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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9 말레이시아[完]

여자 혼자 말레이시아 여행 - 25. 1/21 페낭 카피탄 켈링 모스크, 관음사, 세인트 조지 교회

by 히티틀러 2020.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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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가기 싫어.....



타이푸삼 축제를 다녀오고 난 후 기진맥진해있었다.

시원한 물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있으니 잠이 솔솔 왔다.

이대로 그냥 잠이나 자고 싶었지만, 아직 봐야할 게 남아있다.



인간의 3대 영양소는 카페인, 니코틴, 알코올.

7대 영양소는 여기에 당분, 사포닌, 타우린 등...  (나머지 하나는 뭔지 모르겠다)

힘겹게 나왔는데 당 빨고 기운차려야지.




코코넛을 전문으로 하는 카페라 코코넛 쉐이크와 아이스크림을 하나 주문했다.

가게 안에 코코넛이 쌓여있는 거로 봐서는 직접 만드는 건 맞는 거 같은데, 나온 건 너무 허접했다.

코코넛 쉐이크는 그냥 바닐라 밀크쉐이크 맛이었고, 코코넛 아이크림은 크기도 작은데 줄줄 녹아내리고 있었다.

동남아에 코코넛 전문점이라고 나름 기대감 뿜뿜해서 왔는데 대실망.

적당히 시원한 맛으로 먹고, 다리쉼이나 좀 하나 나왔다.



목적지는 카피탄 켈링 모스크 Kapitan Keling Mosque.

페낭에서 가장 대표적이고, 유명한 모스크이다.

모스크에 딱히 관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건 유명하다고 하니 한 번 찍고는 와야할 거 같아서 힘겨운 몸을 이끌고 나왔던 것이다.





대충대충 둘러보는데 뭔가 익숙하다.



내가 여기 왔었던가?



왔던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다.

보긴 본 거 같은데, 다니면서 하도 모스크를 많이 봤더니  그냥 근처를 지나가면서 본 건지 아니면 안까지 들어온 건지 긴기민가했다.

못 봤으면 봤으니 된 거고, 봤으면 한 번 더 본 셈 치고 나왔다.

여행을 마치고 사진 정리하면서 보니 페낭 도착하자마자 왔던 곳이었다.

그럼 그렇지... 어쩐지 너무 익숙하더라.



카피탄 켈링 모스크 거리 Jalan Masjid Kapital Keling 을 쭉 따라 걷는데 비둘기들이 드글드글하다.

우리나라만 닭둘기가 아니라 여기도 닭둘기다.

피둥피둥하니 살쪄서 날아다닐 생각은 안 하고 뒤뚱거리며 걸어다니고 있다.

그런데 왜 여기 다들 모여있지? 모이 맛집인가?



여기는 관음사 Tokong Kuan Yin. 

1728년 세워진 중국 화교들의 도교사원으로, 페낭에서 가낭 오래된 사원이라고 한다.

페낭 조지타운 곳곳에 있는 쿠 콩시 Khoo Kongsi 니 체 콩시 Cheah Kongsi 같은 가문 사당들보다 더 먼저 세워졌다.

원래 이름은 콩 혹 컹 사원 Kong Hock Keong Temple 로 광동 - 호키엔 사원 Cantonese-Hokkien Temple 이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 북부 지역으로 이주한 초기 노동자들에게는 단순한 종교적인 장소 뿐만 아니라 중국인 커뮤니티를 단합시키는 사회적 기능도 담당했다고 한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중국인들은 정말 현지에 동화되지 않고, 자신의 문화와 정체성을 강하게 유지하는 거 같다.

그 중심이 불교/도교 사원인데, 심지어 우리나라에도 명동 쪽에도 중국 대사관 앞에 대만계 사당이 하나 있다고 들었다.



콴인 Kuan Yin 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관음보살 觀音菩薩, 즉 관세음보살 觀世音菩薩  을 의미한다.

영어로는 자비의 여신 이라는 뜻으로 God of Mercy 라고도 쓴다.

대자대비 大慈大悲 의 마음으로 중생을 구제하고 제도하는 보살로, 중생이 그 이름을 부르기만 하면 즉시 33종류의 화신을 변해 구해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이라는 경문으로 오랜 숭배의 대상이 되어왔지만, 일본과 중국에서도 널리 믿어왔다.

베트남이나 대만, 말레이시아 등의 불교 사원을 가면 관음보살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거친 바다와 싸우며 위험을 직면해야하는 당시의 사람들에게는 어려움에서 구원하는 관음보살에 대한 믿음이 강할 수 밖에 없을 거 같다.



여기는 또한 마 초 포 Ma Chor Poh 라는 인물이 모셔져 있다.

초기 중국 정착자들에게는 선원들의 수호성인으로 추앙받는 사람이라고 한다.





중국 양식을 잘 보존하고 있는 사원이라고 하는데, 아는 사람들에겐 어쩔지 몰라도 나 같이 문외한에게는 다 그거 같아보인다.

안 그래도 피곤한 상태에 어느 정도 봤으니 대충 둘러보고 나왔다.



길을 쭉 따라 걷다보니 세인트 조지 교회를 만났다.

세인트 조지 교회 St. George Church 는 1818년에 지어진 교회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영국 성공회 교회라고 한다.

더불에서 페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건물 중 하나로도 알려져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훼손되었다가 복구된 이후 2007년 조지타운 도시 전체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현재도 일요일 오전 2번에 걸쳐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맞은 편에 있는 페낭 고등법원 Penang High Court.

옆에 있는 페낭 시청 Penang Town hall, 페낭 주립 박물관 Penang State Museum and Art Gallery, 페낭 천주교 성당 Church of the Assumption 등과 함께 페낭의 서양식 건물들을 대표하는 곳이다.



벌써 오후 5시가 넘은 시간.

페낭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라 근처에서 조지타운에서 저녁을 챙겨먹고 일찍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길을 걸어갈 때마다 못보던 벽화들이 튀어나온다.

오죽하면 인포메이션 센터에는 벽화들의 위치가 표시된 지도가 따로 있을 정도다.

나름 골목골목 돌아다녔는데도 못보던 벽화들이 이렇게 튀어나올 정도면 '조지타운에 있는 벽화들을 전부 다 보겠어' 라는 목표 의식을 가지고 일부러 찾아다니지 않는 이상 힘들 거 같다.



힌두교 사원 앞은 여전히 축제 분위기다.

워터폴 힘 템플에서 메인 행사를 진행했지만, 아직 타이푸삼 축제는 끝내지 않았다.

타이푸삼 축제는 총 3일간 진행되는데, 워터폴 힐 템플로 이동했던 신상이 아직 돌아오는 일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저 사람들도 나처럼 산중턱에 있는 사원에 다녀왔을 텐데, 힘도 넘치고 흥도 넘친다.

나잇살 좀 있어보이는 아저씨들이 어깨에 무거운 장식을 들쳐메고 빙글빙글 잘도 돈다.

인도 영화를 보면 맨날 춤추고 노래하고 난리도 아닌데, 진짜 인도 가면 왠지 사람들이 군무를 추고 있을 거 같은 착각 아닌 착각이 든다.




저녁은 뭘 먹어야하나



마음은 두 번이나 갔던 리틀인디아의 인도음식점인 로스 무티아라 Ros Mutiara 를 가고 싶었다.

우리나라에 돌아가면 남인도 음식을 못 먹을 뿐더러 거기에서 먹었던 건 다 맛있었으니까.

하지만 페낭의 대표 음식 중 하나라는 나시 칸다르 Nasi Kandar 를 아직 못 먹어본 게 마음에 걸렸다.

로스 무티아라 레스토랑의 바로 맞은 편에  카피탄 Kapitan 이라는 음식점이 있는데, 말레이시아에도 지점이 여러 군데 있는 큰 레스토랑이고 나시 칸다르를 판매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페낭에서의 마지막 식사라보니 더 고민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블로거의 마음으로 못 먹어본 걸 먹어봐야한다는 사명감에 카피탄으로 들어갔다.



나시 칸다르 메뉴에 보면 밥이며 계란, 오믈렛, 양고기 치킨커리 등등의 리스트가 쭉 있고, 가격이 써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왠지 하나하나 골라먹는 시스템 같았다.



"이거 이거 이거 주세요."

"어쩌구 저쩌구...."



종업원은 말레이어로 뭐라고 자꾸 말을 하는데,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결국 의사소통에 실패한 그는 나를 주방으로 데리고 갔다.

여기서 먹을 걸 알아서 고르란다.

본다고 내가 뭐 아나.

한두 개 정도야 이게 뭐냐고 물어볼 수는 있지만, 모든 음식을 그렇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대충 눈에 띄는 걸 손가락질해서 받아왔다.

흰밥에 커리와 달이라는 콩 소스를 뿌리고, 치킨 한 조각을 얹었다.

치느님은 역시 위대했다.

닭튀김이 맛없을리가 없어.



커리는 머튼 어쩌구 하는데, 못 알아듣고 그냥 달라고 했더니 내장이었나보다.

나중에 찾아보니 캄빙 페룻 Kambing Perut 이라고 양의 위장 부위였다.

순대 먹을 때 제외하고는 부속물을 먹어본 적은 없지만, 커리의 향신료가 워낙 강하다보니 누린내가 나지는 않은 게 다행이었다.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꾸역꾸역 먹어치웠다.



음식의 문제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잘 몰라서 생긴 문제이니.

하지만 정말 짜증났던 건 종업원의 태만이었다.

덥고 목말라서 콜라를 주문했는데, 20분이 넘도록 가져다주지 않았다.

냉장고에서 꺼내기만 하면 되는데도.

나 뿐만 아니라 옆 테이블에 앉은 현지인 커플도 같은 상황.

처음에는 꾹 참고 기다렸는데 짜증이 나서 내가 냉장고에서 직접 꺼내왔다.

날 보는 옆 자리 커플의 남자도 똑같이 

이럴 거면 그냥 가던 데 갈 걸.

이제까지 페낭에서 먹거리 운은 다 좋았는데,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마지막 식사를 망쳐서 기분이 우울했다.



호텔로 돌아와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출발이라 잘 때 입을 옷과 다음날 아침에 쓸 세면도구 정도만 남겨놓고 전부 짐을 싸놔야한다.

벌써 해가 진다.

여행이 정말 끝났구나.



일정이 짧아서 기내용 캐리어를 샀는데, 저 쇼핑한 뭉텅이를 욱여넣으려니 짜증이 났다.

뭐 산 것도 없는데, 부피는 왜 이렇게 크냐.



내가 왜 스카치테이프를 3개나 싸들고왔는지도 이해불가.

버릴 수 있는 건 다 버리고, 봉지에는 작은 구멍을 내서 부피를 줄여가다가  폭발했다.

나는 왜 작은 가방을 가지고 왔던가.



짜증도 나고, 잠이 안 와 일찍 잘 거 같기도 하고, 이곳에서의 마지막 밤이 아까워서 며칠전 국수를 먹었던 호텔 근처 노점으로 향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는 커피 O, 커피 C  등 독특한 커피 메뉴가 있다.

커피 O Kopi-O 는 설탕이 들어간 커피, 커피 C Kopi-C 는 연유가 들어간 커피, 커피 꼬송 Kopi-kosong 은 설탕도 연유도 넣지 않은 블랙커피다.

여기는 메뉴판이 없어서 조금 반신반의하면서 커피 O 를 달라고 하니, 알았다면서 바로 만들어주었다.

시럽 좀 넣은 아메리카노인데, 커피를 워낙 진하게 먹는 나라이다보니 많이 달진 않았다.



옆집에 팬케이크를 파는 곳도 있어서 바나나 팬케이크를 하나 주문했다.

가격은 2링깃.

팬케이크라기보다는 크레페에 좀 더 흡사하게 얇고 바삭한 반죽에 바나나를 올리고 땅콩 분태와 설탕을 뿌린 후 반으로 접어서 나왔다.

바삭하면서도 속은 달콤해서 가볍게 먹기 좋은 디저트였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

그림자 아래 도마뱀이 숨어있다.

동남아 여행 다닐 때 처음 보고 너무 귀여워서 키우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쪽 지역에서는 어느 건물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실제로 파충류를 좋아하시는 분들 중에서는 애완용으로 키우시기도 한다고 들었다.



돌아와서 꾸역꾸역 짐을 다 쌌다.

원래는 한국에 가져갈 생각으로 여기 맥주 2캔을 샀는데, 캐리어 공간도 부족하고 하니 겸사겸사 마셨다.

미지근해서 그닥 맛은 없었다.



페낭 도착한 첫날한 헤나도 거의 지워졌다.
4분 5초 같았는데, 4박 5일이 눈깜짝할 새에 지나갔다.
헤나한 거 좋아했는데... 쿠알라룸푸르에서 여유가 있으면 가기 전에 한 번 더 해야지.
비행기 타려면 아침일찍 일어나야하는데, 이런저런 생각으로 잠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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