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인형극을 보고 나온 후, 저녁을 먹기 위해 야시장 쪽으로 향했어요.
저와 친구는 분짜를 정말 맛있게 먹었던 터라 떠나기 전에 한 번 더 먹어보고 싶었지만, 지난 번에 갔던 분짜집은 거리가 좀 멀었어요.
"분짜! 퍼!"
야시장 노천의 한 식당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우리에게 파는 음식 이름을 얘기하며 호객행위를 했어요.
마침 먹고 싶던 분짜를 판다기에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아주머니는 미리 구워놓은 고기를 후라이팬에 덜어서 데웠어요.
길거리 식당답게 음식은 금방 나왔어요.
확실히 현지인에서 추천받았던 맛집보다는 맛이 좀 떨어졌어요.
분짜로는 배가 안 차서 반 꾸온 Banh Cuon 이라는 음식을 주문했어요.
반꾸온은 즉석에서 만든 라이스페이퍼에 다진 돼지고기와 버섯을 넣는 북부 지방의 음식이예요.
그런데 아주머니께서 라이스페이퍼 만드는 솜씨가 예술이었어요.
물 같은 상태의 쌀가루 반죽을 뜨거운 팬에 부침개처럼 얇게 펴서 뚝딱뚝딱 만들어내시더라고요.
하지만 그 손기술에 비해 맛은 별로였어요.
쫀득하긴 한데, 라이스페이퍼에 아무런 간도 안 되어 있는지 너무 밍밍하더라고요.
후식으로 닭꼬치 하나를 사서 야시장을 돌아다녔어요.
그런데 좀 일찍 오서 그런지 전날보다 사람이 적고 한산한 느낌이었어요.
기념품도 다 샀겠다, 다시 호안끼엠 호수로 돌아갔어요.
끼엑!!!!!
호안끼엠 호수을 뺑 도는 길은 인도, 차도의 구분없이 발 디딜 틈이 하나도 없었어요.
오토바이와 사람이 바글바글 섞여서 다니는 것은 꽤 많이 봤지만, 12월 31일 밤 종각 수준으로 붐비는 건 처음 보았어요.
베트남은 우리나라처럼 크리스마스가 공휴일은 아니예요.
하지만 베트남에도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이 8-10% 정도 되고, 프랑스 식민통치 기간을 경험하면서 크리스마스를 기념한다고 해요.
우리나라는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명동에 몰리는 것처럼 하노이에서는 호안끼엠 호수로 모이는 듯 했어요.
인파를 휩쓸려 사람들이 많이 가는 길로 딸가다보니 성 요셉 성당이 나타났어요.
한국에서 명동 성당도 못 가봤는데, 베트남 하노이에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성당 근처라도 왔네요.
오늘은 자정미사가 있다고 해요.
사실 낮에 시타델에서 호스텔로 돌아올 때에도 지도상 보면 오는 중에 성당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못 찾고 그냥 왔거든요.
경찰들이 통제하고 있어서 내부로 들어갈 수는 없었어요.
밖에는 아기예수의 탄생 장면을 만들어 놓았어요.
대형 TV로는 성당 내의 모습을 방송하고 있었는데, 성가대가 찬송을 하고 있는 듯 했어요.
근처 가게에 전시해놓은 사제의 의상.
다시 호안끼엠 호수로 돌아왔어요.
호안끼엠 호숫가는 온통 커플들로 가득했어요.
한켠에서 옥수수를 구워서 파는 사람이 있었어요.
아예 전업으로 하는 건 아니었고, 인파를 노려서 용돈벌이를 하러 나온 사람 같았어요.
옥수수라면 사족을 못 써는 저는 바로 하나 구입.
한국에서 먹는 맛있는 찰옥수수는 아니고, 알갱이는 크고 잘 자라지만 맛이 좀 떨어져서 사료용으로 많이 쓰는 옥수수 종류인 거 같아요.
맛이 좀 없으면 어때요, 동지섣달 한겨울에 옥수수를 먹을 수 있는 게 어딘가요.
옥수수를 먹으면서 호안끼엠 호수를 마지막으로 한 바퀴 돌고 호스텔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전날에 봤을 때는 앞에서 사진만 찍던 돌탑에 사람들이 올라가 있었어요.
"이건 크리스마스 이브 날에 하는 무슨 특별한 의식인건가?"
저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탑을 기어올라갔어요.
경사가 급한 것은 아닌데, 돌이 뾰족뾰족해서 올라가기 조금 힘들더라고요.
막상 올라와보니 시야가 넓은 건 빼고는 별 게 없더라고요.
외국인 여자가 바득바득 탑을 기어올라가니 베트남 사람들에게 사진 엄청 찍혔을 거 같ㅇ요.
호안끼엠 호수 인근은 극심한 오토바이 주차전쟁이 빚어지고 있었어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오토바이를 타고 나오니, 공용주차장 같은 곳은 이미 만원이고 도로가에 자리만 조금 있으면 오토바이가 주차되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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