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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2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키스탄] 06. 9/24 안디잔 -> 타슈켄트

by 히티틀러 2015.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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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모기에 뜯기다가 6시 반쯤에 눈을 떴어요.

화장실에서 졸졸 흐르는 물에 대강 머리를 감고 볼일을 보았는데, 변기가 고장이었어요.

타키지스탄 여행을 할 때 변기가 고장난 곳에 머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미 경험했어요.

방 구경을 할 때 변기에 물내리는 버튼이 없길래 제주르나야(дежурная, 호텔의 층별 관리인) 아주머니께 물어봤더니 샤워기로 내리면 된다기에 그냥 넘겼는데, 샤워기 물 자체도 졸졸 흐르는 수준이라 별 도움이 안 되었어요.

전날 마시던 1.5리터짜리 페트병에 물을 붓고 몇 번이나 들이부어서 대강 뒤처리를 했어요.


오늘 일정은 안디잔에서 타슈켄트까지 넥시아(쉐어드 택시)를 타고 이동한 후, 또 부하라로 가는 야간기차를 타야하는 대장정.

오전 8시 즈음 체크아웃하고, 제주르나야 아주머니께 열쇠를 드렸어요.


"여기서 타슈켄트 가는 넥시아 어디서 타요?"

"푸쉬킨 공원 Pushkin bog'i 나 우줌조르 uzumzor 에 택시가 있는데, 우줌조르에서 타. 푸쉬킨 공원은 차도 적고, 훨씬 비싸."

"가격은 어느 정도 하는지 아세요?"

"3만숨 정도? 보통 2만 5천숨에서 3만 5천숨 사이야."


제주르나야 아주머니는 호텔 밖까지 나와서 택시를 잡아주셨어요.

택시 기사에게 '이 사람들 타슈켄트에 가니 우줌조르로 데려다줘라' 라고 말한 뒤, 5000숨으로 요금까지 흥정해주셨어요.


우줌조르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본 택시기사들이 좀비처럼 달려들었어요.


"타슈켄트! 타슈켄트!"


청년부터 아저씨들까지 10여 명이 넘는 남자들이 우리 주변으로 우루루 몰려드는데, 이건 아무리 겪어도 적응이 되지 않았어요.

더군다나 현지 물가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바가지를 씌우거나, 혹은 몇 배의 돈을 내고 다른 사람을 태우지 말자고 꼬득이기도 해요.

넥시아 1대의 정원이 4명인데, 몇 명이 타든간에 택시기사에는 4명 분의 돈을 받으면 바로 출발하거든요.



택시 기사 아저씨가 우리를 안 쪽으로 데리고 가더니 5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할아버지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더니 그 차에 타라고 했어요.

이미 흥정까지 다 해놓은 상태였어요. 가격은 3만숨. 

예상했던 가격이기 때문에 바로 ok 하고 차 안에 들어가자, 택시 운전기사와 할아버지가 다른 택시기사들을 쫓아내주셨어요. 

아직 그 차를 탄 다른 사람이 없어서 차에 앉아 다른 2명의 손님을 기다렸어요.



저 많은 사람들이 전부 택시기사예요.

이들은 근처를 어슬렁거리다가 차나 사람들이 들어오면 우리에게 했던 것처럼 우루루 달라붙었어요.



40분을 기다렸지만, 아직도 출발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어요.

굳이 우리 차 뿐만 아니라 손님 한 두명 태우고 있는 다른 차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아직 이른시간이라서 찾아오는 사람 자체가 거의 없었거든요.

지루함에 전날 쓰다가 잔 여행 기록을 마저 남기기도 하고, 근처를 배회하기도 하고, 매점에 가서 간단한 간식과 음료수를 사서 먹으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기다린지 1시간이 지난 9시 반, 드디어 한 명이 더 탔어요.


"한 명은 데리러 갈거야."


할아버지는 차에 시동을 걸고 바로 출발을 하셨어요.



10분쯤 가서 어느 공터에 차가 멈췄어요.

그러나 사람은 나와있지 않았어요.

할아버지가 몇 번이나 전화를 하고 나서 10시가 되어서야 마지막 손님이 타고 출발할 수 있었어요.





안디잔에서 타슈켄트까지는 약 4-5시간 정도 걸려요.

차는 시원하게 달렸고, 창 밖으로는 우즈베키스탄 동부의 풍경들이 펼쳐졌어요.

페르가나 계곡은 역사적으로 매우 풍요로운 지역이예요.

특히 오늘날까지도 이 지역의 과일은 우즈베키스탄에서도 맛있다고 손꼽아요.

안디잔 출신으로 무굴제국을 건설한 바부르 대제가 쓴 '바부르나마 Boburnoma'에도 페르가나 지역에 대해서 언급했어요.

그의 기록에 따르면 '페르가나는 작지만 곡물과 과일이 풍부하고, 특히 포도와 멜론이 뛰어나다. 멜론철에 멜론을 행인에게 파는 것은 전통이 아니고, 공짜로 준다. 안디잔의 멜론보다 더 맛있는 건 없다' 라고 해요.[각주:1]

목화며 각종 작물이 많이 심어져있는 바깥 풍경을 보니 그 말을 조금은 실감할 수 있었어요.


또한 도로도 엄청나게 좋았어요.

보통 우즈베키스탄은 도로 정비를 잘 하지 않기 때문에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도로 상태가 엉망이거든요.

군데군데 아스팔트가 깨지고 돌멩이가 굴러다녀서 운전사들이 곡예운전을 하듯 이리저리 피해다는 경우도 많았는데, 거의 우리나라 도로 수준이었어요.

운전하시는 할아버지 말씀으로는 건설한지 얼마 안 된 새 도로라고 하셨어요.

우리 차는 파르고나 Farg'ona 주와 코콘 (Qog'on, 코칸트) 지역을 지났어요.




점차 바깥으로 산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차가 산길을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페르가나 지역에서 타슈켄트에 가기 위해서는 천산 끝자락을 넘어야하거든요.

산이 높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종종 도로가 폐쇄되어 비행기로 화물이나 급한 사람들을 이동시키기도 한다고 해요.


구불거리는 산길을 간지 얼마 안 되어 갑자기 차들이 많이 막혀있었어요.


'갑자기 왜 막히지?'


알고 보니 앞에는 검문소가 있었어요.

캄칙 패스 Kamchik Pass 를 넘기 전에 경찰과 군인들이 모든 차를 세워서 탄 사람들의 여권과 거주등록증을 검사하고 있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검문소는 종종 봤지만, 그냥 속도나 좀 줄이고 안전벨트나 하고 바로 지나가는 검문소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렇게 꼼꼼하게 검사하는 검문소는 처음이었어요.

상습 정체구간인지 상인들이 자동차 사이를 돌아다니며 주전부리를 팔고 있었어요.

운전하시는 할아버지는 해바라기씨를, 친구는 아몬드 한 봉지를 샀어요.

가격은 1000숨.


차는 꾸물꾸물 한 대씩 통과했고, 우리의 차례가 되었어요.

택시 기사 아저씨와 다른 우즈벡인들 승객들은 여권을 차창으로 보여주고 통과했지만, 저와 친구의 여권은 가져가서 꼼꼼히 검사했어요.

여행자 같은 경우는 숙박업소에 묵으면서 매일 거주등록을 갱신해야하지만, 저와 친구는 타슈켄트에 살고 있기 때문에 여권도, 거주등록도 당연히 문제가 될 게 없었어요.

우리의 인적사항과 거주등록을 확인하고는 바로 통과.


검문소를 지나가면서 보니 유럽인으로 보이는 여행자가 경찰 두어 명과 함께 서있었어요.

옆에 있는 자전거와 옷을 보아하니 자전거 여행자인 거 같은데, 표정이 매우 어두웠어요.


'저 사람 거주등록 때문에 잡혔구나.'


우리 둘 다 그 사람을 측은하게 쳐다봤어요.

검문에 잡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거주등록 문제가 맞다면 벌금이 엄청 비싸거든요.

최저임금의 50-100배로 책정되어서 2~3천달러는 해요.

우즈벡 경찰들이 뇌물을 받기 위해 외국인들에게 트집을 잡거나 일처를 안해준다는 말이 많지만, 거주등록이나 촬영금지 구역을 촬영하거나 외화반출입에 문제가 있거나 아니라면 자기 나라에서 며칠 머물다가는외국 여행자들을 사실 크게 잡지 않아요.


검문소를 넘어가자 막혔던 도로가 뻥 뚫렸어요.







오후 1시 반 즈음이 되자 드디어 산을 넘었어요.

조금 가서 우리와 같이 타고 온 일행 한 명이 내렸고, 자리가 좀 여유로워졌어요.

뒷자리에 성인 3명이 타다보니 정말 몸을 움츠리고 있었어야했거든요.


"어디에서 내릴거야?"


택시기사 할아버지께서 우리에게 물었어요.


"쿠일룩 시장에서 내리는 거 아니예요?"

"타슈켄트 아무데나 괜찮아. 초르수 바자르? 기차역?"

"그럼 기차역에 내려주세요."



오후 3시가 좀 넘어서 드디어 타슈켄트에 도착했어요.

트렁크에서 짐을 내리고, 택시기사 할아버지께 돈을 드렸어요.


"이제 어디 가지?"


둘 다 타슈켄트에 사는 입장이라 타슈켄트 관광을 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었어요.

처음 출발할 때 4시간 정도 걸린다고 해서, 저는 사실 집에 가서 짐도 정리하고 좀 쉬다가 나올 생각이었는데 너무 늦게 도착했어요.

부하라로 가는 기차는 저녁 8시라 근처에서 시간을 때우기도 애매했고요.


"일단 초르수 시장으로 가자."


타슈켄트 기차역에서 지하철을 타면 바로 초르수 시장까지 갈 수 있지만, 오래 차를 타서 왠지 귀찮았어요.

택시를 잡으려하니 근처에 경찰이 있어서 잘 잡히지도 않았고, 우리를 관광객으로 오해한 삐끼들은 택시비로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불러댔어요.

결국 우리는 짜증나서 기차역 옆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초르수 chorsu'  간다는 버스를 아무 거나 탔어요.



운이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기차역에서 초르수 시장은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닌데, 우리가 탄 버스는 타슈켄트 시를 거의 절반을 일주해서 초르수로 가는 노선이었어요.

타슈켄트 시의 남쪽 끝에 있는 공항까지 찍고 오니 말 다했죠.

더군다나 차는 왜 이렇게 막히는지...


초르수에 도착하니 벌써 4시.


"이왕 이렇게 된 거 밥이나 먹자."


찌르크 Sirk 근처에 'Asl Milliy Taomlar' 라는 유명한 우즈벡 식당에 있어요.

론니플래닛에도 나오고, 현지인들도 추천하는 음식점이거든요.

그런데 도착하니 이미 문을 닫았어요.


젠장.... 오늘 따라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냐...


다시 초르수 시장으로 돌아갔어요.




친구와 종종 가던 초르수 시장 입구의 노천 음식점에서 샤슬릭을 먹었어요.

이미 시간은 5시를 향해가고 있는 시간.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전통음식을 만드는 식당이나 밥집들을 점심에만 영업을 해요.

저녁에는 터키 음식점이라든가 양식을 하는 고급 레스토랑에 가지 않는 이상, 선택권은 샤슬릭 밖에 없어요.





시간이 애매해서 대강 초르수 바자르 근처를 구경하고, 다시 아까와 같은 버스를 타고 기차역으로 돌아갔어요.

도착하니 7시, 부하라행 기차는 8시.

기차표는 여행하기 전에 미리 다 사두었기 때문에, 근처 가게에서 마실거리만 산 다음에 바로 기차역으로 들어갔어요.

표검사와 짐검사, 확인 도장까지 받고 기차역 안으로 들어갔어요.

얼마 안 되어서 부하라행 기차가 와서 바로 탑승.

투르크메니스탄에 갈 때 탄 기차는 완전히 습식 사우나 수준이라 덥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렇게까지는 덥지 않았어요.

4인실 침대칸이었는데, 같은 칸에는 부하라에 사신다는 아저씨와 군인 한 명이 탔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피곤해서 저는 곧 자리에 누웠어요.

고단한 1000km 이동 일정도 끝나가고 있었어요.



(재미있게 보셨으면 아래의 를 눌러주세요^_^)



  1. 출처 : 블로그 '인도야 놀자' [바부르 전기 2] 페르가나 계곡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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