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외국 음식을 접한게 터키에서 생활하던 시절이다보니 저는 중동 지역 음식을 좋아해요.

가끔 서점에 가면 여행 코너에서 신간 여행잡지를 뒤적거리곤 하는데, 해방촌에 있는 모로코 음식점에 관한 기사를 읽어보게 되었어요.

서울에는 모로코 레스토랑이 거의 없고, 있다고 해도 가격 대가 좀 비싸요.

부산에 있는 모로코 음식점에서 음식을 맛있게 먹긴 했지만, 그거 하나 먹자고 부산까지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그 글을 보고 다이어리에 적어두었다가 이번 기회에 다녀왔어요.



모로코코는 해방촌 언덕길의 중턱 즈음에 위치하고 있어요.

6호선 녹사평역 2번 출구에서 걸어서 10분 정도의 거리예요.

마을버스 용산 02를 타고 되긴 하지만, 어차피 해방촌 입구까지 걸어가야하기 때문에

바로 맞은 편에 모로코 샌드위치로 유명한 '카사블랑카'가 위치하고 있어요.



참고 : [모로코] 녹사평/해방촌 맛집 - 카사블랑카 Casablanca



모로코 음식이 흔한 것도 아니고, 같은 나라 음식을 바로 맞은편에서 팔면 서로 머리채 잡고 싸우지 않을까 싶었는데, 두 가게가 동업이라고 하네요.



모로코코 메뉴.

모로코 음식은 타진과 꾸스꾸스라는 2가지 음식이 유명한데, 아쉽게도 꾸스꾸스는 없고 타진만 판매해요.




테이블 6-7개 정도로 작은 가게예요.

인테리어는 상당히 심플하지만, 타진 그릇 그림이라든가 파티마의 손 등 현지느낌이 나는 소품들을 장식해놓아서 약간 이국적 느낌이 나면서 깔끔해요.



레몬 치킨 타진


양고기 타진과 레몬 치킨 타진 중에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치킨으로 골랐어요.

양고기 타진은 이전에 먹어보기도 했고, 영어로 kofta 라고 쓰여있는 걸 보아서 통 양고기가 아니라 미트볼이 들어있는 거 같았어요.

터키어로 미트볼을 '쿄프테 köfte' 라고 하는데, 아랍 지역와 발칸 지역까지도 그렇게 부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예상대로 치킨은 통살로 나왔어요.

큼지막한 통다리에 그린 올리브 몇 앞과 감자튀김 약간이 올려져있고, 그 위에 고수를 살짝 얹었어요.

양이 워낙 적어서 고수 좋아하는 제 입맛에는 있는 둥 없는 둥 하지만, 싫어하시는 분이라면 주문시 고수를 빼달라고 하는 것도 괜찮을 거 같아요.

아래에는 기름이 자작했고, 푹 익어서 흐물거리는 양파조각과 완두콩이 들어있어요.



커리향?



이름 자체가 레몬이라서 새콤상큼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오히려 커리향이 더 많이 나요.

레몬의 향이 살짝 나긴 하지만 맛은 그닥 강하지 않았어요.

요리 같은데 작은 레몬 조각이 같이 나오면 즙을 짜서 넣는 수준이었어요.

집에 와서 타진 요리법을 찾아보니 먼저 생강, 마늘, 강황가루 등으로 시즈닝한 닭고기를 구운 후 육수를 붓고 힌30분-1시간 정도 끓인 다음에, 레몬즙을 짜넣고 조금 더 끓여서 만들어요.

현지에서 먹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얼마나 현지의 맛에 유사한지는 알 수 없지만,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레몬의 양을 조절했을 수 있을 거 같아요.

닭고기는 다리-허벅지 부분이어서 씹는 식감도 좋은데, 오랜시간동안 잘 익혔는지 포크만 가져다대고 살이 쭉쭉 떨어져나갈 정도였어요.

커리향도 나긴 나지만, 그렇다고 치킨 커리처럼 커리맛이나 향이 강하지는 않아요.

전반적으로 외국 음식 느낌이 나긴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이국적인 건 아니라서 외국 음식을 잘 못 드시는 분들도 부담없이 드시 수 있는 맛이었어요.

감자튀김도 갓 나왔을 때는 바삭한 맛에, 시간이 좀 지나면 소스를 흡수해서 촉촉한 맛으로 먹기 좋아요.

다만 그린 올리브는 너무 짰어요.

평소에도 짠 맛이 덜한 블랙 올리브만 먹곤 하는데, 그린 올리브는 진짜 소금덩어리를 씹는 정도였어요.

부드러우면 몇 번 씹고 꿀떡 넘겨버리겠는데, 과육이 좀 단단한 편이고 안에 씨도 들어있다보니 꼭꼭 씹어먹을 수 밖에 없었지만요.



타진을 시키면 빵도 같이 줘요.

바게트 비슷한데, 맞은 편 '카사블랑카'에서 샌드위치를 만들 때 사용하는 빵 같아요.

속은 말랑말랑하고, 겉은 바삭하면서도 너무 딱딱하지 않아요.

잘 바른 닭고기를 얹어서 먹어도 좋어도 되지만, 건더기를 어느 정도 먹고 나서 자작하게 남은 기름을 빵으로 삭삭 다 닦아먹었어요.

예전에 외국인 친구와 함께 외국 음식점에 갔을 때 접시에 남은 소스와 기름까지 빵으로 싹싹 긁어먹었더니 '너 진짜 우리나라 사람처럼 먹는다' 라면서 칭찬받은 적이 있거든요.

그 이후로는 습관처럼 싹싹 훑어먹게 되요.



모로칸 티


모로코는 민트티를 즐겨 마셔요.

아예 달달한 민트티를 가리켜 모로칸티 Moroccan Tea 라고 부르기도 해요.

이브릭 Ibrik 같은 작은 주전자와 찻잔이 나와요.

가격은 6천원인데, 4잔 정도 나오니 양이 많은 편은 아니예요.

혼자 마셔도 부담없는 정도의 양이고, 둘이 나눠마시면 식후 입가심 수준이에요.



찻잔 안 뿐만 아니라 찻주전자 안에도 생 민트잎이 들어있어요.
뜨거운 차지만, 민트 자체가 시원한 성질이 있다보니 마시면 몸이 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왜 안 달아?


보통 모로코나 튀니지에서는 설탕을 왕창 넣어서 민트티를 달게 마셔요.
밀크티가 아니면 달게 마시지는 않지만, 왠지 민트티에 단맛이 덜하니 뭔가 낯설었어요.
설탕을 따로 달라고 해서 티스푼으로 왕창 넣는다고 넣었는데도 기대했던 거만큼은 아니었어요.
이전에 마셨던 그 정말 단 민트티는 설탕을 정말 밥숟가락으로 푹푹 퍼넣었나봐요.




(재미있게 보셨으면 아래의  를 눌러주세요 ^_^)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서울 용산구 용산동2가 45-9
도움말 Daum 지도
Posted by 히티틀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티에 생각보다 많은 설탕이 들어가더라구요...

    전 단거를 안좋아해서 밀크티 뿐만 아니라 모든 티에 설탕을 넣지 않는편인데
    달게 먹을려고 설탕을 넣는 분 보면 엄청 넣더군요 ㄷㄷㄷㄷㄷ
    시중에 판매하는 달달한 음료도 설탕이 엄청 들어가는거 같아요 ㄷㄷㄷㄷㄷ

    2017.09.12 11: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중국쪽에서는 차를 달게 마시기보다는 티푸드를 곁들이는 편인데, 중동 쪽은 정말 달게 마셔요.
      기본 각설탕 몇 개씩, 아니면 밥숟가락으로 푹푹 ㅋㅋㅋ
      그런데 거기에 익숙해져있다보니 홍차를 마시거나 중동쪽 음식점 갔을 때는 습관처럼 달게 마시게 되더라고요.
      민트티도 엄청 달게 마시기 때문에 당연히 단맛이 강할 줄 알았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덜하니 뭔가 낯설더라고요ㅋㅋㅋ

      2017.09.13 00:36 신고 [ ADDR : EDIT/ DEL ]
  2. 이태원을 한바퀴 돌다보면 정말 처음들어보는 메뉴를 판매하는 세계음식점이 많더군요. 새로운 메뉴들을 구경하는 재미와 궁금함을 가득 안고 돌아오곤 하는데요. 이렇게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모로코 음식점이 있다니, 한번 방문해보고 싶어집니다=) 굉장히 부드러울것만 같은 닭고기에요. 커리향 가득한 소스에 빵을 찍어먹어도 나름대로의 풍미가 있을것 같아 기대가 되는데요. 소개 감사드리며 오늘도 즐겁고 풍성한 하루 보내세요!

    2017.09.12 14: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이태원에는 정말 외국음식점이 많죠.
      소개가 안 되어서 자기네들끼리만 찾는 곳도 많고요.
      여기 음식은 이색적이면서 또 너무 낯설지 않아서 좋았어요ㅎㅎㅎ

      2017.09.13 00:37 신고 [ ADDR : EDIT/ DEL ]
  3. 동업하는 가게가 마주보고 있는 거군요 메뉴판의 느낌이 비슷하네요 ㅎ
    메뉴판의 단어 하나를 보고 어떤 고기가 나올지 유추할 수 있는 히티틀러님 같은 고수가 가야할 곳이군요^^
    메뉴도 많지 않아서 잘하는것만 집중하는 느낌이네요
    민트티를 달게 먹는다는것도 신기해요+_+

    2017.09.12 17:2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는 처음에 같은 나라 음식점이 마주 봐서 싸우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같은 가게였어요.
      전반적인 인테리어나 분위기가 비슷하더라고요.
      제가 고수는 아니고;;;
      중동 음식을 많이 먹다보니 이것저것 주워들은게 좀 있어서 그런 거 같아요ㅎㅎㅎ

      2017.09.13 00:47 신고 [ ADDR : EDIT/ DEL ]
  4. 레몬치킨타진! 닭고기는 그냥.. 무조건 맛있는거 아닌가요? ㅎㅎ
    외국 음식 느낌이 나긴 하지만 그래도 많이 이국적인게 아니라고 하시니 저도 먹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커리느낌도 난다면 또 나름 괜찮을 것 같아요. 고기도 부드럽다고 하시고~~
    민트티는 설탕제로!! 인 말 그대로 민트향만이 나는 차였나봅니다. 오랜만에 저도 이태원 가서 외국 음식 먹어보고 싶군요. ㅎㅎ

    2017.09.12 20: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닭고기는 진리입니다.
      제가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 중에서 공감한 것 중 하나가 '여행 가서는 무조건 치킨을 골라라' 였어요.
      닭고기를 안 먹는 종교나 나라가 거의 없고, 쇠고기나 돼지고기, 생선 같은 거에 비해서는 닭고기 요리는 뭘 골라도 그나마 먹을만하다고요 ㅋㅋㅋ

      2017.09.13 00:50 신고 [ ADDR : EDIT/ DEL ]
  5. ㅎㅎ 이런 음식 함 맛보고 싶어지네요
    늘 먹던 것 하고는 다를것 같은데, 어떨지...

    2017.09.13 00: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약간 이국적인 느낌이 나면서도 또 너무 낯선 맛은 아니예요.
      빵이랑 타진이랑 같이 먹으니 참 맛있었어요ㅎㅎㅎ

      2017.09.13 00:50 신고 [ ADDR : EDIT/ DEL ]
  6. 이런 느낌있는 가게 좋아요!!
    궁금하기도 하구요~~ㅋㅋ

    2017.09.13 00: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잡지 보고 궁금해서 다녀왔어요.
      타진이나 쿠스쿠스 같은 모로코 음식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가게 자체가 크지는 않는데, 한 번 가서 먹어볼만해요ㅎㅎㅎ

      2017.09.13 00:51 신고 [ ADDR : EDIT/ DEL ]
  7. 저는 도전정신이 좀 약한 것 같아요.
    이렇게 보면 참 부럽기도 하고, 나도 먹어보고 싶고, 겪어보고 싶은데...
    막상 잘 안되더라구요. ㅎㅎ

    2017.09.13 01: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는 왠만하면 새로운 외국 음식을 시도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 중에는 입맛에 안 맞는 것도 물론 있지만요ㅎㅎ
      아예 현지인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그런 음식점에 가지 않는 이상, 대부분은 그래도 너무 이국적이지는 않은 거 같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리뷰어들의 글을 먼저 참고하시고, 입맛에 맞을 거 같은 곳을 한 번 가보세요ㅋㅋㅋ

      2017.09.13 22:56 신고 [ ADDR : EDIT/ DEL ]
  8. 괜찮은 곳을 다녀 오셨군요

    2017.09.13 04:3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원래 운영하던 카사블랑카 라는 음식점이 해방촌 쪽에서 유명한 곳이라서 그런지, 새로 오픈한 모로코코도 괜찮았네요ㅎㅎ

      2017.09.13 23:00 신고 [ ADDR : EDIT/ DEL ]
  9. 모로코 음식점이라고 해서 갔던곳이 있었는데
    해물 떡볶이 먹었떤 기억이 나네요 ㅋㅋ
    모로코는 관심이 있는 곳인데 음식점을 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2017.09.13 17: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모로코 음식점에서 해물떡볶이를요...?ㅋㅋ
      무슨 맛일지 궁금해요.
      소스에 막 향신료를 팍팍 칠 거 같기도 하고ㅋㅋㅋ
      맞은 편에 있는 카사블랑카는 모로코식 샌드위치로 유명한 곳인데, 모로코코는 전통 음식 중 하나인 타진을 판매하고 있어서 모로코에 관심이 있으시면 이쪽이 더 좋을 거 같아요.
      1인 주문도 가능하고, 가격도 무난한 편이에요ㅎㅎ

      2017.09.13 23:02 신고 [ ADDR : EDIT/ DEL ]
  10. 앞 뒤로 동종업계 가게가 있다니 정말 신경쓰일만 하겠어요. 그런데 동업이라니! ㅋㅋㅋ
    차주전자가 귀여워요. 저런 거 하나 가지고 싶네요. 히티틀러님이 사진을 잘 찍으신건가?
    타진이 저런 식으로 나오는군요. 모로코 음식은 한번도 먹어본 적 없는데, 그 맛이 궁금해요ㅋㅋㅋ

    2017.09.14 11: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가게가 서로 마주보고 있어서 저도 처음에는 '서로 머리끄댕이 잡고 싸우는거 아냐?' 싶었어요.
      다행히 동업이라서 안심하고 식사했습니다ㅋㅋㅋ
      차 주전자는 그닥 크지는 않았는데, 이국적인 느낌이 나면서 예뻤어요.
      저도 하나 갖고 싶더라고요.

      2017.09.15 00:36 신고 [ ADDR : EDIT/ DEL ]
  11. 아오 가보고파요
    전 항상 저 주전자를 하나 장만하고프더라고요 그러고보나 위의 슬님도 그렇게 쓰셨네요 ㅎㅎ

    2017.09.15 09: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찻주전자, 찻잔.. 그런데 욕심이 좀 있어서 저거 보면서 참 탐났어요.
      좀 괜찮은 제품을 사려면 현지에서 사는 게 제일 좋기는 할 거 같은데, 여행 갈 때마다 못 사와요.
      오다가 깨질 거 같기도 하고, 부피가 크다보니 늘 고민이네요;;;
      저만 저 주전자가 탐난게 아니었군요ㅎㅎㅎ

      2017.09.16 02:25 신고 [ ADDR : EDIT/ DEL ]
  12. 안녕하세요~! 뷰티쉐프입니다~!ㅎㅎ 달짝지근한 민트티라니... 저도 꼭한번 먹어보고 싶네요ㅎㅎ 오늘도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17.11.08 12: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메뉴는 많지 않지만, 너무 이국적인 느낌이 나지 않으면서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곳이에요.

      2017.11.10 02:01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