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혼 바자르 Jahon Bozori 는 안디잔 뿐만 아니라 페르가나 지역에서 가장 큰 시장이예요.
론니 플래닛에 따르면 일요일과 목요일에 특히 크게 시장이 선다고 해요.
자혼 바자르에 도착하자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목화밭.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넓은 목화밭이 있었는데, 한창 수확철이다 보니 열 명 남짓 되는 사람들이 목화를 수확하고 있었어요.
먼저 시장에 가서 밥 먹을 곳을 찾아야했기 때문에, 돌아오는 길에 들리기로 했어요.
구경보다 가장 시급한 일은 오쉬 시식.
이미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서 서둘러 식당을 찾아갔어요.
"오쉬 있어요?"
"다 떨어졌어요. 다른 데 가보세요."
직원은 다른 식당을 알려주었어요.
하지만 그곳도 이미 끝.
솥은 텅 비어 있었고, 우리 앞에서 마지막 오쉬 두 그릇이 나갔다고 했어요.
다른 메뉴도 거의 안 남아있다고 하길래 '돌마' 라는 음식과 샤슬릭을 주문해서 먹었어요.
식당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다보니 식사를 하는 사람, 그냥 지나가는 사람, 음식을 나르는 종업원이 한데 섞여있다보니 밥이 눈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허겁지겁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식사를 마치고 시장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우즈베키스탄의 시장은 농산물을 주로 파는 '데흐콘 보조르 dehqon bozori' 과 공산품 및 잡화를 파는 '부윰 보조르 buyum bozori' 로 나뉘어요.
실크를 비롯한 면 방직물을 많이 파는 곳이 눈에 많이 띄었는데, 마치 타슈켄트의 이파드롬 시장 같은 느낌이었어요.
더군다나 도시 외곽에 위치하고 있다보니 오후 3시가 넘어가자 슬슬 파장 분위기였어요.
개인적으로는 시장을 돌아다닐 때 먹거리 구경을 제일 좋아해요.
나머지 공산품이야 사실 어느 나라를 가든 다 거기서 거기잖아요.
안디잔 지역은 과일이 달고 맛있기로 정말 유명하거든요.
예전에 아는 사람이 '안디잔에서 가지고 온 거다' 라면서 천도복숭아 한 개를 선물로 주었는데, 과즙이 넘쳐흐르고 엄청 달았거든요.
사서 가지고 다니지는 못해서 시식 정도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조금 아쉬웠어요.
시장을 나와서 우리는 아까 보았던 목화밭으로 향했어요.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는 많이 보았지만, 이렇게 가까운 데에서 보기는 처음이었거든요.
한꼍에서 수박을 잘라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던 우즈벡 사람들이 우리에게 오라고 손짓했어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디에서 왔어요?"
"한국이요."
중년의 아주머니가 수박을 나눠주시며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셨어요.
그 분은 학교 선생님이었고, 같이 있던 여자 아이들은 학생들인데, 목화 수확을 돕기 위해 온 것이라고 했어요.
처음에는 외국인이라서 쭈볏쭈볏하던 여자 아이들도 우리가 우즈벡어로 이야기를 하니 금방 친해졌어요.
나이를 물어보니 15-16살이라고 하는데, 오늘 하루동안 한 사람당 20-30kg 을 따야한다고 했어요.
대학생들이 목화 수확에 동원되는 것은 봤지만, 중학생 정도 밖에 안 되는 아이들이 더운 날씨에 노동에 동원된다고 하니 왠지 미안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목화밭을 보러 온거예요?"
"네, 한국에서는 목화를 한 번도 못 봤거든요. 이렇게 가까이 있는 목화밭은 처음 봐요."
"이왕 온 김에 한 번 따봐요."
일행 중 한 청년이 목화 따는 시범을 보여줬어요.
그런데 보는 것만큼 목화를 따는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무게도 가벼운데다가 힘으로 잡아 뜯으면 끊어지기 일쑤였어요.
한송이 한송이 공을 들여가며 따고 있던 우리를 보던 선생님이 우리에게 목화를 한 뭉치 따서 건네주셨어요.
5초도 채 안 걸린거 같은데, 손이 눈 앞에서 왔다갔다하더니 금세 축구공만한 솜뭉치가 만들어졌어요.
전문 농사꾼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익숙한 솜씨라서 얼마나 목화 수확에 많이 동원되었을지 대강 짐작할 수 있었어요.
선생님 및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나중에 연락하자며 연락처도 주고 받고요.
선생님께서도 목화 한 송이를 선물이라며 주셨어요.
이미 수확을 끝낸 목화밭 한 켠에는 수송을 하기 위한 트럭도 있었어요.
트럭 안에는 솜이 가득 차 있었어요.
해바라기 밭과 들판에서 뛰어노는 소.
시간은 어느덧 4시가 다 되어가고, 우리는 마슈르트카를 타고 에스키 바자르로 향했어요.
역시 마슈르트카는 다마스.
타슈켄트에서는 짐을 나를 때나 다마스를 쓰지, 사람을 싣고 나르지는 않는데, 우즈베키스탄 동부 지역에는 마슈르트카가 전부 다마스였어요.
10번 버스가 자혼 바자르 - 에스키 샤하르 - 양기 바자르 노선을 운행하긴 하지만, 다마스의 수가 월등히 많기 때문에 안디잔에서 이동할 때는 다마스를 타는 게 편해요.
따로 운행노선이나 목적지를 알리는 안내판이 붙어있는 건 아니라서 물어물어 타야 하긴 하지만, 대부분 에스키샤하르와 양기 바자르는 가더라고요.
개인이 운영하는 것인지 요금도 제각각이예요.
저는 1000숨을 주고 탔는데, 어떤 아가씨가 비싸다며 다른 차를 타겠다고 막 따지니까 운전사가 바로 500숨으로 깎아주더라고요.
에스키 바자르 Eski bozori.
그냥 우즈베키스탄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시장이었어요.
여행 중에 가지고 다니던 머리끈을 잃어버렸는데, 마침 근처에 악세사리 노점에서 3000숨을 주고 머리끈 하나만 사서 나왔어요.
조메 마스지드 Jome Masjidi.
에스키 바자르 맞은 편에 위치하고 있어요.
조메 마스지드는 19세기 말에 지어졌는데, 모스크와 마드라사, 미나렛 등을 전부 합하면 1.5헥타르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큰 모스크예요.
이 마스지드가 유명한 점 중 하나는 유일하게 지진에서 살아남은 모스크라는 점.
1902년 12월 16일, 안디잔에서는 대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여 4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고 3만 여 동이 넘는 건물들이 무너졌다고 해요.
안디잔은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손꼽히게 오랜 역사를 지닌 문화 중심지 중의 하나지만, 대부분의 유적들이 이 때 붕괴되었다고 해요.
들어가서 구경하고 싶었지만, 안에 들어갈까 말까 망설였어요.
타슈켄트나 부하라, 사마르칸트 같은 도시들처럼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도 아니거니와 우즈베키스탄 동부 지역은 이슬람 색채가 강해서 여성이 모스크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곳도 있거든요.
누군가 물어볼 사람이 없나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아잔이 울리더니 근처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기도를 하려 모여들었어요.
아쉽지만 기도하시는 분들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자리를 떴어요.
조메 마스지드 뒤쪽은 에스키 샤하르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예요.
'오래된 도시'라는 이름답게 낡고 허름한 집들이 많아요.
도시 계획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골목이다보니 길도 얼기설기 복잡하게 얽혀져있어요.
골목에서 공놀이를 하면서 놀고 있는 아이들은 우리를 신기하게 쳐다봤어요.
아이들에게 간단하게 우즈벡어로 인사말을 건넸어요.
"키르기즈 사람이예요?"
여기서는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안디잔은 차로 1시간 정도면 국경에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키르기즈스탄과 매우 가까워요.
우즈벡어 발음도 다르고, 외모가 동양인 같이 생겨서 그렇게 보였나봐요.
타슈켄트에서는 한국인이나 중국인이냐 라는 질문을 많이 들었는데, 키르기즈 사람이냐는 말을 들으니 왠지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에스키샤하르를 빠져 나와 무언가 유적처럼 보이는 곳에 갔어요.
아까 방문했던 조메 마스지드 근처이더라고요.
이곳은 안디잔 문학 예술 박물관이었어요.
안으로 들어갔는데,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두 분이 앉아계셨어요.
"지금 문 닫았어."
"그럼 바깥 쪽만 구경 좀 하고, 사진 찍어도 되나요?"
할아버지께서는 그러라고 하셨어요.
이곳은 원래 조메 마스지드에 부속된 마드라사 (이슬람 신학교) 였다고 해요.
2005년 안디잔 사태 이후 동부 지역에서 과격 이슬람 세력의 확장을 염려한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마드라사를 폐쇄하고, 대신 박물관으로 만들었다고 해요.
안뜰에는 무궁화도 피어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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