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갔던 둘째날이었어요.
태풍 영향으로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그쳤다 하는 궂은 날씨에 옷과 신발은 눅눅하고, 하루종일 에어컨 바람을 쐬서 몸도 으슬거리는 상태였어요.
뭔가 따뜻한 걸 먹고 싶어서 그날 영화를 본 메가박스 해운대점 근처를 돌아다녔어요.
버스 종점 근처에 국밥집들이 주루룩 모여있었어요.
밖으로 걸려있는 가마솥에 뜨끈한 국물이 발발발 끓고있는 걸 보니 나도 모르게 홀린 듯 들어갔어요.
나홀로 여행객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1인 식사가 가능할까'가 아닐까 해요.
여기는 혼자서 드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으셔서 눈치 안 보고 식사할 수 있어요.
가격도 정말 저렴해서, 국밥인에 5천원을 넘는 메뉴가 없어요.
아무런 정보 없이 그냥 들어간 곳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부산에서 유명한 맛집이라고 하더라고요.
방송 출연도 많이 했다고 하고요.
그래서인지 벽에 유명인들의 사인이 잔뜩 걸려있어요.
소고기 따로국밥
주문한지 5분도 되지 않아서 소고기 국밥 한그릇과 밥 한공기가 뚝딱 나왔어요.
국밥은 정말 소박했어요.
하지만 숟가락을 들어 국물 한 모금을 맛보는 순간 정말 놀랐어요.
어떻게 이런 맛이 나지?
국을 열심히 휘적여봐도 쇠고기, 무, 콩나물, 파 몇조각이 전부예요.
일반 쇠고기 무국에 고춧가루 조금 넣은 거랑 큰 차이가 없어보이는데, 구수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요.
색은 붉은 빛이 돌지만 너무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시원하고 깔끔해요.
안에 들어간 쇠고기나 무도 정말 부드러워요.
저는 무가 들어간 탕이나 국을 먹는데 그 속에 들어간 무는 서걱거리는 느낌이 싫어서 잘 먹지 않거든요.
그런데 여기에 들어간 무는 그냥 뚝뚝 잘라넣은 거 같은데 속까지 국물 맛이 고루 배어있고, 그런 서걱거리는 느낌이 없어요.
굳이 씹을 필요도 없이 한 입 베어무는 순간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듯이 사라져요.
이렇게 단촐한 재료로 어떻게 이런 맛을 내는지 정말 신기할 정도였어요.
반찬은 무생채와 마늘쫑, 깍두기가 전부예요.
테이블 옆에 놓여져있어서 마음껏 퍼먹을 수 있어요.
무생채와 깍두기는 너무 셔서 먹기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국밥과 같이 먹으니까 막 술술 넘어가요.
진짜 맛집이 달래 맛집이 아니구나를 느끼고 온 곳이었어요.
이 가격에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거 자체가 고맙달까요.
이전까지는 진짜 몸 상태가 완전히 엉망이라서 '빨리 먹고 숙소에서 좀 쉬어야겠다'라는 생각 뿐이었는데, 따뜻한 국밥 한 그릇 비우고 나니 몸에 기운이 생기는게 느껴졌어요.
밥 먹고 나서 해운대 해수욕장도 막 돌아다니다가 영화도 한 편 더 봤습니다.
내년에 부산 국제 영화제 또 가게 되면 그 때도 꼭 다시 먹을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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