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귬리 가자."
호스텔에 다른 사람이 해둔 예약이 있어서 하루동안 방을 비워줘야했어요.
직원은 원한다면 다른 데 머물 곳을 알아봐준다고 했지만, 이참에 하루정도 다른 곳에서 1박하고 오는 것도 괜찮을 듯 했어요.
하지만 어디를 여행할지 마땅한 계획을 세우고 여행하는 게 아니라서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친구가 귬리를 가자고 제안했어요.
다른 여행자들이 잘 가는 곳도 아닐 뿐더러 직원이 아름답다고 추천한 곳이라고 했어요.
어차피 아는 것도 없는 데다가 현지인이 추천한 곳이라면 괜찮을 거 같았어요.
오전에는 주말에만 열린다는 벼룩시장을 보고, 오후에 귬리로 넘어가기로 했어요.
아침 10시까지는 아침식사를 주기 때문에 친구와 함께 아침을 먹고 나가기로 했어요.
호스텔에서 주는 아침은 빵, 잼, 버터, 치즈, 계란, 커피 등 간단한 서양식 식사.
더위 먹은 이후로 계속 속이 안 좋아서 커피는 좀 부담스러웠어요.
"У вас есть чай? (차 있나요?)"
알고 있는 몇 안되는 러시아어로 물어보니, 주방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께서 매우 기뻐하시면서 곧 차를 가져다 주셨어요.
"շնորհակալություն (감사합니다)."
친구가 산 가이드북에 있던 아르메니아어로 인사를 하니, 그 말을 듣고 직원분들이 막 웃으면서 저와 친구에게 매우 관심을 보이셨어요.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영어 하나만 믿고 현지어는 전혀 배우지 않은 채 여행을 하곤 해요.
하지만 저와 친구는 여러 외국어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간단한 인사말 정도는 배워서 현지어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식사를 마치고 체크 아웃을 한 뒤, 무거운 캐리어는 호스텔에 맡겼어요.
베르니사즈 벼룩시장은 공화국 광장 근처에 있어요.
이미 전날 헌책방을 찾으러 돌아다니면서 왔던 곳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었어요.
전통의상을 입은 천인형.
아르메니아 글자 및 십자가가 수놓아진 카펫과 각종 기독교 용품들.
오랜 디아스포라 역사를 가진 아르메니아인들에게 아르메니아 정교와 아르메니아 문자는 자신들의 정체성과 종교적 신앙을 상징하는 상징물로 큰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참고로 아르메니아 문자는 성경을 아르메니아어로 번역하고, 그리스와 시리아 교회에서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만들어졌어요.
때문에 아르메니아인들은 자신들의 종교와 문자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묘, 이와 관련된 관광기념품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답니다.
소련 시절 훈장과 옛 동전들을 파는 가게.
이런 가게들은 구 소련에 속해있던 전 지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어요.
아르메니아 브랜디 미니어쳐.
브랜디는 아르메니아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은 특산물 중 하나예요.
예레반에 브랜디 공장이 있어서 투어도 운영되고 있답니다.
일설에 의하면 스탈린이 영국 수상인 처칠에게 하루에 한 병씩 드시라고 300병을 보내주었다고 해요.
시장에서는 큰 양주병도 팔고 이렇게 미니어쳐로도 파는데, 가격이 매우 저렴해요.
기념으로 미니어쳐 몇 개를 샀는데, 개당 우리나라 돈으로 약 3-4천원 정도였어요.
체스와 나르디 판.
나르디는 아르메니아의 전통 놀이 중 하나로, 우리나라의 썅륙과 비슷한 주사위 놀이예요.
아르메니아 뿐만 아니라 터키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널리하는 놀이인데, 터키에서는 타블라 tavla 라고 불러요.
이 놀이판은 공장에서 만든게 아니라 장인들이 손수 나무를 깎고 칠을 해서 만든 것이라서 상당히 비쌌어요.
하지만 정말 제대로 만든 것을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듯 했어요.
터키에서도 볼 수 있는 나자르 본주우(악마의 눈).
그 외 각종 기념품들.
한여름에 털모자?
이 그림들은 무엇으로 그린 것 같으신가요?
바로 말린 꽃잎으로 그린 그림이랍니다.
꽃잎을 말린 후 하나하나 붙여서 만들었다고 해요.
아르메니아에서 가장 인상적인 기념품 중 하나였어요.
아르메니아 음식 냉장고 자석.
주식인 라바쉬와 햄, 페타 치즈와 케밥 순서예요.
냉장고 자석 자체가 크기가 작은데도 그 안에 오밀조밀 앙증맞고 세밀하게 정말 잘 만들었어요.
마치 정말 케밥을 구워서 만들어놓은 것처럼요.
하나도 똑같은 것이 없이 색이나 모양 등이 전부 미묘하게 달랐어요.
현지인들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멈춰서서 구경을 하거나 몇 개씩 사갔어요.
"이거 우리 집에서 직접 만든 거예요."
자석을 팔던 젊은 청년이 우리에게 이야기했어요.
모두 전부 청년의 아버지가 직접 만드신 수제품이었고, 실제로도 청년이 물건을 팔고 있는동안 옆에서도 계속 다른 것을 만들고 계셨어요.
우리는 그 분의 허락을 맡아서 다른 작품들의 사진을 몇 개 찍었어요.
아르메니아인의 생활 모습을 만들어놓은 이 작품들은 단지 관광 기념품이 아니라 정말 장인이 만든 하나의 예술 작품과 같은 느낌이었어요.
비용과 여건만 된다면 사가고 싶을 정도였어요.
하지만 아직 일정이 많이 남아있었고, 가지고 다니다가 망가질 수 있었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을 접고 작은 냉장고 자석을 여러 개 구입했어요.
저도 기념으로 가지고, 친구들에게도 선물로 줄 생각으로요.
베르니사즈 주말 시장은 예레반을 여행하시는 분들에게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꼭 보시라고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볼거리도 많고, 너무 사고 싶은 게 많아서 '왜 아르메니아가 여행의 마지막 장소가 아닐까' 하며 아쉬울 정도였거든요.
예레반의 웬만한 관광기념품 상점들보다 기념품의 종류도 많고, 가격도 저렴했을 뿐만이 아니라 호객 행위도 없어서 부담없이 돌아다니며 보기 좋았어요.
관광객들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고요.
정말 지름신을 부르게 하는 장소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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