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니 B씨와 약속한 3시보다 훨씬 지나 4시가 넘어있었어요.
B씨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일단은 나가서 저녁이나 먹자."
택시를 타고 오면서 우리는 시장을 봤어요.
우리가 묵고있는 호텔에서 그닥 멀지 않은 곳이었어요.
중앙아시아 지역에는 한국처럼 어디에나 음식점이 많지는 않아요.
하지만 사람들이 모이는 시장 근처에는 끼니를 해결한 만한 곳이 있기 마련이거든요.
슬슬 파장 준비를 시작할 시간이긴 했지만, 시장에는 아직 사람들이 많았고 문을 연 식당들도 눈에 띄었어요.
그 중 우리는 사람이 좀 있어보이는 한 식당에 들어갔어요.
식당 이름은 샤르크 오쉬호나 Sharq Oshxona.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을 고르고, 그만큼의 돈을 지불하는 카페테리아 형식의 밥집이었어요.
저와 B씨는 라그몬(전통 국수)과 매쉬드 포테이토, 미트볼과 커피 한잔을 시켰고, A씨는 포테이토와 미트볼 대신에 볶음밥 비슷한 오쉬를 시켰어요.
가격은 한 사람당 10소모니, 약 2,500원 정도였어요.
맛은 '싼 게 비지떡'이라고 딱 그 가격 정도의 맛이었어요.
셋 다 저렴한 가격으로 배를 채울 수 있다는 데에 만족했어요.
판즈샨베 시장 Panjshanbe Bazar.
후잔드의 중심지이자 가장 큰 시장이에요.
'판즈샨베'는 타직어로 '목요일'이라는 뜻인데, 상설 시장이기는 하지만 목요일에 특히 크게 열리는 시장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우리는 다음날 시장에 가기로 했어요.
이미 시간이 5시가 가까워져서 거의 파장 무렵이기도 했고, 다음날이 목요일이었기 때문에 어차피 다시 올 계획이었거든요.
일단 그 옆에 있는 모스크에 들어갔어요.
시장 맞은 편에 있는 이 모스크는 쉐이흐 마살 앗 딘 모스크와 영묘예요.
내부에 들어가니 기도 시간이 다 되어가는지 카펫을 깔고 있었어요.
모스크에 안에 들어가려니 머리를 가릴 수건도 없고 해서 사진만 금방 찍었어요.
모스크의 미나렛.
모스크와 영묘는 1394년에 건설되었지만, 이 미나렛은 그 때 같이 지어진 게 아니라 1865년에 추가적으로 지어졌어요.
미나렛의 높이는 21m라고 해요.
모스크 뒷쪽.
옆에는 공사 중인 건물이 있었어요.
건물 스타일로 봐서는 모스크와 관련된 건물인 것 같은데, 설명도 없고 일하는 사람도 없어서 정확히 어떤 건물인지는 모르겠어요.
모스크 앞에는 피둥피둥 살찐 비둘기들이 엄청 많았어요.
한국의 비둘기처럼 날 생각도 않고, 사람들이 주는 모이를 먹으며 열심히 걸어다니고 있길래 일부러 달려 들어서 비둘기를 날려보았어요.
역시 몇 발짝 날다가 다시 열심히 걷는 비둘기들이었어요.
제 2차 세계대전 기념비.
당시에는 독일과 소련 간의 전쟁이었지만, 많은 중앙아시아 출신 군인들이 참전을 했기 때문에 중앙아시아 각국에서도 기념하고 있어요.
특히 나치 독일이 소련에 항복한 5월 9일은 승리의 날로 중요한 국경일 중 하나예요.
기념비 앞 뒷면으로 새겨진 부조.
근처 건물에 붙어있던 '5월 9일' 기념 현수막.
제 2차 세계대전 기념비까지 본 이후로 마슈르트카를 타고 후잔드 성으로 가기로 했어요.
론니플래닛에는 '시타델 citadel'이라고 나와있었지만, 마슈르트카 기사들에게 아무리 말을 하고, 지도를 보여줘도 어디인지 알지를 못했어요.
결국 두샨베에서 산 사진 엽서를 뒤져 보여주자 사람들이 그제서야 알겠다고 했어요.
마슈르트카를 타고 가는 중.
그닥 멀리 가지도 않았는데, 한 버스 정류장에 멈춰서더니 기사가 우리에게 내리라고 했어요.
어느 방향을 가리키면서 그 쪽으로 나오면 성이 나온다고 했어요.
우리는 일단은 내려서, 기사가 알려준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우체국.
우표나 사진 엽서를 구입할 수 있어요.
극장.
후잔드 성.
현재는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데, 정식 명칭은 '소그드 지역 역사 박물관'이예요.
내부에 군사 시설도 있어서 군인이 지키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사진을 막 찍으면 안 되는 곳이예요.
시간이 늦어서 안에 들어갈 수 없었어요.
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시르다리오'강이 흐르고 있어요.
시르다리오 강변에는 타지키스탄의 유명한 인물들의 흉상들이 전시되어 있어요.
길 건너로 동상이 하나 보였어요.
론니플래닛에서는 레닌 동상이라고 했지만, 두샨베에서 봤던 것과 같이 소모니 1세의 동상으로 바뀌어 있었어요.
다리를 건너서 소모니 동상까지 보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어요.
끼니를 먹기에는 애매해서 근처 마트에서 과자와 간식거리를 사서 숙소에서 같이 먹으며 이야기를 했어요.
"방 어떻게 할까요?"
우리는 처음에 이틀 묵기로 한 뒤로 돈을 냈고, 다음날 아침에는 방을 빼야했어요.
하지만 이 방에서는 더 묵고 싶지 않았어요.
"나 1층에서 정말 좋은 방 봤어요."
아침에 호텔을 돌아다니다가 잘못해서 열려있는 다른 방에 들어갔는데, 우리가 묵고 있는 방과는 차원이 달랐어요.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방이 전부 최악은 아니라는 이야기였어요.
"그럼 지금 우리가 묵고 있는 방에서 한 두단계만 좋은 방으로 옮기면 괜찮지 않을까요?"
모두들 좋다고 했어요.
우리는 내려가서 카운터 아주머니에게 다른 방이 있냐고 물어보았어요.
"다른 방은 다 나갔고, 세미 룩스하고 룩스만 있어."
"일단 그 방 좀 보여주세요."
아주머니는 열쇠를 주면서 1층 끝방으로 들어가보라고 했어요.
아침에 제가 잘못들어갔던 그 방이었어요.
놀라운 것은 가격.
3인 1실 방 하나 가격이 160 소모니인데, 우리가 머물고 있던 최악의 방이 한 사람에 40소모니해서 셋이 합쳐 120소모니였어요.
그나마도 기사 아저씨가 아주머니와 흥정을 해서 100소모니를 냈어요.
50소모니는 10달러 정도니, 셋이 합쳐 만 원만 더 내면 좋은 방에서 잘 수 있는 거였어요.
우리는 다음날 아침 8시에 바로 방을 옮기기로 이야기하고, 돌아갔어요.
그리고 저는 이스타라브샨 여행과 후잔드를 쉬지도 못하고 하루종일 돌아다닌 탓에 이 날 체력이 완전히 바닥이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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