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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2021 경주

경주 황남동 60년 전통 콩국 맛집 - 경주 원조콩국

by 히티틀러 2021.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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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 왜 콩국이 유명하지?



황리단길과 경주 황남동 인근을 돌아다니다보니 '콩국'을 파는 가게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어요.
의외였어요.
일단 콩국은 여름을 제외하고는 흔하게 먹는 음식도 아니예요..
게다가 콩국이 잘 안 알려진 지역 음식이라면 콩이 많이 생산되어야할 거 같은데, 경주와 콩은 접점이 없어보였거든요.
경주 토박이신 숙소 사장님께 여쭤봤는데, 사장님도 정확히는 잘 모르고 계신 거 같았어요.

 

 

궁금해서 콩국을 한 번 먹어보기로 했어요.
제가 다녀온 곳은 '경주 원조콩국' 이라는 곳이에요.
묵고 있던 숙소에서 걸어서 5분 이내의 거리라 가깝기도 하고, 이래저래 오가면서 보니 식사 시간이 아닌 데도 주차되어있는 차가 많아서 맛집이구나 싶었어요.
숙소 사장님께서도 추천해주시기도 했고요.
위치는 황남동 첨성로로, 옛날 황남초등학교 인근이에요.
첨성대와 내물왕릉, 월정교 등에서도 걸어서 5~10분 거리예요.
영업시간은 오전 5시부터 오후 8시까지이며, 매주 일요일은 휴무입니다.

 

 

가게 문부터 블루리본 서베이 스티커가 다닥다닥 붙어있어요.
경주 원조콩국은 1956년에 문을 열어 현재까지 60년이 넘게 영업하고 있는 노포로, 여러 방송에 나왔다고 해요.

 

 

건물 자체는 황남동답게 옛날 한옥을 개조해서 만들었어요.
테이블도 있고, 신발 벗고 들어가는 좌식도 있어요.

 

 

경주원조콩국 메뉴.
가게 이름에 있는 콩국 뿐만 아니라 콩국수와 순두부 찌개, 생콩우거지탕 등 콩요리를 판매해요.
메뉴을 보면 특이점이 꽤 많아요.
우리나라에서 콩물 혹은 콩국수는 차갑게 먹기 마련인데, 여기는 콩국도 따뜻하고, 따뜻한 콩국수도 판매해요.
게다가 콩국도 각종 견과류니 설탕이니, 심지어는 계란 노른자와 찹쌀 도너츠까지 넣어서 파는데, 도대체 무슨 조합인지, 무슨 맛이 날 지 상상도 안 되었어요.
 

 

 

콩국을 주문했는데, 반찬으로 무말랭이가 나와요.
이것도 무슨 조합인지 모르겠어요.

 

 

따뜻한 콩국 3


제가 주문한 건 따뜻한 콩국 3번으로, 가격은 5,000원입니다.
찹쌀도너츠, 들깨, 계란노른자, 흑설탕이 들어있다고 하는데 , 나온 거 보면 사발에 뜨끈한 콩국만 한 사발 푹 떠준 거 같은 느낌이에요.

 

 

숟가락을 넣어서 휘휘 저어보니 터진 계란 노른자가 보여요.
콩국에 계란 노른자는 왠지 비린내 날 거 같아서 쌍화차 먹을 때처럼 호로록 건져먹을라구 했는데, 망했어요.

 

 

찹쌀도너츠는 시장통에서 기름에 튀겨서 파는 도나-쓰를 잘라서 넣었어요.
콩국에 찹쌀도너츠를 넣어먹는 건 누가 제일 처음 시작했는지 모르겠어요.
중국에서는 두유 豆浆 에 밀가루 튀김인 요우티아오 油条 을 찍어먹는 문화가 있긴 하지만, 중국 쪽에서 가져왔을 거 같지는 않아요.
예전에 근처에 도나쓰 파는 노점이 있었고 손님들이 거기에서 도나쓰를 사가지고 왔던 데에서 시작을 했을까요?
혼자 추측해보지만 역시나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어요.

 

 

설탕은 가루가 아니라 덩어리로 들어가 있어서 잘 풀어줘야해요.
색을 보니 단맛이 강한 흑설탕이에요.


달달하고 든든하다



계란노른자가 터진 게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에라 모르겠다 하고 전부 휘휘 섞은 뒤 먹어보았는데, 웃음이 나는 맛이었어요.
콩국수 먹을 때 넣는 콩물을 생각하고 좀 깔깔한 알갱이가 느껴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목에 걸리는 거 없이 부들부들해요.
시판 두유보다는 좀 더 진하고 묵직하고, 여기에 간수만 넣으면 딱 두부가 될 거 같은 점도예요.
설탕이 들어가니 달달하고, 콩국에 푹 젖은 찹쌀도너츠는 쫄깃해서 떡 같은 느낌이 났어요.
여기에 무말랭이를 곁들이니 단짠단짠해서 계속 먹게 되더라구요.
주전부리 정도로 생각하고 주문했는데, 뱃속이 뜨끈해지면서 든든해서 끼니 대용으로 먹어도 좋겠더라구요.
특히 전날에 한 잔 하고 나서 아침에 먹으면 해장도 되고, 속도 편안할 거 같아요.

 

 

따뜻한 콩국 1


같이 간 친구는 따뜻한 콩국 1번을 주문했고, 가격은 6,000원이에요.
여기에는 검은깨와 검은콩, 꿀, 찹쌀 도너츠가 들어가서 약간 거무스름한 색깔이 나요.

 

 

3번은 흑설탕이 들어가서 단맛이 강하다고 하면 1번은 검은깨와 검은콩이 들어가서 고소한 맛이 더 강해요.
꿀이 들어가긴 하지만 흑설탕보다는 꿀이 단맛이 더 은은하니까요.
3번은 단맛이 강해서 1그릇 정도 먹으면 좀 물릴 수도 있다면 1번은 덜 달고 고소해서 따뜻한 콩미숫가루의 느낌이 더 많이 나고 덜 물린다고 볼 수 있어요.


또 가고 싶다



큰 기대감 없이 호기심에 간 가게였는데, 의외가 참 많았어요.
메뉴도 그렇고, 그 조합도 그렇고, 무슨 맛일지 상상도 잘 안 가는 조합인데 의외로 맛있어요.
따뜻한 콩물 같은 경우는 콩비린내가 나기 쉬운데 하나도 안 났고요.
경주를 또 가게 된다면 여기는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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