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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9 말레이시아[完]

여자 혼자 말레이시아 여행 - 23. 1/21 페낭 워터폴 힐 템플 (1)

by 히티틀러 2019.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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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사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불편하신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이 사원이 정식 명칭은 아룰미구 발라탄다유타파니 코빌 Arulmigu Balathandayuthapani Kovil 이다.

보통은 워터폴 힐 템플 Waterfall Hill Temple 혹은 타밀어로 타니르 말라이 Thaneer Malai 라고 더 많이 불린다.

1782년 완공된 힌두교 사원으로 주신 主神 으로 무르간 Murugan 을 모시고 있는 힌두교 사원이다.

조지타운에서 외곽에 위치한 작은 사원이지만, 타이푸삼 축제 때 조지타운 시내에 있는 스리 마하마리 암만 힌두교 사원 Sri Mahamariamman Temple 에서 신상을 모신 카바디 Kavadi 가 도착하는 장소로 많이 알려져있다.

사람이 워낙 많아서 반쯤은 물살에 휩쓸리듯 사원 안으로 밀려들어갔다.



입구에서 가장 가깝고,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곳은 신발 보관소였다.

힌두교 사원 실내는 신발을 신고 들어가야하기 때문에 분실 염려가 있어서 유료로 신발을 맡아주는 장소인 거 같았다.



사원 경내는 오히려 바깥 거리보다 한산한 편이었다.



한쪽에는 기도처 비슷한 것도 마련되어 있었다.

저 털보 아저씨는 치유능력이 있는 건지 FREE HEALING & BODY SCANNING 이라고 쓰여있었다.




군부대를 찾아가는 황금마차가 아니라 진짜 황금마차다.

나는 늦게 와서 보지 못했지만, 아마도 이게 신상을 모신 카바디가 아닐가 싶었다.

위쪽을 올려다보니 신상은 없고, 천쪼가리에 시든 꽃 나부랭이가 뒹굴고 있었다.




또 만났다, 이 아저씨!



행렬에서 봤던 고행하는 아저씨도 사원에 도착했다.

얼굴에는 아까보다 피로하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주변 사람들은 더운 날씨에 그나마 좀 시원하라고 종아리 쪽에 연신 시원한 물을 뿌려주고 있었다.




고행자들은 사람들의 비호를 받으면서 사원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신전에 도착했다고 해서 저 고통스럽고 무거운 굴레를 벗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먼저 신상을 가운데 두고 한 바퀴를 빙 돌았다.



사원을 관리하는 사제님이다.

말레이시아 여행하면서 힌두교 사원을 몇 번 가봤는데, 사제님들은 다 저렇게 배둘레햄에 여유증 체형이었다.

사제들은 기본적으로 풍채가 좋아야하는 걸까? 아니면 신자들이 가지고 온 우유나 과일, 디저트 같은 걸 다 본인들이 나눠먹는걸까?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있으면 사제가 한 사람씩 축복을 내려주면서 미간에 잿가루 혹은 붉은 가루로 점을 찍어줬다.



신상은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어서 최대한 카메라 줌을 땡겨서 찍어보았다.

이 사원의 중심 신은 무루간이지만, 스리 데비 Sri Devi 나 시바 Shiva 등등 다른 신들의 신전도 마련되어 있다.

여기는 인도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신 중 하나인 가네쉬신이었다.



고행자 아저씨들도 줄에 서서 순서를 기다려서 사제의 축복을 받았다.




끝난 줄 알았지? 이제 시작일 뿐이야.




평지에 있는 신전은 그냥 맛배기일 뿐이다.

메인은 저 꼭대기.

513개의 계단을 걸어올라가야한다.




올라갈까? 말까?



저 많은 계단을 올라가야하는 건 싫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가기엔 아쉬움이 많이 남을 거 같았다.

신자가 아니라고 쫓겨날 지도 모르지만, 일단 못 먹어도 Go 다!




나도 고행을 한다는 심정으로 한 발 한 발 걸어올라오고있는데, 뒤쪽에서 그 고행자 아저씨들 둘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를 따르는 사람들과 도와주는 사람들, 구경하는 사람들이 한데 얽혀서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길이라는 것을 다 알기 때문에 베르베! 비슷한 추임새를 넣어준다.

나도 그의 뒤를 따라가보기로 했다.



힌두교 사원이라고 인도 쏘울이 있는지 나무도 요가 중.



이 숲에는 원숭이도 살고 있다.

힌두교에서 원숭이는 하누만 신을 상징하는 동물이라서 오히려 보호해준다고 하는데, 실제 보면 무섭다.

쿠알라룸푸르 바투 동굴 갔을 때에도 순례객이 가져온 코코넛 뜯어먹다가 다 먹고 나니까 계단에 휙 던지는 거 하며, 음료수나 간식거리 가지고 있으면 원숭이한테 뺏겨서 다칠 수도 있다고 조심하라는 경고도 몇 번 들었다.

저 원숭이도 어디선가 주워온 건지, 쓰레기통을 뒤진 건지 손에 뭔가 쥐고있기도 하고.

사람만 공격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당신이 얼마나 걸어왔는지 뒤돌아보세요.

매 걸음걸음이 가치있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슬슬 발바닥과 도가니가 저릿거리기 시작했다.

등줄기에도 땀이 배어나왔다.

하지만 어린아이도 맨발로 잘 걸어가는데, 성인인 나도 힘들다 투정을 부릴 수가 없다.

조금씩 사원의 고푸람이 가까워지는 걸 보면서 힘을 얻어 계단을 올라갔다.




드디어 도착!!!



"마담!! 안 돼요."



입구에서 지키고 있던 남자에게 입구컷 당했다.

외국인이나 비 신자라서가 아니고, 여기에서는 신발은 커녕 양말도 신으면 안 되고 맨발로만 다녀야한다고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신발 넣을 비닐봉지라도 하나 들고 올걸.

신발은 벗어서 손에 들고, 양말은 구겨서 가방 속에 집어넣었다.

나는 반팔에 발목까지 가리는 롱치마라서 넘어갔지만, 원래는 반바지를 비롯 노출이 있는 의상을 입으며 안 되는 복장 규정도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많아 혹시나 잃어버릴까봐 입구에서 좀 떨어져서 멀리 있는 데 운동화를 놓아두고, 사원 안으로 들어갔다.

워낙 낡아서 누가 훔쳐갈 거 같진 않지만, 저 신발이라도 없으면 맨발로 돌아가야하니까.




질서 유지를 위해 바리케이드가 있고, 사람들도 순서대로 한 명씩 줄을 서서 들어가게 만들어놓았다.

사원 내에 사람들이 흩어져 있어서 많이 기다리진 않았다.

나도 같이 줄을 섰다.

눈에 띄는 외국인임에도 사람들은 별로 신경은 안 쓰는 눈치였다.



신이 있긴 했다.

하지만 내 눈에는 그저 까만 돌덩어리였다.

사제들은 우유인지 물인지 기름인지 액체를 자꾸만 쏟아부었다.

경건하고 엄숙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흥겹거나 즐겁지도 않았다.

대목을 맞이한 사람들의 단순한 노동의 현장에 불과해보였다.



결국 신은 자기 마음 속에 있는 걸까.



신을 만나기 위해 떠나온 길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신은 보잘 것이 없었다.

믿음이 있는 사람들은 저 돌덩어리에서 신성을 찾을 수가 있는 건가.

큰 걸 기대한 건 아니라고 해도 뭔가 기운이 빠졌다.





무르간 신 뿐이 아니라 곳곳에는 화려한 꽃목걸리를 목에 걸고 치장을 한 신상들이 사원 여기저기 한가득이다.

인도 쪽은 의복도 그렇고, 빨강, 노랑, 파랑 등 원색의 색상을 많이 사용해서 눈이 즐겁다.




물론 이렇게 관광지 구경하듯 둘러보는 건 이방인인 나 혼자 뿐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두 손을 모아 신실하게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을 비집고 갔더니 빨간 가루가 담겨져있다.

인도 사람들은 눈썹 사이 미간에 저 빨간 염료로 점을 찍기도 하고, 여성은 앞가르마에 쭉 발라서 결혼한 여성이라는 사실을 알린다고 한다.

나도 하라고 해서 이마에 붉은 점을 찍었다.



그 옆에는 아주머니들이 조그만 종이봉투에 뭔가를 담고 있었다.

내가 옆에서 기웃거리니까 내게도 하나 건네주었다.



안에는 뜬금없는 잿가루가 들어있었다.

잿가루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주신 거니 받아서 가방 안에 넣었다.



문을 열어두어서 바람도 잘 통하고 바닥도 대리석이라 사원 안은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시원했다.

다른 사람들도 바닥에 그냥 앉아있길래 나도 사람 다니는 통로를 피해 한켠에 퍼질러 앉아서 땀을 식히고 있었다.



드디어 왔다, 그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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