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 22분, 서울역에 도착했다.
안 그래도 낮밤이 바뀌어서 고생하고 있는 중에 부산국제영화제를 보러 간다는 생각에 설레어 3시간 남짓 밖에 자지 못했다.
서울역에 가려면 버스에 지하철까지 갈아타야하는 터라 더욱 서둘렀더니 기차 출발시간보다 40분이나 일찍 도착해버렸다.
평소 아침잠이 많아서 제대로 못 챙겨먹는 패스트푸드점 모닝메뉴는 이런 기회에 먹으라고 있는 거다.
서울역 구내에는 맥도날드와 롯데리아, KFC, 버거킹 등 주요 패스트푸드점이 전부 입점해있다.
뭘 먹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다가 얼마 전에 신메뉴가 출시된 버거킹으로 향했다.
버거킹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 층 더 올라가야있다.
버거킹 베이컨 크루아상세트
버거킹 서울역점은 킹머핀 종류는 판매하지 않고, 얼마 전 새로 출시된 크루아상 킹모닝만 판매하고 있다.
오히려 나에게는 더 잘 된 일이다.
잉글리쉬 머핀 대신 크루아상 빵을 사용한 메뉴인데, 좀 더 폭신하고 버터향이 솔솔 나는게 좀 더 고급스러운 아침 메뉴 느낌이 났다.
참고 : 버거킹 킹모닝 신메뉴 '베이컨 크루아상' 후기
시간은 더 걸리지만, 요금은 절반인 무궁화호를 예매했다.
KTX 는 비싸니 교통비를 아껴 부산에서 더 열심히 놀다와야지, 그때까지만 해도 그런 알량한 생각 뿐이었다.
창 밖으로는 가을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처음에는 부산 간다는 생각에 마냥 들떴지만, 점차 피곤이 몰려왔다.
18호 태풍 차바가 온 다음날이라 기온이 뚝 떨어졌는데, 에어컨을 너무 세게 작동해서 몸이 계속 으슬거렸다.
가방 속에서 겉옷을 꺼내입었지만 그래도 추위가 가시지 않았다.
제대로 자지 못해서 졸음이 몰려왔지만, 이동할 때는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예민한 성격 탓에 잠에 들지도 못했다.
게다가 얼마나 정차를 많이 하는지, 완행열차도 이런 완행열차가 없다.
내 얼굴은 점차 탈색되어 갔다.
다리도 저리고, 허리도 끊어질 듯 아팠다.
차창 너머로 지나가는 KTX를 보면서 다짐했다.
돌아올 때는 무조건 KTX 타고 와야지
남쪽 지역으로 내려갈수록 태풍 영향으로 날씨가 궂다.
하늘에 잔뜩 찌푸린게, 비가 내리지 않을까 불안했다.
오후 1시 45분, 22개의 역을 거쳐 5시 40분 만에 아기다리고 고기다리던 부산역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리니 정말 날아갈 거 같은 기분이다.
작년에 왔을 때 해운대 가는 버스정류장이 부산역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나가야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 찾아가는데, 초량역이 나오도록 버스 정류장이 보이지 않았다.
지도 앱을 켜서 검색을 하니 바로 역 앞에 정류장이 있었다.
그 사이에 시스템이 바뀌었나 보다.
생각해보니 작년에 부산역 앞에 바글거리던 택시들도 없는 거 같다.
정류장에서 1003번 급행 버스를 타고 해운대로 향했다.
한번 와봤다고 그래도 낯이 익다.
이틀 전 18호 태풍 차바의 피해를 입었다는 이야기가 자자한 마린시티도 보였다.
해운대 해수욕장에 내려 숙소에 도착했다.
작년에 묵었던 숙소는 나쁘진 않았지만, 밤늦은 시간까지 소음이 심해서 이번에는 다른 숙소를 예약했다.
위치도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조용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4인 여성 도미토리에 예약했는데, 객실에는 이미 3명이 있고 2층 침대의 2층 자리만 하나 남아있었다.
직원 분은 '내일 다른 분이 다 퇴실하시니 1층 자리로 옮겨주겠다' 라고 해서 하루만 불편하게 지내기로 했다.
맥도날드 슈슈버거
부산에서 먹는 첫 식사는 맥도날드.
멀리까지 와서 왜 햄버거를 먹나 싶지만, 맥도날드에서 신메뉴가 출시된 날이라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그나마 맥도날드가 숙소에서 매우 가까운 게 다행이었다.
후다닥 식사를 마치고,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와서 공용 컴퓨터로 낑낑거리면서 포스팅을 했다.
글 쓰는 거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익숙지 않은 환경에서 익숙지 않은 컴퓨터로 글을 쓰려니 꽤 오래 걸렸다.
참고 : 맥도날드 신메뉴 '슈슈버거' 후기
그리고 이 포스팅은 다음 메인에 올라갔다.
부산에서 제일 처음 간 곳은 해운대 해수욕장에 있는 비프 빌리지 BIFF village.
해운대 바다는 작년이나 올해나 마찬가지였다.
태풍 차바로 인해 시설들이 파손되어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예정된 행사가 취소되었다는 뉴스는 들었지만, 정말 폐허 그 자체이다.
피해를 입은지 이틀이나 지났는데 아직까지도 곳곳에 쓰레기와 잔재물들이 널부러져있다.
트럭와 포크레인이 몇 대나 와있고, 심지어는 집게차까지 와서 치우고 있다.
작년의 비프빌리지와는 정말 다른 모습이다.
정말 태풍의 위력이 어마어마했구나.
뉴스로만 들었던 이야기가 새삼 실감이 났다.
도로를 따라 죽 늘어서있는 영화 포스터만이 비프 빌리지라는 느낌만 내 줄 뿐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센텀시티로 왔다.
작년에 바닥이 닳도록 발발거리며 다녔는데도 1년 만에 오니까 길이 조금 가물거렸다.
그래도 안내판의 '영화의 전당' 이라는 한 단어만 봐도 가슴이 콩닥거린다.
안녕, 영화의 전당!
1년만에 다시 보는 영화의 전당이 반갑다.
난 정말 부산에 있는 거구나, 부산국제영화제를 보러온 거구나.
작년 이맘 때, 영화의 전당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감동이 아직도 생각난다.
다행히 영화의 전당 쪽은 좀 북적거리는게 제법 축제의 느낌이 난다.
개막식 때 스타들이 지나갔을 레드카펫도 괜히 한 번 밟아보고, LED조명 루프 구경도 해본다.
원래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예정되어 있던 부대행사를 영화의 전당에서 진행하고 있었다.
이번에 '얄미운 여자' 라는 작품으로 부산을 찾은 일본의 배우 겸 감독인 '구로키 히토미' 씨다.
영화의 전당 특별공간에는 K-Star Festival 이라는 행사장이 마련되어 있다.
K-pop 스타들의 뮤직비디오와 드라마 OST 도 상영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포토존 같은 게 어설프게 조성되 있었다.
하지만 역시 사람이 몰리는 곳은 푸드존.
작년에는 부스를 만들어놓고 음식을 판매했는데, 올해는 15개 정도 되는 푸드트럭이 있다.
메뉴도 츄러스, 햄버거부터 파스타, 스테이크까지 다양했다.
예매해 둔 영화를 보기 위해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으로 향했다.
CGV 센텀시티점은 신세계 센텀시티 7층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보는 영화는 올해 개봉한 인도영화 '술탄' 이다.
인도영화와 이란영화는 부산에 오면 예외없이 챙겨본다.
'술탄'은 술탄은 술탄 알리 칸과 아르파의 이야기를 다룬 스포츠 영화이다.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 술탄은 아르파는 올림픽에서 인도를 대표하는 레슬링 선수가 된다.
승승장구를 달리고 있다가 자만에 빠지고, 결국에 좌절하게 된다.
그러다가 이후 인도를 대표하는 종합격투기 선수로 재개를 한다는 내용이다.
솔직히 이 영화를 보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었다.
남자 주인공 '술탄' 역할을 맡은 살만 칸 Salman Khan 스타일의 액션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취향과는 별개로 인도에서는 꽤 흥행한 작품이기도 하고, 감독까지 부산을 방문했다니 보기로 했다.
사실 이번에 상영하는 인도영화 중에서 그닥 끌리는 영화가 없기도 했고.
GV (게스트 비지트) 가 있는 영화라 '알리 압바스 자파르 Ai Abbas Zafar' 감독과의 만남 시간이 있었다.
그가 감독한 작품은 못 봤지만, 조감독 시절의 영화는 '뉴욕 New York', ' 타샨 Tashan', '줌 바라바르 줌 Jhoom Barahar Jhoom' 등 몇 편 본 적이 있어서 꽤 친근하게 느껴졌다.
알리 압바스 자파르 감독은 인도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크리켓이 아닌 전통 레슬링을 소재로 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스포츠지만 점차 대중들에게 잊혀가는 게 안타까워 그것을 되살려 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고 하는 과정들이 우리의 인생과 비슷함을 많이느꼈다고 답했다.
더불어 살만 칸을 주인공으로 정한 이유는 '인도에서 티켓 파워를 가진 슈퍼스타이기도 하지만, 대본이 처음 나왔을 때 그것을 가장 잘 이해하는 배우여서 그렇다'고 답했다,
더불어 '인도 레슬링 선수의 전형적인 몸을 가지고 있다' 는 말에 듣고 있던 나와 친구는 둘다 빵 터졌다.
솔직히 살만 칸이 연기한 '술탄'의 역할은 인도영화의 전형적인 영웅의 모습이라 크게 흥미를 끌지는 못했다.
오히려 더 눈길이 가는 건 아누쉬카 샤르마 Anushka Sharma' 가 연기한 여자주인공 아르파였다.
인도에서도 여배우가 주인공을 맡은 스포츠 영화는 많다.
하지만 그녀만큼 거침없이 현대적인 여성상은 보기 드물었다.
살만칸 같이 우락부락한 남자를 뒤에 태우고 오토바이를 몰던 그녀의 모습이 기억이 많이 남는다.
GV가 끝나고 알리 압바스 자파르 감독님께 사인도 받았다.
일정이 전부 끝나고 친구와 새로 알게 된 분과 셋이서 저녁 겸 야식으로 치맥을 했다.
셋 다 인도영화를 꽤 많이 본 사람들이라 다른 사람과는 하기 힘든 인도 영화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맛에 부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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