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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2 타지키스탄 [完]

[타지키스탄] 18. 5/16 이스타라브샨 (2)

by 히티틀러 2013.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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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을 찾아가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어요.

언덕 위의 파란 지붕이 눈에 확 띄어서 그 지붕이 있는 쪽만 따라가면 되었거든요.



여기도 소 한 마리.

더위에 지쳤는지 소는 우리가 앞을 지나가거나 말거나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근처에 워낙 소똥이 많아서 밟지 않게 바닥을 보며 조심조심 피해다녔어요.


"어? 너!"


아까 만났던 18살 청년이 우리를 따라 왔었어요.

그 청년은 여전히 여러 언어를 섞어가면서 이스타라브샨과 성에 대해 가이드처럼 설명해주었어요.



성 앞에는 말을 탄 한 사람의 동상이 있었어요.

이 사람은 '테무르 말리키'라고 했어요.

테무르 말리크는 12세기에 후잔드 지역을 통치했던 왕이었지만, 몽골에 의해서 쫓겨났다고 했어요.

나중에 세력을 모아서 다시 후잔드를 되찾으려고 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한 불운한 왕이라고 했어요.


테무르 말리키에 관한 정보는 http://turkiclibrary.tistory.com/34685



성의 입구.

깨끗하게 정비된 것을 보아서 최근에 복원을 한 거 같았어요.

역사적으로는 큰 의미가 있는 유적지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지 아니면 관리할 생각이나 여력이 아직 없는 건지 표를 파는 사람도 없었어요.

우리는 공짜라며 좋아하며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개가 나타나 마구 짖었어요.



평소 개를 무서워해서 길에서 치와와나 말티즈만 나타나도 피하곤 하는데, 개가 나타나서 물어 뜯을 듯이 짖는 바람에 일단 도망갔어요. 

잠시 후에 조금 잠잠해졌나 싶어서 슬쩍 보니, A씨는 왠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개는 저를 보자 다시 으르렁 거리기 시작했고, 할아버지는 개에게 소리를 지르셨어요.

그 분이 개 주인이신 듯, 혼이 난 강아지는 바로 조용해졌어요.


"이 할아버지도 우즈벡어 하세요."


할아버지는 우즈벡어를 유창하게 하시지는 못했지만, 의사소통은 할 줄 아는 정도셨어요.

할아벚는 우리에게 오디를 따서 주시고는 구경 잘 하라고 하셨어요.

우리는 계단을 따라 성 위로 올라갔어요.






외관은 멀쩡해보였지만, 내부는 아직 복원을 하다가 방치한 듯 했어요.

깨진 타일과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열려있었어요.

계단을 따라 성벽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도 있었지만, 고소공포증도 있고 안전 장치도 전혀 되어 있지 않아서 그냥 있었어요.


"어? 너!"


아까 만났던 18살 청년이 우리를 따라 왔었어요.

그 청년은 여전히 여러 언어를 섞어가면서 이스타라브샨과 성에 대해 가이드처럼 설명해주었어요.


청년의 이야기에 의하면 성이 있는 언덕의 이름이 '무르 테마 Mur-tepa'라고 했어요.

현재는 일부분만 남아있지만 과거에는 성곽이 있었고, 그 근처에서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어 모여 살았다고 했어요.

그러나 알렉산더 때에 이 지역을 점령하면서 성을 부수고 마을을 몰살시켰다고 했어요.

반대쪽에 있는 언덕에는 그 때 몰살한 마을 사람들의 머리를 잘라서 쌓아둔 곳이 있다고 했어요.



성 내부에 있는 공터.

종교적 명절이나 이스타라브샨에서 큰 축제가 있으면 이곳에 모여서 행사를 한다고 했어요.

2005년에도 무슨 기념행사가 있었는데, 타지키스탄의 대통령인 에모말리 라흐몬 대통령도 여기에 다녀갔다고 했어요.



언덕 위에 있는 데다가 큰 건물이 없어서 마을 전체가 전부 내려다보였어요.

청년이 자기 집도 어디에 있다고 가리켜 줬지만, 어디인지는 알 수가 없었어요.

구경을 마치고, 그 청년은 지름길을 가리켜 준다며 길도 없는 언덕을 자꾸 내려가게 하더니 마지막으로 왠 가정집 같은 입구가 나왔어요.

정말 아는 사람이나 찾지, 모르는 사람은 절대 찾을 수가 없는 곳이었어요.

청년은 우리에게 남은 관광을 잘 하라면서 자기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어요.

그냥 헤어지기 아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해서 이메일 주소를 교환하고 헤어졌어요.

여행이 끝나고 몇 번인가 메일을 보냈지만 답장이 없어서 결국 지금은 연락이 끊긴 게 조금 아쉽네요.








"우리 이제 어디로 갈까?"

"아까 올라가서 보니 저쪽에 푸른 지붕의 모스크가 하나 있더라. 거기로 가자."


눈이 안 좋은 저와는 달리 A씨는 시력이 좋아서 멀리 있는 데까지 잘 보고, 금방 잘 찾아요.

저는 A씨를 졸졸 따라갔어요.




A씨는 구 시가지로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골목을 요리조리 걸어가자 정말 푸른 돔의 모스크가 나타났어요.



이 모스크는 '압둘라티프 술탄 마드라사'.

15세기에 지어진 모스크 겸 마드라사(이슬람 신학교)예요.

모스크에 들어가려고 하자, 우리를 본 할아버지는 잠시 기다리라고 하셨어요.

어디선가 열쇠를 가지고 오시더니 직접 문을 열어주셨어요.



밖에서 볼 때에는 큰 기대를 안했는데, 내부는 정말 예뻤어요.

실제 관광지로 개발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어요.

좀 더 돌아보고 싶었지만, 현재까지도 이슬람 신학교로 사용되고 있어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라 사진만 찍고 바로 나왔어요.




이 모스크의 상징은 바로 이 푸른 지붕이예요.

'압둘라티프 술탄 마드라사'가 정식 이름이지만, 이 돔 때문에 '푸른 돔'이라는 뜻의 '콕 굼바즈'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해요.








슬슬 돌아가야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어요.

후잔드로 돌아가는 쉐어드 택시는 중앙 시장 근처에서 탄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우리는 시장으로 향했어요.



이스타라브샨 중앙시장.





시장 입구.

근처 상인들에게 어디서 택시를 타느냐고 물어보니, 우리들에게 택시 기사를 찾아주시겠다고 했어요.

몇몇 아저씨들은 택시 기사를 알아보러 가시고, 남은 분들은 우리에게 미지근하게 식힌 차를 대접해주셨어요.

잠시 후, 아저씨들이 택시기사라며 청년을 하나 데리고 오셨어요.

우리는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택시기사 청년을 따라 갔어요.



"후잔드까지 얼마예요?"

"한 사람당 20소모니."


처음에는 우리가 외국인이라고 뒤집어 씌우는 줄 알았어요.

후잔드에서 올 때는 한 사람당 10소모니에 왔거든요.

특별히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건데 요금이 두 배나 뛰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두 사람 더 기다릴래? 아니면 80소모니 내고 너희끼리 갈래."

"기다릴게요."


청년은 손님을 구하러 어디론가 사라졌어요. 

차에서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다른 승용차가 한 대 더 들어오더니 우리에게 그 차를 타고 가라고 했어요.

안에 이미 두 명이 앉아있었거든요.

A씨는 앞자리에 앉고, 저는 뒷자리에 앉았는데 옆에 앉아계시던 아주머니들이 워낙 덩치가 좋으셔서 완전히 차에 낑겨서 갔어요.

아주머니 두 분과 운전기사는 우즈벡어를 할 줄 알았어요.

우리 우즈벡어를 할 줄 안다는 사실을 안 아주머니는 저에게 마구 말을 거셨어요.

저는 아주머니들에게 여행 때 찍은 사진과 제 여권을 모두 보여드리고 나서야 아주머니들의 질문 공세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참고로 우리가 낸 쉐어드 택시비 20소모니는 외국인이라고 바가지를 씌운 게 아니라, 정상 가격이었어요.

아주머니들도 20소모니를 내셨다고 하셨어요.

후잔드에서 이스타라브샨까지 갈 때는 8-10소모니 정도면 가지만, 돌아올 때는 15-20소모니는 내야한다고 해요.

그 이유는 후잔드에서 출발하면 이스타라브샨 뿐만 아니라 여러 곳을 들리며 사람을 태울 수가 있지만, 돌아올 때는 갈 데가 후잔드 갈 때 밖에 없이 때문이었어요.



이스타라브샨은 꽤 볼만한 도시였어요.

관광지 느낌이 물씬 나는 것도 아니고, 마치 중앙아시아의 옛날 모습을 보는 기분이었어요. 

후잔드에서도 왕복 3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고, 볼거리가 대부분 레닌 거리에 몰려 있어서 걸어가면서 관광하기에도 좋아요.

하지만 숙박 시설은 별로 보이지 않았고, 호텔 하나는 제가 여행할 때 공사 중인 듯 운영하고 있지 않아서 숙박을 하기에는 그닥 좋은 것 같지는 않아요.

후잔드 여행하시는 분들은 하루 정도 시간을 할애하셔서 이스타라브샨에 당일치기로 다녀오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시골실을 한 30분 정도 갔을까, 기사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타직어로 무언가를 이야기하시더니 갑자기 길가로 차를 세우셨어요.

아주머니들은 차에서 내리셨고, 무슨 일인가 해서 따라가 봤더니 밭에서 직접 농사지은 듯한 농산물을 팔고 있었어요.

아주머니 두분은 오이와 토마토를 바리바리 사셔서 트렁크에 싣고 다시 출발했어요.


후잔드에 도착하자 택시 기사를 어디서 내릴지를 물어보았어요.

원래는 우리가 탔던 버스 터미널에서 내려야하지만,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 이름을 말하자 기꺼이 그 곳에 내려주었어요.

벌써 오후 4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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