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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기/2016 일상 생활기

헌책방을 찾는 재미

by 히티틀러 2016.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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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근처를 갔다가 어느 조그만 헌책방 앞을 지나고 있었어요.

가게 앞에는 팔려고 내놓은 중고책이 여러 권 있었는데, 두 권의 책을 정말 깜짝 놀랐어요.




아제르바이잔어 책?



무려 아제르바이잔어로 된 원서였어요.

한국과 아제르바이잔이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것도, 그렇다고 교류가 그렇게 많은 나라도 아니예요.

상당수의 사람들에겐 이름조차 생소한 그 나라의 원서를 한국에서 볼 수 있을거란 생각 자체를 해 본 적도 없었어요.

1991년에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신생국이라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야 자국언어로 된 서적 출판을 시작했기 때문에 현지에서도 출판되는 책 자체가 그렇게 많지 않고요.

추측해보건데 아제르바이잔 유학생이 귀국하면서 소장하던 책을 판게 아닐까 해요.

한국외국어대학교나 경희대, 카이스트에 아제르바이잔 출신 어학연수생이나 유학생들이 꽤 있다고 들었거든요.

책을 판 사람이야 그렇다고 해도, 이 책을 매입하신 헌책방 사장님도 신기했어요.

살짝 여쭤보니 어떤 책인지, 어떤 언어인지조차 모르시더라고요.



니자미 겐제비, Sirlər Xəzinəsi 


니자미 겐제비는 12세기 아제르바이잔 겐제 Gencə 라는 지역에 살았던 문학가예요.

아제르바이잔 문학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라 아제르바이잔을 여행한 사람이라면 그의 이름을 꼭 한 번을 듣게 되요.

바쿠의 중심가 뿐만 아니라 문학박물관에도 그의 이름이 붙어있거든요.

니자미 겐제비의 대표작은 '함사 xəmsə'로, 아랍어로 숫자 5를 의미해요.

당시 아랍-페르시아 지역에 널리 퍼져있던 다섯 가지 이야기를 서사시로 써서 묶은 것으로, 이 책은 그 중에서도 첫번째 이야기예요.

아제르바이잔 여행 당시, 니자미 겐제비가 하도 유명하길래 책을 한 권 사고 싶었는데 전 권 세트로만 팔아서 사지 못했거든요.

여행 다녀온지 몇 년이나 지나서 예상치도 못하게 한 권을 구하게 되었네요.

샀다고 몇 페이지나 읽을 수 있을까 싶긴 하지만요.



영어-아제르바이잔어 사전


이 책은 영어-아제르바이잔어 사전이에요.

제대로 출판된 대사전은 아니고, 학생들을 위해 학습용 사전으로 출판된 것이라서 어휘 수도 많지 않고, 책도 얇아요.

이미 소장하고 있는 영어-아제르바이잔어 사전이 있긴 하지만, 그냥 구입했어요.

기존의 책은 두껍고 단어가 많아서 찾기 힘들기도 한데, 여기는 기본 수준의 단어만 정리되어 있거든요.

'나 아니면 이걸 누가 구매할까' 하는 생각도 있고요.





두 권을 합쳐서 8천원에 구입했어요.

현지에서 판매하는 정가가 10.4마나트이니까, 거의 현지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에요.

사실 제가 여행했을 때는 마나트 가격이 지금의 2배였던 터라 그 때를 감안하면 완전히 땡잡은 거죠.

요런게 헌책방을 찾는 재미가 아닐까 해요.

지난 번에도 신고서점을 갔다가 소련 시절에 출판된 러시아어 사전을 구입했거든요.



참고 : 성수동 모카책방 광고에 나온 헌책방, 신고서점



알라딘이나 yes24  등에서 운영하는 중고서점은 깨끗하고 정돈이 잘 되어있긴 해요.

하지만 철저하게 '판매 가능한 책'만 매입하기 때문에 일반 서점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거의 신간에 가까운 책들 뿐이에요.

편하긴 하지만, 이번처럼  어디에서, 어떤 역사를 가지고 흘러 들어왔을지 모를 책들을 발견해나가는 재미는 덜한 편이죠.

몇 년 전까지만해도 이런 작은 헌책방에 들러 구경도 하고 책도 사오곤 했는데...

반성도 좀 하게 되네요.

날이 선선해지면 동대문 헌책방거리도 가보고, 용산에 있는 헌책방도 한 번 들러봐야겠어요.

아직까지 잘 버티고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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