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우리나라에서 왠만한 나라 음식은 거의 다 접해볼 수 있어요.
하지만 아프리카 쪽은 정말 접하기 어려워요.
워낙 지리적인 거리도 멀고, 교류 자체가 많이 없다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요.
하지만 최근 방송에서 아프리카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거나 요리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을 보면 외국 음식에 대한 스펙트럼도 넓어지고, 거부감도 적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어요.
안 그래도 아프리카 출신 사람들이 모이는 이태원 인근을 중심으로 아프리카 출신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음식점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기도 하고요.
얼마 전 트위터를 통해 녹사평역 경리단길 쪽에 아프리카 음식점이 하나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다녀왔어요.
졸로프 아프리카 코리아는 경리단길에 위치해있어요.
경리단길 입구에서 그닥 멀지도 않은데다가 평지라서 굳이 마을버스를 타지 않아도 도보로 충분히 이동 가능해요.
국군재정관리단에서 걸어서 5분, 녹사평역 2번 출구에서는 걸어서 10-15분 정도 거리예요.
졸로프 Jolof 는 14세기부터 19세기까지 세네갈을 중심으로 존재했던 졸로프 제국 Jolof Empire 에서 이름을 따온 거 같아요.
이름만 봐도 서아프리카 음식점이라는 사실을 어림잡아볼 수 있었어요.
졸로프 아프리카 코리아는 지하에 위치하고 있어요.
가게 내부는 아프리카 느낌이 나는 벽화와 소품들로 소소하게 꾸며져 있었어요.
팔찌나 목걸이 같은 장신구는 일부 판매하는 거 같아요.
매장 내부에는 어느 나라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프리카 쪽의 뮤직비디오를 틀어주고 있었어요.
가끔 국기 나오는 거 보면 우간다도 있고, 카메룬도 있고 한 거 같더라고요.
아직 우리나라에 아프리카는 거대한 대륙으로 인식되어 있을 뿐, 개별 국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있지 않아요
이태원 지역에 아프리카 음식점이 여러 군데 있지만, 딱 어느 나라 혹은 어느 지역 음식이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아프리카 음식' 이라고 뭉뚱그레 판매하고 있고요.
졸로프 아프리카 코리아는 세네갈 Senegal과 감비아 Gambia 지역의 음식을 판매하는 곳이에요.
사장님은 한국분이신 듯 하고, 그 외에 일하시는 분들은 전부 아프리카 출신이에요.
음식을 만드시는 분은 감비아 출신이라고 하고, 서빙하시는 세네갈과 감비아 출신이라고 해요.
그러니 굳이 국가로 분류하자면 여기는 감비아 스타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쟈크리
먼저 음료로는 히비스커스 쥬스를 시켰어요.
메뉴판에는 쟈크리 Chark Ree 라고 되어있는데, 저는 히비스커스 주스를 처음 마셔볼 때 '비삽 주스 Bissap Juice' 라고 이름을 익혀서 그냥 그렇게 불러요.
국가별로 이름이 조금 다르다고는 하는데, 감비아 출신 직원분께 '비삽 주스' 달라고 했다니 알아들으시더라고요.
말린 히비스커스에다 물과 설탕, 레몬즙, 바닐라 익스트랙트 등을 넣고 끓여서 만드는 음료인데, 북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카리비해 인근 지역까지 널리 마시는 음료라고 해요.
매년 시청 앞 광장에서 지구촌 나눔 한마당을 할 때마다 아프리카 부스 중 한 군데 정도는 가지고 나와서 판매하기 때문에 몇 번 먹어본 적이 있어요.
그 때마다 맛이 달라서 '딱 이런 맛이에요' 라고 하기는 애매하긴 하지만, 끓여서 만든 진한 포도주스에 꽃향이 섞인 거 같은 맛이 나요.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에 레시피도 찾아본 적이 있어요.
만드는 방법 자체는 그닥 어려워보이지 않는데, 말린 히비스커스가 많이 들어가서 포기했지만요.
현지인들이 만드는 거 보니 기본 500g 이상 들어가는데, 현지에서는 대용량으로 많이 팔고 가격도 저렴하다지만 우리나라에서 그 정도 양을 구하려면 가격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치킨 베나친
여기의 대표 메뉴라고 하는 베나친 Benachin 을 주문했어요.
베나친은 치킨과 쇠고기, 2종류가 있는데, 제가 고른 건 치킨 베나친이에요.
가격은 1만원.
베나친은 다른 이름으로 졸로프 라이스 Jollof Rice 라고도 해요.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널리 먹는 볶음밥의 일종인데, 얼마 전 '미운우리새끼' 라는 프로그램에서 가나 출신 방송인인 샘 오취리가 요리하는 장면이 나와서 화제가 되었어요.
나이지리아와 가나 쪽에서는 졸로프 라이스라고 부르고, 세네갈과 감비아 쪽에서는 베나친이라고 한다고 해요.
예전에 먹어본 졸로프 라이스와는 달리 여기에서는 장모종인 바스마티 라이스를 사용했어요.
비린내가 안 나네?
아프리카 음식을 먹을 때마다 제일 곤혹스러웠던 건 비린내였어요.
쇠고기나 치킨이 들어간다는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의 음식에서 비린내가 났거든요.
현지의 음식문화라고 생각하는데, 음식에 기본적으로 훈제 생선 가루를 넣는 거 같아요.
우리나라에서는 구할 수 없으니 황태 가루를 대신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는 비린내에 민감한 편이라서 음식 맛 자체는 괜찮더라도 비린내 때문에 먹는 둥 마는 둥 한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졸로프 아프리카 코리아에서 먹는 베나친에서는 비린내가 나지 않아서 먹기 편했어요.
맛은 약간 매콤하면서도 토마토 맛이 살짝 나요.
향신료 향이 있는 독특한 볶음밥 정도의 느낌이에요.
램 도모다
도모다 Domoda 는 야채와 고기 등의 재료를 넣고 끓인 땅콩버터 스튜로, 감비아의 대표적인 전통 음식 중 하나라고 해요.
이전에 카메룬 음식점인 아프리칸 포트에서도 마아페 Maafe 라고 비슷한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어요.
영양실조가 한 방에 해결되겠다
입 안에서 땅콩버터의 고소한 맛이 쫙 퍼지는 느낌이에요.
먹으면서도 '이거 먹으면 100% 살로 간다' 라는 생각이 마구 들어요.
유니세프에서 영양실조 아동들에게 제공하는 고영양 비상식량 중에 땅콩버터와 대추야자 같은 식품이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것도 왠지 한 그릇만 먹으면 하루 영양소를 전부 섭취할 수 있을 것처럼 엄청 꼬시름하고 든든해요.
저는 땅콩버터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빵 같은 데 발라먹으면 뻑뻑하고 목이 메어서 거의 안 먹거든요.
그런데 여기는 코코넛 밀크 같은 걸 섞었는지 뻑뻑함 없이 크리미하고 먹기 좋았어요,
양고기도 땅콩 버터에 묻혀서 그닥 냄새가 강하지 않아요.
지방이 좀 있는 부위인 거 같은데, 요리를 잘해서 그닥 질기지도 않고요.
다만 밥을 같이 준 건 살짝 아쉬웠어요.
밥과의 조합 자체도 나쁘진 않았지만, 한국인의 입맛에는 밥보다는 빵과 잘 어울릴 거 같아요.
아프리카 음식점을 몇 군데 가봤는데, 그 중에서 가장 맛이 괜찮은 곳이에요.
경리단길이라는 위치와 독특한 외국 음식점임에도 불구하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요.
블랙 아프리카 쪽 음식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께서 가보시면 좋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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