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음식은 더이상 낯선 이국의 음식이 아니예요.

요새 보면 중국이나 일본 음식 못지 않게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 된 거 같아요.

3,900원짜리 저렴이 쌀국수집부터 호아빈이나 에머이 같은 프랜차이즈, 결혼이민자 여성이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음식점 등 스펙트럼이 정말 넓어졌어요.

쌀국수와 월남쌈 위주이던 메뉴도 반 미(베트남 샌드위치), 분짜, 반쎄오 등으로 다양해졌고요.

외국인이 많지 않은 소도시지만, 춘천에도 베트남 음식점이 몇 군데 있어요. 

그 중 한 곳인 다오 베트남 쌀국수에 다녀왔어요.



다오 베트남 쌀국수는 중앙로에서 춘천관광호텔 들어가는 길에 위치하고 있어요.

중앙로에서 한 블록 들어간 낙원길에는 닭갈비집도 있지만, 베트남 음식점과 태국 음식점 같은 동남아 음식점이 몇 군데 몰려있어요.

지난 번에 갔던 태국 음식점 '반 타이' 와 '하늘 베트남 반새우' 도 이 골목에 위치하고 있었거든요.

대부분 결혼이민자 여성분이 운영하는 곳인데, 다오 베트남 쌀국수도 마찬가지로 한국 남성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분이 음식을 하시는 곳이에요.

호치민에서 4시간 정도 떨어져있는 곳 출신이라고 얼핏 엿들었는데, 베트남 남부 스타일의 음식이라고 볼 수 있어요.

사장님 혹은 요리사분이 어디 출신이냐는 꽤 중요한데, 베트남 음식은 북부 하노이와 남부 호치민, 중부 후에(훼)의 요리 스타일이 다 다르거든요.

그래서 현지인이 하는 베트남 음식점에 가면 '어디 출신이시냐' 라는 질문을 물어보곤 해요.



안에 들어가니 저 빼고 다 베트남 사람이었어요.

공단이 없다보니 노동자분들은 거의 없지만, 결혼이민자 여성분들과 유학온 학생들이 꽤 있다고 해요.

한국인들도 쌀국수 먹으러 그럭저럭 온다고 하고요.

이런 가게들의 특징 중 하나가 인테리어에 신경을 안 쓰고, 와이파이가 빵빵합니다.

가게를 예쁘게 잘 꾸며서 외부에 소개되고 하는 것보단 현지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공간도 겸하고 있는 듯 해요.



가게 한켠에서는 베트남에서 가져온 라면이며 쌀국수 건면, 소스 등의 식료품도 판매하고 있어요.




다오 베트남 쌀국수 메뉴.

베트남 쌀국수와 비빔국수, 갈비밥, 돼지국수, 월남쌈, 짜조, 새우볶음, 베트남 커피가 메뉴의 전부예요.

가격은 새우볶음을 제외하고는 6천원 미만으로 저렴해요.

보통 하루치 육수를 만들어놓고 다 떨어지면 문을 닫는데, 주말에는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서 조금 일찍 문을 닫기도 한다고 해요.



테이블 위에는 스리라차 소스와 해선장, 베트남 고추를 다져서 만들었다는 다대기 등이 올려져있어요.

보통 쌀국수 집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양념 종류였어요.



비빔국수 (분 팃 느엉)


제가 주문한 메뉴는 비빔국수예요.

베트남어로는 '분 팃 느엉 Bun thit nuong' 라고 쓰는데, 분 bun 은 쌀국수의 한 종류이고, 팃 thit 은 고기, ㅜnuong 은 굽다 라는 뜻이에요.

즉, 해석하자면 '구운 고기 쌀국수' 정도 되요.

베트남 전 지역에서 널리 먹는 음식이지만 하노이 지역은 예외라고 하는데, 하노이에서는 분짜 bun cha 를 많기 먹기 때문이라고 해요.

요즘 우리나라에서 인기있는 베트남 음식인 분짜가 원래 하노이 지역에서 유명한 음식이거든요.

분팃느엉 같은 경우는 베트남에서는 대중적임에도 불구하고 안산 같이 아예 현지인 위주인 곳이 아니면 잘 팔지 않는 음식이라 주문했어요.

더운 날씨에 뜨끈한 국물이 좀 부담스럽기도 했고요. 

아래에는 쌀국수 면이 들어가 있고, 위에 숙주와 절임무, 구운 고기, 채썬 오이, 땅콩, 짜조가 올라가 있어요.



베트남 음식에는 빠질 수 없는 피쉬소스, 느억맘 Ngoc mam 도 같이 나왔어요.

원래 비린것이라면 질색하는 저지만, 이제 이 정도는 그럭저럭 먹을만해요.

베트남엔 이거보다 더 무서운 젓갈들이 참 많거든요.



아까 나온 느억맘을 뿌린 후, 쌀국수와 모든 재료들을 잘 섞어주면 됩니다.

따로 소스가 없고 느억맘이 소스 역할을 하는 셈이라 조금 넉넉하게 뿌리는 게 좋아요.



아삭아삭 오독오독



우리나라의 비빔국수처럼 자극적인 맛은 아니예요.

오히려 구운 고기와 각종 야채, 땅콩소스의 씹히는 맛이 좋았어요.

다만 재료를 잘 섞어주지 않으면 밋밋한 쌀국수 뭉텅이만 먹을 수 있는데, 그릇 가득 담겨나와 섞는 게 조금 불편했네요.

숟가락으로 바닥 끝까지 싹싹 다 긁어먹었어요



국물도 곁들여서 같이 나왔어요.

아마 쌀국수에 나오는 기본 베이스국물인 거 같은데, 묘하게 신맛이 있는게 특징적이었어요.



짜조


원래 저는 월남쌈을 주문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주문하면서 뭔가에 홀렸는지 짜조를 주문했고, 그 사실을 한참 뒤에야 깨달았어요.

이미 시간이 지나서 바꿔달랄 수도 없었고요.

손가락만하 크기의 짜조 4개가 칠리소스와 같이 나왔어요.



보통 짜조는 숙주나 야채가 많이 들어가있는데, 여기 짜조는 고기가 많이 들어있었어요.

씹는 식감은 좀 덜한 편이지만, 바삭한 튀김만두 느낌에 가까웠네요.

가격도 4개에 2천원으로 저렴하니, 쌀국수만으로 허전하고 뭔가 더 먹고 싶을 때 혼자서도 부담없을 수준이에요.

다만 저처럼 비빔국수를 주문하긴 분은 어차피 국수에 2개 올려져서 나오니 주문하지 않으셔도 될 거 같아요.



연유 아이스커피


이쯤 되니 정말정말 배가 불렀지만, 베트남 음식점까지 왔는데 커피를 안 마시고 가기에는 너무 아쉬웠어요.

그래서 연유 아이스커피를 주문했어요.

눈 앞에서 필터를 내려 얼음컵에 부어주는 걸 살짝 기대했지만, 그냥 주방에서 만들어서 일회용 컵에 담아서 나왔어요.



액상 연유를 쓰는 듯 아래에는 덜 섞인 연유가 가라앉아 있었어요.
빨대로 아래까지 잘 섞어준 다음에 쭉쭉 빨아마시기 시작했어요.


정신이 번쩍나네


동남아커피 특유의 달콤하고 진한 커피를 마시니까 그 더운 날씨에도 정신이 반짝 들어요.
현지인이 만들어서 그런지 베트남 현지에서 마셨던 커피와 비슷한 맛이었어요.
다만 컵 자체도 작은 편인데다가 얼음이 너무 많이 들어서 커피 양이 좀 적더라고요.
몇 모금 쭉쭉 빨아마시니까 금방 바닥을 보였어요.





운영하시는 분들도, 찾는 손님들도 현지인들이라서 그런지 비교적 현지 음식에 가까웠어요.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요.
무엇보다 춘천에서 분팃느엉을 맛볼 수 있는 유일한 음식점이 아닐까 싶어요.
다음에 가면 지난 번에 못 먹었던 월남쌈을 꼭 먹어보고 싶어요.




(재미있게 보셨으면 아래의 를 눌러주세요 ^_^)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강원 춘천시 낙원동 62-1 1층
도움말 Daum 지도
Posted by 히티틀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다낭/호이안 여행갔을때 베트남 커피 맛없다고 하는 사람들은 커피 맛을 모른다고 하던데..
    어쩝니까? 제 입맛은 아닌걸요. ㅡㅡ
    그래도 여기서 판다는 연유아이스커피는 마셔보고 싶네요.
    요즘 같은 더운 날 달달하고 시원하게 마시면 좋을 것 같아요. ^^

    2018.08.07 08: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사람마다 입맛은 다 다른 법이니까요.
      저는 베트남 커피 특유의 달콤한 맛과 진한 초콜릿향을 참 좋아해요.
      달고 강해서 아무리 더운 날씨에도 정신이 번쩍 드는 맛ㅋㅋㅋㅋ

      2018.08.08 10:38 신고 [ ADDR : EDIT/ DEL ]
  2. 쌀국수 정말 좋아하는데
    사진만 봐도 벌써 맛있네요!
    좋은 사진 잘 보고 갑니다!

    2018.08.07 14: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쌀국수도 맛있는데, 요즘에는 국물 마시기 좀 덥잖아요.
      비벼먹으니 새로운 맛이었어요ㅎㅎ

      2018.08.08 10:45 신고 [ ADDR : EDIT/ DEL ]
  3. 비밀댓글입니다

    2018.08.07 16:30 [ ADDR : EDIT/ DEL : REPLY ]
  4. 우와 짜조가 엄청 저렴하네요 ㅎㅎㅎㅎ

    저 연유커피는 스타벅스에 돌체라떼랑 비슷하나용? ㅎㅎ

    2018.08.07 22:1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다른 데 돌체라떼는 마셔봤는데, 스타벅스 돌체라떼는 안 마셔봐서 비교하기가 좀 힘들어요.
      베트남 커피는 커피 자체의 향이 일반 커피보다 엄청 강한 편이라 아마 향이 더 진하지 않을가 싶네요.

      2018.08.08 10:46 신고 [ ADDR : EDIT/ DEL ]
    • 나중에 기회가 되신다면 스타벅스 돌체라떼 한번 드셔보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돌체라떼하면 스타벅스가 1등이네요 ㅎㅎ

      2018.08.08 23:03 신고 [ ADDR : EDIT/ DEL ]
    • 평소에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들을 주로 찾다보니 스타벅스를 언제 갔는지도 모르겠네요ㅎㅎ
      조만간 한 번 마셔볼게요^^

      2018.08.09 00:46 신고 [ ADDR : EDIT/ DEL ]
  5. 제가 생각보다 비위가 약해서 외국음식은 가기 좀 꺼리더라구요. 베트남, 태국분들하고 일하는데 향신료 냄새가..ㅎㅎㅎ

    2018.08.07 23: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처음에는 적응하기 쉽지 않죠.
      전 고수나 다른 향신료는 괜찮은데, 피쉬소스가 아직도 힘들어요.
      저렇게 맑고 묽은 건 그래도 좀 견딜만한데, 망톰(?) 인가 하는 보라색 나고 빨간색 나고 그런 건 참 힘드네요.
      그런거 보면 피해가요ㅎㅎㅎ

      2018.08.08 10:51 신고 [ ADDR : EDIT/ DEL ]
  6. 재미있고 유익하게 잘 보았습니다. 저는 베트남에 가 본 적이 없어서,,, 그냥 '하노이의 아침' 정도에서 먹은 베트남 음식이 입에 맞더라구요. 기회가 되면 정통 베트남 음식을 한번만 먹어보고 싶습니다. ^^

    2018.08.08 21: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하노이의 아침을 가본 적은 없는데, 이름은 많이 들어봤어요.
      베트남 음식은 미국식 프랜차이즈부터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게까지 정말 스펙트럼이 다양해서 어렵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그래요.
      정통 베트남 음식은 일반적인 프랜차이즈보다 맛이나 향이 강렬한 편인데, 먹다보면 그게 또 매력이에요.
      기회가 되면 드셔보셔요ㅎㅎ

      2018.08.09 00:45 신고 [ ADDR : EDIT/ DEL ]
  7. 경험이 많으시니 현지음식에 가까운 걸 더 선호하실듯 해요.
    저처럼 프랜차이즈로 시작한 사람들은 현지에 가면 ??? 일 때가 많은 것 같아요. ㅎㅎ
    피쉬소스는 저에겐 좀 힘든 소스라... 잘 못먹겠더라고요. ㅠ

    2018.08.09 01: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처음엔 프랜차이즈로 시작했어요.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프랜차이즈(포 호아 같은 곳)은 원래 미국 쪽에서 개량된 스타일이다보니 베트남 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처음 접근하기에는 좋죠.
      그런데 현지에서, 진짜 현지인들이 즐기는 맛은 또 다른 매력이 있고요.
      피쉬소스는 저런 가벼운 종류는 그래도 좀 괜찮은데, 현지에 가면 정말 고통스러운 게 많아요.
      저는 비린거 자체를 거의 못 먹어서 왠만하면 손을 안 대요ㅋㅋㅋ

      2018.08.09 01:33 신고 [ ADDR : EDIT/ DEL ]
  8. 아 베트남음식먹은지도 꽤 되었는데
    사진보니까 침이 꿀꺽 넘어가네요 ㅎㅎ
    마지막에 커피까지 시원하게!!

    2018.08.09 16: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의정부는 근처에 포천이나 양주 등지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아서 외국 음식점이 꽤 많잖아요,
      처음 현지 베트남 음식을 먹어본 것도 의정부인데..
      근처에 찾아보시면 분명 현지인이 운영하는 베트남 음식점 있을 거예요!

      2018.08.10 11:41 신고 [ ADDR : EDIT/ DEL ]
  9. 현지인이 하는 곳이라 전통맛은 보장된거 같네요
    식당 한 쪽에 식재료를 파는것도 현지인이 하는 식당의 매력인거 같아요^^
    비빔국수라고해서 뭐에 비비나 했더니 피쉬소스군요. 약간 소스에 찍어먹는 분짜를 반대로 먹는 느낌이네요 소스를 부어먹는 ㅎㅎ

    2018.08.09 19: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제가 현지에서 먹어본 것 중에서는 비슷한데 땅콩소스를 비벼먹는 것도 있더라고요.
      현지인들이 현지인들 대상으로 운영하는 곳이라서 가격도 저렴하고, 비교적 현지맛에 가까워요.
      말씀하신대로 분짜와 비슷한 계열의 느낌이라서 분짜를 많이 먹는 하노이 지역에서는 잘 안 먹는다고 하더라고요.

      2018.08.10 11:44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