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여행 - 프롤로그

내게도 이런 행운이?

이벤트 항공권 당첨 같은 건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일이 나에게 벌어졌다.

지난 5월 모스버거에서 '댄싱 새우버거' 라는 신메뉴를 출시하면서 인스타그램 인증샷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이벤트는 세트 쿠폰 제공 정도인데, 이번에는 1등 한정으로 무려 도쿄 왕복 항공권을 제공하는 큰 규모였다.

혹했지만, 나는 이런 데는 영 운이 없는 터라 참여할까말까를 계속 고민 중이었다.

이벤트가 거의 끝나갈 무렵 살짝 보니, 참여자가 그닥 많지 않았다.

혹시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실낱 같은 희망과 함께 '당첨이 안 되더라도 블로그 포스팅 하나는 건지니까..' 라는 생각으로 모스버거를 찾았다.

참고 : 모스버거 신메뉴 '댄싱새우버거' 후기

인스타그램에는 전문가 수준으로 사진 찍는 사람들이 하늘의 별의 수만큼 많다보니 내 어설픈 사진 실력으로는 택도 없을 거 같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소품.

꽤 오래 전 일본에 갔을 때, 아사쿠사에서 분홍색 기모노를 입은 여자아이 장식품을 기념품으로 샀었다.

모스버거는 매장이 적어서 어차피 맘 먹고 가야하니까, 그 날 미리 챙겨가서 같이 사진을 찍었다.

그 전략이 유효했던지 학창시절에도 못해본 1등을 이렇게 하게 되었나보다.

DM으로 모스버거 담당자님의 연락을 받았고, 그 이후에도 몇 번의 연락을 주고 받았다.

이용 항공사는 저가항공도 아니고 국적기인 일본항공 JAL.

여행 기간은 올해 겨울까지니까 시간 여유는 넉넉했다.

2인 티켓이라 같이 떠날 동행을 구하고, 언제 가는 게 좋을까~ 라면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던 그 때!

일본 불매 운동!

일본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에 관한 대법원 판결 이후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일본 불매운동의 불길이 거세어졌다.

이전에도 일본 불매운동이 몇 번 있었지만, 기간도 짧았을 뿐더러 막 와닿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라는 표어 아래 불매운동의 화력이 당장 내 생활에서 눈에 띌 정도로 느껴졌다.

집 근처 마트와 편의점에서는 일본 맥주가 사라졌다.

사람들이 바글거리던 유니클로는 한산했다.

여기저기서는 예약해둔 일본행 비행기 티켓, 호텔을 위약금을 내고서라도 취소했다는 인증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여행을 다녀온다는 건 딱 매국노 소리 듣기 십상이었다.

남들은 돈을 물어주고서라도 취소한다는데, 나는 공짜로 비행기표 받는 상황이면 더더욱.

게다가 이번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는 쉽게 끝날 거 같지 않았다.

당장 8월이 되면 광복절이 있고, 그 이후에 한일간 군사정보교류협정인 지소미아를 연장할지 여부에 대한 결정이 남아있었다.

그냥 다녀오자!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정말 고민스러웠지만, 결국 그냥 다녀오기로 마음을 굳혔다.

모스버거에서 햄버거 블로거로서의 나를 높게 평가해서 딱 1명 뽑은 이벤트에 선정해주었다.

그러니 '상황이 이래서 못 가겠어요' 라고 쉽게 이야기할 수도 없고,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신뢰와 믿음에 대한 문제니까.

그리고 일본의 햄버거는 어떨지 궁금했다.

일본은 이웃 나라이기도 하거니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일본과 우리나라의 음식 문화는 유사성이 많은 편이라 서로 교류가 많다.

패스트푸드 쪽에서도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메뉴가 우리나라에 건너온다거나 혹은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던 메뉴가 일본으로 레시피 수출은 한 경우가 꽤 있다.

모스버거의 경우도 한국와 일본에서 공통으로 판매하는 메뉴도 있지만, 분명 현지에서만 판매하는 메뉴도 있을 것이었다.

일본 현지의 패스트푸드는 어떨지 한 번 경험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그야말로 '햄버거를 먹으러 가는 여행' 이었다.

같이 여행을 가는 친구에게도 '내 덕분에 비행기표를 얻었으니까, 밥은 햄버거를 먹어야한다' 라고 못박아두었다.

그렇게 참 시의부적절한 때, 소위 말하는 '이 시국에' 일본 도쿄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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