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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1 카프카즈&터키[完]

[아제르바이잔] 15. 7/11 나흐치반 자치공화국 줄파

by 히티틀러 2013.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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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파로 가는 길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어요.

구름이 좀 많이 끼기는 했지만, 전원으로 놀러가는 기분이었어요.




저 멀리로 나흐치반의 대표적인 상징인 일란 다그(ilan dag, 뱀 산)이 보였어요.

위로 올라갈 수도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시간도 돈도 없어서 그냥 멀리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어요.






나흐치반의 자연 환경은 이제까지 제가 보아왔던 한국의 자연환경과 달라서 매우 신기했어요.



"저 쪽 너머가 이란인데, 원래는 다 우리 땅이었어."


아저씨가 얘기하셨어요.

원래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은 현재 아제르바이잔 공화국의 영토 뿐만 아니라 테브리즈를 중심으로 한 이란 서북부를 포함한 넓은 지역에 살고 있었어요.

현재 아제르바이잔에 해당하는 카프카스 지역은 북 아제르바이잔, 현 이란 영토에 해당하는 지역은 남 아제르바이잔이라고 불렀어요.

그런데 1828년 러시아와 페르시아 사이에 체결된 '투르크멘차이 조약' 때문에 북 아제르바이잔은 러시아가, 남 아제르바이잔은 페르시아가 차지했는데, 그 상태가 오늘날까지 내려져 오고 있어요.

현재 이란 인구의 16%~20는 아제리인이 차지하고 있는데, 그 수가 적게는 천 만명에서 많게는 2천만 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어요.

이 수치는 현 아제르바이잔 인구인 9백만보다도 많은 수치예요.

실제로 서북부 지역에 가면 이란어를 모르고 아제르바이잔어만 알아도 의사소통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고 해요.










줄파 도착.

여긴 아까 본 나흐치반 시보다 훨씬 더 깡촌이었어요.

아저씨에게 중간에 기념품을 살만한 곳이 있냐고 물으니 가게 앞에 내려다주었어요.

데려다 준 곳은 생필품을 파는 상점이었는데, 그나마도 대부분 먼지가 뽀얗게 쌓여있고 제대로 된 물건이 없었어요.

이해도 가는 것이 나흐치반은 유통이 안 좋을 수 밖에 없는 지역이에요.

본토와는 떨어져 있고, 그 사이는 적국인 아르메니아가 점령하고 있거든요.

본토에서 물자를 보내려면 비행기로 보내거나 아니면 이란을 거쳐서 보내야해요.

그나마도 몇 년 전 터키와 바로 이어지는 도로가 개통되어 터키에서 물건을 들어올 수 있어서 사정이 많이 나아진 셈이예요.




구름이 걷힌 것은 아니었지만, 다행히 날씨가 많이 개고 있었어요.



열심히 운전을 하시던 아저씨가 차를 세우셨어요.


"여기 이란 국경."


아저씨는 따로 부탁도 안 했는데, 센스 있게 이란 국경까지 구경시켜주셨어요.

이란에 가면 어디서나 볼 수 있다던 호메이니 사진도 멀리서나마 볼 수가 있었어요.









돌아가는 길.





아저씨는 일란 다그가 잘 보이는 곳에 차를 세워주셨어요.

날씨나 분위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란 다그가  왜 나흐치반의 상징인지, 민족의 영산인지를 느낄 수 있었어요.


차를 타고 다시 돌아가는데 아저씨께서 물으셨어요.


"이 근처에 우리 누나 집 있는데, 차 한 잔 하고 갈래요?"

"네, 그럴게요."


크게 신세를 지는 것도 아니고,차 한 잔 얻어먹는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아저씨는 전화 통화를 하고는, 한적한 시골길로 차를 몰았어요.






갑작스러운 손님에 당황스러워 하거나 부담스러할만도 한데, 누님과 가족들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어요.

뒷마당에 있는 과일나무에서 사과와 살구를 따 주시고, 차와 사탕을 내주셨어요.

어디서 들었는지 기사 아저씨의 어머니와 이웃 사람들도 하나 둘 몰려와 한참이나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어요.


"닭 잡아줄테니까 여기서 하루 밤 자고 내일 가!."


아저씨의 어머니와 누님께서 우리를 붙잡았어요.

국경에 가면 밤늦은 시간이 되고, 자신의 집에 찾아온 손님이니 그냥 보낼 수가 없다면서 하루 밤을 자고 떠나라고 했어요.

호의는 정말 감사했지만, 우리는 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았어요.


"비자 기간 때문에 오늘 밤까지 떠나야 해요. 죄송해요."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지만, 비자 문제 때문이라고 하니 아쉬워하시기는 해도 더이상 붙잡지는 않으셨어요.

대신 가면서 먹으라면서 집에서 직접 구운 빵과 치즈, 정원에서 갓 따온 사과와 살구를 잔뜩 싸주셨어요.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다시 아저씨의 차를 타고 국경으로 떠났어요.










어느새 밤이 되어 바깥에는 어둠이 짙게 내려있었어요.

그러다 기름을 넣어야한다며 주유소에 정차를 했어요.

아저씨는 옆에 있는 버스를 한 대 보더니 이야기했어요.


"저 버스가 터키 버스인데, 저거 타고 갈래요?"


아저씨는 저 버스를 타면 으으드르까지 한 번에 갈 수 있을 거라고 했어요.

그게 좋겠다고 하자, 아저씨는 버스 기사에게 가서 이야기를 했어요.

버스기사는 한 사람당 5마나트에 으으드르 버스 터미널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했어요.

우리는 그렇게 하기로 하고 아저씨에게 줄파까지 왕복 비용을 드린 뒤 버스로 갈아탔어요.


얼마 안 되어 아제르바이잔 세데렉 국경에 도착을 했어요.

자정에 가까운 한밤 중에 여행객이라고는 우리 둘 밖에 없는데다가 총을 든 군인이 지치고 있어서 그런지 괜히 더 삭막하게 느껴졌어요.

국경 심사원은 저는 밖에 있으라고 하고, M씨는 사무실 안에 불러서 이것저것을 물어보았어요.

무슨 꼬투리가 잡힌 게 아닐까, 외국인들은 거의 다니지 않는 국경이라서 까다롭게 구는 건가 하고 걱정했지만, 다행히 저는 들어가지 않았고, 별 일이 없었어요.

터키 국경도 금방 통과했어요.

터키 입국 심사를 받고 버스에 올라타는데, 아제르바이잔 남녀 한쌍이 버스에 같이 올라탔어요.

국경을 넘고 으으드르까지 갈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거였어요.

그 사람들이 갈 곳도 우리와 똑같이 카르스.


아제르바이잔과 터키는 국경을 마주하고 있지만, 시차가 2시간이 나기 때문에 갑자기 시간이 2시간이 빨라진 게 조금 신기했어요.

터키 시간으로 자정이 조금 넘어서 우리는 으으드르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어요.

다행히 버스 터미널은 열려있었고, 직원도 한 명 있었어요.

이미 버스는 끊겼기 때문에 다음날 아침 카르스로 넘어가는 첫차인 6시 표를 사고, 아제르바이잔 커플과 함게 벤치에 누워서 쪽잠을 청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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