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카파도키아에서 이틀 머물렀어요.
야간버스를 타고 아침에 도착해 첫날에는 로즈벨리 투어를, 둘째날에는 그린 투어를 한 후 야간버스로 이동했지요.
사실 첫날에는 이것저것 돌아다닐 계획이었는데, 야간 버스 이동을 처음 해본 일행 둘이 힘들어하는 통에 로즈벨리 투어만 했습니다.
두 사람은 숙소에 쉬라고 놔두고 저는 마을 산책도 하고, 근처 열리는 시장가서 과일도 사오고, 기념품 아이쇼핑도 하고 했지요.
야간 버스를 타고 카파도키아 오시는 분들은 저처럼 아침에 도착해서 휴식도 취하고, 산책도 하고, 괴레메 야외 박물관도 보고 하면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다가 로즈벨리 투어 하시고 저녁드시면 딱 좋을 거 같아요.
로즈벨리 투어는 4-5시 무렵에 괴레메 근처에 로즈벨리 라는 지역에 가서 1-2시간의 간단한 트랙킹을 하며 로즈벨리 지역을 구경하다가 석양을 보고 내려오는 투어예요.
'로즈벨리'라는 이름은 저녁놀을 받으면 장미빛으로 빛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로즈벨리 투어는 카파도키아의 독특한 자연환경과 더불어 석양이 지는 아름다운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고,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데다가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서 인기가 많은 투어입니다.
여행사에서 운영하기 보다는 일반적으로 숙소에서 관광객들을 데리고 돌아보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숙박업소에서 로즈벨리 투어를 신청했는데, 관광객들도 다 한국인이고 가이드도 한국어로 해줘서 좋았습니다.
로즈벨리 지역의 바위들은 다양한 색을 띄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지층마다 성분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제가 여행간 날에는 날씨가 매우 화창하고 맑아서 트랙킹하기가 매우 좋았습니다.
이곳의 바위들은 약한 퇴적암으로 되어있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퇴적의 흔적을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카파도키아의 독특한 바위들은 비바람에 깎여서 그런 모양으로 남았다고 하는데, 이 바위들도 마치 마사토처럼 손만 대도 쉽게 부스러집니다.
바위에 조그많게 있는 구멍들은 비둘기 집입니다.
과거에는 소식을 전하기 위한 연락용 비둘기를 키우고 훈련시키기도 했지만, 비둘기의 알을 얻기 위해서 비둘기를 사육하기도 했습니다.
비둘기의 알은 여러 방면으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된 재료였습니다.
카파도키아 지역에는 초기 기독교인들이 모여살았던 마을과 교회 등이 남아있는데, 벽화를 그릴 때 오랫동안 보존시키기 위해 비둘기 알의 노른자를 섞어서 그렸다고 합니다.
더불어 과거 시멘트가 없었을 때에 그 대신에 비둘기의 알을 사용했다고 해요.
개 중에는 실제 사람들이 들어가서 살았던 주거 공간도 있습니다.
과거 초기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몰래 숨어살았기 때문에 겉은 비둘기집과 비슷하게 꾸며놓고 살아서 외관으로 잘 구별이 안 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주거 공간들은 지형의 변화로 현재는 들어갈 수 없는 위치에 있다고 합니다.
그 중 한 곳만이 들어가볼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 입구는 별로 커보이지도 않았는데, 내부를 보니 이렇게 넓더라고요.
아마 옛날에 교회로 쓰였던 곳이 아닌가 했습니다.
정신 놓고 걷다가 하마터면 빠질 뻔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깊이가 꽤 깊더라고요.
누가 일부러 만들어 놓은 것도 아닌데, 마치 조각처럼 세워져있는 독특한 바위들.
우리가 걸어온 길.
그닥 높이 올라온 것도 아닌데도 경치가 좋습니다.
로즈벨리의 모습.
같이 로즈벨리 투어에 참가한 일행들.
대부분 사람들의 선생님이었습니다.
여행을 다녀보면서 느끼는 것은 여행을 다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사 아니면 학생인 것 같아요.
로즈벨리 지역은 장미빛이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던데, 이렇게 보니 그 이유를 정말 알 것 같았어요.
한 개의 바위라도 퇴적 시기와 성분에 따라서 색이 다른 것이 확연히 보여요.
초등학교 시절 자연 숙제로 '지층 사진 찍어오기' 같은 숙제가 있으면 정말 짜증났는데, 이런 거 찍어가면 칭찬 받았을 거 같아요.
로즈벨리 트래킹 코스 중 꼭대기 즈음에는 카페가 하나 있었어요.
나이 많으신 할아버지 한 분이 운영하시는 것 같던데, 모두들 그 곳에서 사과차 한 잔씩 했습니다.
나중에 온 한 외국인은 한 여름에 오렌지 주스를 시키던데, 정말 오렌지를 아낌없이 넣더라고요.
한잔에 무려 3개의 오렌지 즙만 짜주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네요.
오렌지는 겨울에 나오는 과일이라서 여름엔 비싸거든요.
차 한잔씩 마시고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다가 슬슬 노을이 질 시간이 되자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로즈벨리는 카파도키아에서 석양이 제일 아름다운 곳이라고 유명해요.
처음에는 입소문으로만 전해지다가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어서 아예 투어가 생긴 것이라고 합니다.
해가 지고 있을 때, 로즈벨리의 풍경.
해가 지자 서둘러 내려왔습니다.
아무리 별로 높지 않은 산이라도 해가 지면 위험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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