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으로 여름 휴가를 다녀왔어요.
예전에는 대중교통으로 돌아다녔기 때문에 지역과 시간의 제한이 있었지만, 이제는 자차가 생기면서 이동의 폭이 넓어져 인근 지역까지 부담없이 다닐 수 있게 되었어요.
강릉에 온 김에 이 지역 특색이 있으면서도 해장이 되는 음식을 먹고 싶었어요.
강릉에는 제가 좋아하는 바인 '바 아스타 Bar Astar' 가 있어서 늘 과음을 하게 되거든요.
지난 번에는 삼숙이탕을 먹어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섭국 맛집을 찾아보았어요.
참고 : 강릉 중앙시장 삼숙이탕 맛집 - 해성횟집 (혼밥 가능)
제가 다녀온 곳은 완선섭국 & 포차입니다.
위치는 포남동으로, 강릉역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예요.
강릉역 인근에 숙소가 많으니 슬슬 운동삼아 걸어갈 만 하겠더라구요.
영업시간은 오전 10시 반 ~ 오후 10시까지이고,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는 브레이크 타임이에요.
저는 토요일 오전 10시 조금 넘어서 갔는데, 그 때 막 오픈 직전이셨어요.
주말에는 저처럼 조금 일찍 오는 사람들도 있고, 거의 준비가 다 된 상태라서 매장에서 앉아서 기다리라고 하셨어요.
완선섭국 메뉴.
대표 메뉴는 섭국과 곤지국, 섭죽입니다.
섭은 이 지역에서 자연산 홍합을 의미하고, 곤지는 '곤이'를 의미해요.
메뉴판을 보면서 오징어나 돼지두루치기, 가자미회무침 같은 메뉴가 있는 게 좀 낯설었어요.
아마 근처에 강릉경찰서도 있고, 식사나 반주를 하러오는 현지 주민들이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그 외에도 '오늘의 메뉴' 라고 해서 해산물 요리 메뉴가 있더라구요.
이거는 식사용이라기 보다는 저녁에 식사 겸 술 한 잔 하기 위한 게 아닐까 싶어요.
시장에 다녀온다는 간판이 입구에 있는 걸 보고 신선도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증가했습니다.
밑반찬.
소박하고 담백하면서도 집밥 느낌이 나는 반찬들이었어요.
여기에는 없지만, '이제 막 해서 맛이 있을지 모르겠다' 면서 따뜻한 감자조림도 주셨는데 진짜 너무 맛있더라구요.
반찬까지 남기지 않고 싹싹 비웠습니다.
섭+곤지국
섭과 곤지, 둘 다 먹어보고 싶어서 섭+곤지국으로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10,000원이고, 공기밥 하나와 우동면 약간이 같이 따라나와요.
곤이를 찍어먹기 위해서 와사비 간장도 같이 주고요.
보통 홍합 요리는 홍합이 껍데기 째로 나와서 먹는 사람이 살을 발라먹어야하는데, 섭국에는 바로 먹을 수 있도록 다 발라져서 나와요.
불순물 같은 게 많아서 다 손질을 하지 않으면 요리를 할 수가 없다네요.
곤이는 큼직하기도 했지만, 신선해서인지 진짜 부드러웠어요.
국물은 고추장 베이스예요.
강릉 - 동해 - 삼척 지역을 쭉 다녀오면 장칼국수도 그렇고, 고추장을 메인으로 한 국물요리가 많더라구요.
그런데 고추장 찌개처럼 칼칼하고 텁텁하기보다는 묘하게 라면스프 탄 거 같은 감칠맛이 있어요.
너무 맵지도 않아서 맵찔이인 저도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수준이에요.
영양섭죽
섭죽 가격은 10,000원입니다.
담백한 흰죽과 매콤한 빨간죽, 2가지 중에서 선택이 가능한데, 저는 안 맵게 흰죽으로 했어요.
비주얼은 야채 죽이랑 비슷한데, 위에 얇게 썬 섭조각이 들어가있어요.
간간이 미역조각 같은 것도 보이고요.
해산물 죽이지만 비리거나 짜지 않고 진짜 담백했어요.
빈속에도 부담이 없고, 매운 거 못 먹는 아이들이 좋아할 거 같아요.
집이 이 근처였거나 바로 집에 가는 길이었다면 나갈 때 하나쯤 포장해갔을 거에요.
섭국과 섭죽이라는 지역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먹을 수 있는 좋은 곳이었어요.
무엇보다 사장님이 음식 자체를 잘하시는 거 같아요.
다른 메뉴는 못 먹었지만, 전체적인 퀄리티를 봤을 때 다른 메뉴들도 다 맛있을 거 같아요.
강릉 맛집 리스트에 한 곳이 더 추가되었네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해줄만한 곳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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