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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2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키스탄] 03. 9/23 파르고나(페르가나) -> 안디잔

by 히티틀러 2014.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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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 자기 전에 맞춰놓은 알람소리에 잠이 깼어요.

우즈벡 사람들은 아침 일찍부터 일과를 시작해요.

남의 집에 신세 지내는 주제에 늦잠까지 잘 수 없어서 새벽에 알람을 맞춰놓았어요.

긴장해서인지 푹 잠들지 못한데다가 새벽 5시 반부터 들리는 마당 쓰는 빗질 소리.

너무 일찍 나가면 가족들이 불편해할 것 같고, 언제 나가야하나 고민하면서 5~10분 간격으로 잠들었다 깼다를 반복했어요.

7시쯤 되자 밖에서 하루 일과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 같아서 짐 정리를 하고 방 밖으로 나갔어요.


아저씨는 손 씻으라며 물을 직접 떠주시고, 자기 부모님과 함께 아침을 먹자고 하셨어요.

아침은 논(빵)과 홍차, 약간의 과일과 비스켓 몇 종류 정도였어요.

아저씨의 어머니께서는 '미리 전날 이야기라도 하지, 손님 대접을 제대로 못했다'면서 아저씨를 나무라셨어요.

페르가나 계곡 지역은 우즈베키스탄에서 과일이 맛있기로 유명해요.

일전에 누가 안디잔에서 가져왔다던 과일을 먹은 적이 있었는데, 얼마나 달고 맛있던지 정말 이런 과일은 어디에서 파나 싶었어요.

타슈켄트에서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가장 비싼 과일을 골라사도 그 정도의 당도를 가진 과일을 아직 보지 못했거든요.

아침을 먹으면서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나서, 방에서 짐을 챙겨나왔어요.


"방에 살짝 달러를 두고 오자. 직접 돈 드리기 좀 그렇잖아."

"그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아? 그냥 감사하다고 이따가 얼마 드리자."


저는 몰래 돈을 넣어두고 오자고 주장했지만, 친구는 직접 드리자고 했어요.

생각해보니 몰래 돈을 드리면 무시한다고 오해할 수도 있을 거 같아 친구의 말을 따르기로 했어요.

가족분들께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고, 아저씨와 함께 택시를 타고 시내로 나왔어요.


"난 근처에 사무실이 있어서 출근해야해. 여행 즐겁게 잘 해."


우리는 감사하다고 얼마 드리려고 했지만, 아저씨는 자기 집에 온 손님에게 돈을 받는 법은 없다면서 한사코 거부하셨어요.

몇 푼이라도 쥐어드렸으면 마음이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았을텐데, 다시 한 번 그 분에게 감사드리고, 죄송스러웠어요.

한국 돌아가면 꼭 선물이라도 보내서 사례를 하겠다고 생각하고 아저씨 집 주소를 받은 후 헤어졌어요.








파르고나(페르가나)는 계곡으로 가지 않는 이상, 시내는 그닥 볼 게 없어요..

론니플래닛 지도를 보면 도시가 그닥 크지도 않으니 안디잔으로 넘어가기 전에 구경이나 조금 하고 가기로 했어요.



파르고나(페르가나)의 대표적 위인이자 알 파르고니 공원의 주인공이신 알 파르고니.



어린이들을 위한 조그만 놀이 시설도 있었어요.





알 파르고니 공원은 동상이 있다는 것 빼고는 조용하고 한적한, 평범한 공원이었어요.

일요일 아침이라서 그런지 사람들도 많지 않았어요.

벤치에 앉아 솜사탕 하나 사먹고는 안디잔으로 가는 쉐어드 택시를 타러 갔어요.


파르고나(페르가나)에서는 도착지역에 따라 마슈르트카나 쉐어드 택시, 버스 타는 정류장이 달라요.

그러나 대부분 시장 근처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일단 시장까지 간 뒤 현지인들에게 물어보고 찾아가면 되요.

안디잔 가는 버스터미널은 시장 뒤쪽의 라히모브 거리(Rahimov ko'chasi)에 있어요.



뒷골목에서 본 시장의 모습.

타슈켄트에서 보던 다른 시장과 그닥 달라보이지 않아서 안에 들어가진 않았어요.



안디잔행 버스터미널.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어디서 타야하나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쉐어드 택시 기사가 우리를 잡았어요.


"안디잔?"

"네. 얼마예요?"

"한 사람당 8천숨(3달러)."

"얼마나 걸려요?"

"1시간 정도."


도시간 택시 이동에 8천숨이면 꽤 저렴한 가격이었어요.

20분 정도 밖에 안 걸리는 타슈켄트 공항에서 역까지 깎고 깎아서 12,000숨 줬는데요.

택시를 타기로 하고 차 트렁크에 짐을 실은 뒤 잠시 물을 사러 다녀온 사이에 택시기사는 승객 두 명을 더 모아왔어요.

요금으로는 두 사람이지만,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온 가족이라서 실제 택시 안의 인원은 기사 포함 7명.

그 가족이 타자마자 택시는 안디잔으로 출발했어요.





파르고나(페르가나)에서 안디잔 가는 길은 큰 산도 없고, 도로 포장도 잘 되어 있어서 편하게 갈 수 있었어요.












쉐어드 택시는 안디잔 터미널에서 내려주었어요.

우리랑 같이 택시를 타고 온 가족들도 그곳에서 내렸어요.

론니플래닛에는 안디잔 지도가 없어서 터미널이 어디 있는지, 호텔들이 어디 있는지 우리는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어요.

원래 생각은 2-3천숨 더 주고, 택시기사에게 책에 나온 호텔까지 데려다달라고 할 참이었어요.

그러나 도시간 이동거리가 짧아서 그런지 택시기사는 한탕을 더 뛸 생각인 듯 보였어요.


"혹시 안디잔 호텔 어디 있는지 아세요?"

"안디잔 호텔? 거기 낡고, 안 좋아.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길이 있는데 거기에 새로 지은 호텔 많아. 그닥 비싸지도 않아."

"에스키 샤하르는 어떻게 가요?"

"여기서 에스키 샤하르 라고 쓰여진 다마스 타고 가면 돼."

"감사합니다."


우리는 아저씨가 알려준대로 향했어요.



기차역이네?

기차역은 분명히 있는데 왜 타슈켄트에서 기차가 안 다니는지 궁금했어요.



Zahiriddin Muhammad Bobur 1483 - 1530


인도 무굴제국의 건국자로 알고 있는 바부르 대제의 동상이에요.

우즈벡어로는 자히릿딘 무함마드 보부르.

바부르는 우즈베키스탄의 위대한 영웅인 아미르 테무르의 5대 손으로, 바로 이 안디잔 출신이라고 해요.

그는 우즈베키스탄의 위대한 영웅 아미르 티무르의 5대 손이기도 하답니다.

힌두교가 지배하고 있던 인도에 갑자기 이슬람 왕국이 세워진 이유가 바로 무굴제국이 중앙아시아 출신인 바부르 대제가 무굴 제국을 건설했기 때문이예요.

또한 그는 자신의 일대기를 기록한 '바부르나마 Baburnama, Boburnoma' 라는 저서를 남겼는데, 이 저서는 당시의 중앙아시아와 북부 인도 지역을 이해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사료라고 해요.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19세기부터 시작해 20여개 국 이상에서 번역되었고 가까운 나라인 일본만 하더라도 완역본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우즈벡어를 배우고 있던 터라 '한 권 사뒀다가 읽어볼까' 했으니 책이 너무 크고 두꺼워서 포기했어요.

바부르 대제에 대한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 중 하나는 태어난 날이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라고 해요.




보부르 동상 근처의 거리는 깔끔하고 깨끗하게 잘 꾸며놓았어요.

바닥에는 쓰레기 하나 돌아다니지 않았어요.

이 정도라면 타슈켄트의 중심가보다 훨씬 나은 수준이었어요.


택시기사 아저씨의 말대로 근처 거리에는 호텔들이 많았어요.

파르고나(페르가나)에서는 숙소를 못 찾아서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요.



일단 보부르 동상에서 제일 가깝고, 론니플래닛에 이름이 있는 '벨라 엘레강트 호텔'에 들어갔어요.

가격은 2인실 기준 30-40달러인데, 시설도 깨끗하고 각종 비품이 다 구비되어 있었어요.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 당장 묵고 싶었어요.

전날 밤에도 그렇고, 아침에도 그렇고 제대로 씻지를 못해서 얼굴에는 잔뜩 기름끼고, 머리는 떡져있었거든요.

하지만 친구는 별로 마음에 들지가 않은지 자꾸 다른 호텔을 둘러보고 오자고 했어요.

욱했지만 첫날부터 별 거 아닌 일로 다투기는 싫었으므로 친구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어요.



친구가 가보자고 한 호텔은 '안디존 호텔'.

'안디존 호텔'은 에스키 샤하르 근처에 있는데, 친구는 에스키 샤하르 근처에서 숙박을 하면서 에스키 샤하르의 야경을 보고 싶어했어요.

다마스를 잡아타고 에스키 샤하르 근처 시장에서 내려 '안디존 호텔'을 찾아갔어요.

택시기사 아저씨 말대로 안디존 호텔은 낡고 오래된 호텔이었어요.

가격은 약간 저렴했지만, 그거 외에는 정말 아무런 장점이 없었어요.

만일 '벨라 엘레강트 호텔'을 안 본채로 처음 '안디존 호텔'에 왔다면 '이 나라 숙박시설 수준이 원래 그렇지 뭐' 하면서 나름 만족하고 지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좋은 숙박시설을 보고 높아진 눈에는 터무니없이 많은 단점만 보였어요.

친구는 '이 정도면 그럭저럭 잘만하다'고 생각했는지 저를 열심히 설득했어요.


"어차피 하루 밤만 자면 되잖아. 여기는 위치가 좋아서 밤늦게까지 돌아다닐 수도 있어. 그리고 지금은 여행 초반이니까 되도록이면 숨을 아껴야해."


여행 출발 전에 타슈켄트에서 여행비용을 전부 숨으로 환전해왔어요.

타슈켄트가 아닌 다른 도시에서 환전을 하면 환율도 훨씬 낮게 쳐주는데다가 달러와 숨이 둘 다 통용되는 우즈베키스탄의 특성상 환율을 따져가면서 더 저렴한 화폐로 내는 게 유리하거든요.

우즈벡 숨 같은 경우는 현지인들도 500숨, 1000숨은 큰 돈으로 생각하지 않아서 흥정을 할 때 가격을 깎기도 훨씬 좋고요.

어차피 우리는 우즈베키스탄에 사는 사람들이니 숨이 많이 남아도 문제가 없었어요.


"그래, 어차피 하루밤일 뿐인데."


우리는 3만숨을 아끼기 위해 '벨라 엘레강트 호텔'이 아닌 '안디존 호텔'에서 하루밤 자기로 결정했어요.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여행이 다 끝나고 나서 20만숨이 남았어요.

지금도 '안디존 호텔' 생각만 하면 '내가 왜 저기서 하루를 보냈던가' 하고 후회가 밀려든답니다.

만일 나중에 안디잔을 다시 갈 일이 있다면 절대 '안디잔 호텔'에서는 안 잘거예요.


거주 등록을 위해 제주르나야(호텔 층별 관리인)에게 여권을 준 뒤, 간단히 씻고 머리를 감았어요.

여권을 다시 받고 나니 점심시간대. 

안디잔은 타슈켄트와 함께 우즈베키스탄에서 오쉬가 유명한 동네예요.

친구와 함께 오쉬를 먹으러 가기로 했어요.


"오쉬 있나요?"

"없어요."


여기는 오쉬가 유명하다면서 왜 팔지를 않지?


에스키 샤하르와 그 근처에 눈에 띄는 시장들을 몇 군데 둘러봤지만, 다들 만트나 샤슬릭이라고만 이야기할 뿐 오쉬를 파는 곳은 볼 수가 없었어요.


"자혼 바자르에 가면 팔지 않을까?"


론니플래닛을 보니 자혼 바자르는 우즈베키스탄 쪽 페르가나 벨리 지역에서 가장 큰 시장이라고 나와있었어요.

그 정도 큰 규모라면 사람들도 많이 모이니 당연히 음식점도 많을 거고, 시간은 좀 늦긴 해도 오쉬 한 그릇 파는 가게 정도는 남아있을 거 같았어요.

저와 친구는 바로 마슈르트카를 타고 자혼 바자르로 향했어요.



안디잔 숙소 정보는 아래 포스팅을 참조하세요

http://hititler.tistory.com/132



(재미있게 보셨으면 아래의 를 눌러주세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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