누 사다트' 감독님 외에도 4명에게 사인을 더 받았어요.
부탄 배우인'쳬링 도르지Tshering Dorji' 씨와 와 인도 출신 '아난야 카사나발리 Ananya Kasaravalli' 감독, 스리랑카 출신 '산지와 푸시파쿠마라 Sanjeewa Pushpakumara' 감독, 말리 출신 거장이신 '술레이만 시세 Souleymane Cisse' 감독님으로 부터 사인도 받고, 그 중 몇 명과는 사진도 같이 찍었어요.
스리랑카 '산지와 푸시라쿠마라' 감독은 중앙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했다고 하는데, 한국어를 잘하는 거 같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알아들으시는 거 같아서 좀 신기했어요.
부탄 사람은 솔직히 태어나서 처음 봤어요.
이번에 촬영감독과 프로듀서, 주연 배우가 왔는데 GV할 때 부탄 노래도 불러주고, 한 명 한 명 다 사인해주고 사진도 찍어주셨어요.
확실히 감독이 아닌 배우 출신이라서 그런지 굉장히 친절하셔서 더 기억에 남아요.
부탄에 여행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술레이만 시세 감독은 현존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아프리카 출신 감독으로, 올 부산국제영화제 뉴런츠상 심사위원을 맡고 계신 분이에요.
블랙 아프리카 영화는 접하기 워낙 힘든데다가, 이번에 상영된 '밝음' 이라는 작품은 1987년 칸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작품이에요.
사실 3-4일만 부산에 머물다가 올 생각이었는데, 이 영화를 보려고 일정을 늘렸거든요.
영화 자체는 제가 있어서 좀 어려웠지만, 거장 감독님을 가까이에서 직접 뵐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영광이었어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내내 가지고 다녔던 프로그램북이에요.
가방 속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틈만 나면 뒤적거리느라 구겨지기도 않고, 일부는 살짝 찢어지기도 했어요.
제 손때가 많이 타서 그런지 서울 돌아와서도 습관처럼 자꾸 뒤져보게 되네요.


이번에 본 영화 중 개인적으로 제일 재미있게 봤던 영화는 부탄 영화 '자비의 여신 Honeygiver Among the Dogs' 였어요.
개인적으로 이런 미스터리 류를 좋아해서 그런지 모르겠어요.
부탄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여자주인공, 사건의 실마리가 조금씩 풀려가는 과정들은 정말 한 순간도 시선을 뗄 수가 없었어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내내 가지고 다녔던 프로그램북이에요.
가방 속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틈만 나면 뒤적거리느라 구겨지기도 않고, 일부는 살짝 찢어지기도 했어요.
제 손때가 많이 타서 그런지 서울 돌아와서도 습관처럼 자꾸 뒤져보게 되네요.

최악의 영화는 이란 애니메이션인 '모바락 - 영웅의 귀환'과 이집트 영화 '냇물과 들판, 사랑스런 얼굴들' 이라는 영화였어요.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이 작품이 어떻게 영화제까지 왔나?' 싶을 정도로요.
특히 이집트 영화는 결말이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서, 옆자리에 앉아있던 전혀 모르는 사람이 저에게 '원래 이집트 영화는 이런가요?' 라고 물어볼 정도였어요.
이란 애니메이션은 내용 자체도 내용이지만, 중간부터 자막 싱크가 안 맞았어요.
한국어 자막이 대사 하나씩 밀려서 나오는 통에 결국 영어 자막으로 봤네요.
부산국제영화제를 여러 번 본 건 아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어요.
둘 다 티켓 값이 참 아까웠어요.




제 21회 부산국제영화제도 내일 폐막해요.
올해는 부산시 측과 영화계 간이 갈등이 있어서 그런지 작년만큼 괜찮은 작품이 많이 상영된 거 같지는 않아요.
관객 수도 많이 줄어서 주말 상영임에도 불구하고 티켓이 남아있는 경우도 있었고, 아예 평일 상영 작품은 반 이상 비어있는 일도 꽤 많았어요.
부산에서 만난 다른 지인들과도 얘기해봤지만, 올해는 예매했던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예년에 비해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검증된 작품보다는 영화 제작 경험이 부족한 신인 감독들의 작품이 많다보니 그런 거 같아요.
제 개인적으로는 부탄이나 말리, 아프가니스탄, 태국 등 이제껏 접해보지 못한 좀 더 다양한 국가의 영화를 접할 기회가 있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어요.
특히나 부탄 영화가 대단히 인상적이어서 다음에 또 다른 작품이 오게 된다면 꼭 보고 싶어요.
이제 일상으로 돌아와서 내년 부산국제영화제를 기대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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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티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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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와 , 6박7일을 온전하게 영화제를 즐기셨다니 부러워요 !
    어이없었다는 이집트 영화의 내용이 참 궁금해지네요 ㅎㅎㅎ
    부탄 , 이집트... 이란... 영화로는 생소한 나라들의 영화를 볼 수 있다는게 매력적인것같아요 :)

    2016.10.14 18:5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생소한 나라의 영화를 보는 재미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요.
      이런 영화들은 구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설령 어떻게 구한다고 하더라도 자막 찾는게 더 큰일이거든요.
      영어 자막이라도 있어주면 감지덕지ㅠㅠ
      영화제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영화들을 무려 한글자막으로 볼 수 있어서 너무너무 좋아요ㅎㅎㅎ

      2016.10.15 23:12 신고 [ ADDR : EDIT/ DEL ]
  2. 진정한 영화제 참가자시네요 영화를 저렇게나 많이 보시다니@_@
    저도 인도나 제3세계 영화 좋아하긴하는데 열정적이지 않다보니 챙겨볼 일이 거의 없군요
    올해는 제가봐도 영화제 자체가 약간 죽어있는 느낌이에요
    해운대 행사도 없어져서 축제의 느낌도 많이 없고 말이죠

    2016.10.14 19: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올해 영화계 쪽에서 보이콧 하신 분들도 많고, 개막식 전날에 해운대에 마련해둔 세트가 홀라당 망가져 버려서 더 그런 거 같아요.
      일반 대중들은 유명인 누구 오고, 누구 보고 이런 게 사실 더 중요하고 관심을 갖게 되는데, 올해는 그런 부대행사들이 많이 축소되어버렸거든요.
      그래서 진짜 휑한 느낌이 좀 있었어요.
      전 평소에는 영화관에 잘 안 가요.
      이럴 때 그냥 몰아서 봅니다ㅋㅋㅋ
      그런데 작년에 보니까 전 정말 조족지혈이고, 하루에 3-4편씩 풀코스로 영화보시는 진정한 영화광들이 참 많으시더라고요.

      2016.10.15 23:15 신고 [ ADDR : EDIT/ DEL ]
  3. 우와 15편! 정말 많이 보셨군요 정말 영화제 제대로 보고 오셨네요
    그리고 부탄 영화! 저도 무척 궁금해요.
    표가 주욱 늘어서 있는 사진을 보니 괜히 제가 막 뿌듯해요 ㅎㅎㅎ

    2016.10.15 01: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거 모으는 재미로 영화보는 걸지도요ㅋㅋㅋ
      사실 보고 싶은 영화가 더 많았는데, 부산 관광도 해야하고 시간이 안 맞아서 못 본 것도 많아요.
      이제 내년에는 더 좋은 영화가 많이 들어오기를 기대해야죠.

      2016.10.15 23:15 신고 [ ADDR : EDIT/ DEL ]
  4.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부산 국제영화제군요!!
    저도 한 번 가보고 싶네요..~ㅎㅎ

    2016.10.15 01: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늘 침만 흘리다가 작년에 처음 갔는데, 완전완전완전 너무 좋았어요!
      내년도 아마 별 일이 없으면 다녀올 거 같아요^^

      2016.10.15 23:16 신고 [ ADDR : EDIT/ DEL ]
  5. 6일동안 장편 13편, 단편경쟁 2회(단편 7편), 이렇게 총 15편의 영화를 보시다니 히티틀러님 ㅠ열정에 탄복합니다. ㅎㅎ 밥도 굶으실 정도로 영화를 즐기실 정도군요.^^ 산지와 푸시라쿠마라 감독이 중앙대학교 박사과정을 하신것 부터가 참 신기하고 한국과 인연이 깊어보이네요. ㅎㅎ 부탄 주연배우도 굉정히 친절했고, 부탄 영화 자비의 여신 Honeygiver Among the Dogs 도 가장 재미있게 보셔서 더 부탄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실 것 같습니다.
    이집트 영화는 결말이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서, 옆자리에 앉아있던 전혀 모르는 사람이 저에게 '원래 이집트 영화는 이런가요?' 라는 말씀 보고 웃었네요. ㅎㅎ 얼마나 결말이 어이 없었는지 정말 궁굼해지네요. 정말 부산국제영화제 아니면 볼 수 없는 영화들과 감독, 배우들을 보고 즐기다 오셨다니 참 다행입니다. ^^ 그래도 중간중간 포스팅으로 소식을 들려주셔서 영화제의 느낌을 실시간으로 받는 느낌이 들었네요. ㅎㅎ

    2016.10.15 06: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일부러 밥을 굶으려는 건 아닌데, 영화 시간이 빠듯하고 GV 있고 그러면 정말 밥 먹을 시간이 없어요.
      팝콘과 콜라로 끼니를 대신하기도 하고요ㅎㅎ
      정말 매일 4편씩 꼬박꼬박 챙겨보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정말 그 분들은 제가 봐도 존경스럽더라고요.

      2016.10.15 23:17 신고 [ ADDR : EDIT/ DEL ]
  6. 저는 하루에 두편보는것도 이제 체력이 안되서 너무 힘들던데.... -_ㅜ....
    정말 열심히 꼼꼼히 보시고싸인까지 +_+

    두툼해 보이는 프로그램북도 인상적입니다
    밴쿠버 영화제 프로그램북은 좀... 얇...거든요;;;;

    2016.10.15 07: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램북은 100페이지가 좀 넘는 거 같아요.
      일단 영어와 한국어 2개 국어로 구성되어 있어서 그런 듯ㅎㅎㅎ
      처음에는 열심히 봤는데, 일정 막바지에 가니까 체력이 딸려서 그런지 좀 힘들더라고요.
      특히나 예술 영화 같은 경우에는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가끔은 졸립기도 했어요.
      그럴 때마다 당과 카페인으로 열심히 버티면서 봤습니다.
      나중에 서울 돌아가야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쉬웠어요ㅠㅠ

      2016.10.15 23:19 신고 [ ADDR : EDIT/ DEL ]
  7. 여독에 영독이 있어서 피곤하실 거에요ㅋㅋㅋ 위 소드님처럼 저도 하루에 한 편만 봐도 피곤한지라 히티틀러님 부산영화제 나들이가 참 대단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부탄 영화인들과 좋은 추억 남기셨으니 언젠간 진짜 부탄으로 출발하실 거 같네요ㅋㅋ 내년엔 잡음들 잘 잠재우고 다시 제대로 된 영화제로 거듭났으면 좋겠어요.

    2016.10.15 19: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진짜 여독에 영독이 있는 거 같아요.
      서울 돌아온 첫날은 그냥 헤롱헤롱 거렸고, 이틀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머리가 좀 멍해요.
      별로 한 것도 없는데 피곤하고요.
      부산에서 그렇게 열심히 뭘 한 건 아닌데,
      영화보는 것도 체력을 많이 필요한가봐요.
      진짜 영화를 보면서 막 부탄으로 떠나고 싶었어요,
      그런데 거기는 제가 가고 싶다고 해서 막 갈 수 있는 나라가 아닌지라ㅋㅋㅋㅋ

      2016.10.15 23:21 신고 [ ADDR : EDIT/ DEL ]
  8. 원래 장시간 앉아있는 일만큼 피곤한 일도 없지요~^^

    부산까지 가셔서 영화를 정말 알차게도 보고오셨네요~!
    전 전주영화제는 몇번 갔는데. 부산영화제는 못가봤거든요~
    작년에 비해 몇몇 수준낮은 작품들이 상영되어 티켓값뿐 아니라 시간도 아까우셨겠어요~!
    그래도 저 많은 티켓과 사인들을 보니 제가 다 흐뭇해지네요~^^
    그리고 재미있게 보셨다는 자비의여신이란 영화,
    기억했다가 기회가 되면 꼭 봐야겠어요~^^

    2016.10.15 23:2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답글을 이제서야 다네요. 죄송합니다ㅠㅠ
      작년에도 그렇지만, 짤막한 설명 한 두줄로 영화 전체를 다 예상하는 건 힘든 일이니까요.
      어느 정도 실패할 각오를 하고 가는 거긴 하지만, 올해는 그 비율이 좀 높은 거 같아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분도 비슷한 말씀을 하시고요.
      자비의 여신은 또 보고 싶은데, 영화를 구할 방법이 없네요.

      2016.10.25 15:00 신고 [ ADDR : EDIT/ DEL ]
  9. 영화를 진정 사랑하시는 분이시네요. 대단하십니다. 저는 영화제를 가면 유럽영화들은 지루하고, 인도영화 특유의 병맛 코드가 첨엔 이상하다가 나중엔 묘하게 빠져드는 묘한게 있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다양한 영화를 소개 받은 느낌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

    2016.10.25 10: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정말 영화 애호가 분들이 넘치는데, 영화를 사랑한ㄷ는 이야기를 들으니 부끄럽네요ㅎㅎ
      저도 유럽영화는 좀 이해하기 어렵고, 졸립더라고요.
      반면 제 3세계 영화는 상당히 메시지가 단순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드러내는 영화가 많아서인지 더 매력적인 거 같아요.

      2016.10.25 15:01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