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는 게 참 희한해서, 여행을 할 때 며칠 잠깐 머무르는 도시에서는 하나라도 더보려고 아둥바둥하는데, 의외로 장기간 머무리는 도시는 맨날 다니던 길, 가던 곳만 가고 새로운 곳에 안 가게 되는 것 같아요.
저 또한 우즈베키스탄에 온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부하라, 히바, 사마르칸트 등 유명한 도시는 관광을 거의 다 했는데, 타슈켄트는 아직 못 본 곳이 많아요.
'오늘은 날씨가 안 좋으니까' 혹은 '오늘은 피곤하니까',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등등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오히려 안 다니게 되더라고요.
꼭 한 번 가보고 싶었지만, 그렇게 미루던 곳 중에 하나가 바로 '텔레미노라 teleminora' 였어요.
'텔레미노라'는 우리나라의 남산타워 비슷한 탑로, 타슈켄트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어요.
높이가 375m 로 중앙아시아에서 제일 높은 건물이랍니다.
타슈켄트에 방송을 송출하는 TV 및 라디오 방송시설과 기상국, 레스토랑도 들어가 있어요.
론니 플래닛에는 'TV 타워' 라고 적혀있고, '걸어서 세계 속으로'에서도 '타슈켄트 TV 타워'라고 자막처리해서 방송했어요.
정식 영어 명칭이 TV tower 인 것은 맞지만, 그렇게 말하면 찾아가기 정말 힘들어요.
어디인지를 몰라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그게 뭔지를 못 알아 들어서요.
우즈벡어로는 '텔레미노라 teleminora', 러시아어로는 '텔레바쉬냐 телевашня'라고 해요.
일반적으로 텔레미노라 라는 말을 더 많이 쓰는 것 같기는 하지만, 둘 중 아무거나 써도 다 알아듣습니다.
요 며칠 날씨가 좋기에 과감히 '텔레미노라'에 가기로 했어요.
주말에 갔더니 너무 사람이 많아서 한참 기다려야하길래, 평일에 다시 한 번 갔습니다.
'텔레미노라'는 아미르 테무르 거리 Amir Temur Ko'chasi 에 위치해있는데, 지하철역 '하빕 압둘라예브 Habib Abdullayev'나 '보돔조르 bodomzor' 에서 내려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어요.
거리상으로는 '보돔조르'에서 더 가깝지만, 언덕길을 올라가기 싫어서 '하빕 압둘라예브'에서 내려서 걸어갔습니다.
텔레미노라 입구.
입구에는 세계의 유명한 마천루들의 큰 모형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2 - 3m 는 족히 되는 것 같아요.
입구에서 오른쪽에 보면 영어로 'WELCOME'이라고 쓰여져있는 곳이 리셉션이자 매표소입니다.
이곳에 있는 여직원에게 여권을 제시하면 인원과 가격을 적은 종이를 줍니다.
주소란이 있기 때문에 머물고 있는 숙소를 물어보거나 거주등록증을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그걸 받아 맞은편에 있는 '카사 kassa' 라고 쓰여진 곳에 돈을 내면 영수증을 줍니다.
그 영수증을 받아 다시 리셉션에 가면 그제서야 비로소 표를 줍니다.
외국인 입장료는 15달러, 공식환율로 계산해서 29,600숨이었어요.
현지인들은 15,000숨이니 현지인들의 두 배 가격이에요.
아마 우즈베키스탄 관광지 중에서 제일 비싼 곳이 아닐까 해요.
히바 이틀 티켓도 10달러였거든요.
가방은 리셥센 뒤에 있는 사물함에 넣고 잠근 후 열쇠를 줍니다.
이 때, 돈과 여권 등 같은 필수 소지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물함 속에 넣으세요.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에 공항처럼 여권 및 소지품 다 꺼내놓고 검사하고, 보안검색대도 통과합니다.
저는 핸드폰, 여권, 열쇠, 지갑, 똑딱이 카메라만 들고 갔습니다.
직원 말로는 모든 쇠붙이류, 전자기기류, 담배, 라이터 등등 있으면 다 꺼내라고 하더라고요.
이곳은 군인이 관할하는 곳인데다가 어떤 사람이 통과하다가 '삑'소리 나서 걸리자 군인이 조용한 곳으로 끌고 들어가서 몸수색하는 것 같더라고요.
전망을 볼 수 있는 곳은 97m 높이로, 엘리베이터를 타면 6층에서 내립니다.
검색대에서 엘리베이터까지 가는 통로에도 세계 여러 마천루들의 모형이 전시되어 있는데, 직원이 엘리베이터까지 따라와서 밀어넣는 바람에 사진 한 장도 못 찍었어요.
우즈베키스탄은 사진 촬영 금지 지역이 많고, 금지된 곳 잘못 찍었다가 걸리면 바로 추방될 수 있기 때문에 확실하지 않은 곳은 사진 촬영하지 않는게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예전에 남산 타워를 갔을 때는 전망대를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는데, 텔레미노라는 내리자마자 무슨 관공서 복도처럼 되어있어서 잘못 내린 줄 알고 당황했어요.
알고 보니 이곳이 전망대예요.
타슈켄트는 고층건물이 그닥 많지가 않아요.
여름에는 나무들이 많아서 가릴 수도 있지만, 지금은 겨울이다보니 훨씬 멀리까지 잘 보이는 것 같았어요.
텔레미노라 근처 스포츠 센터와 마을.
우즈벡 사람들은 도시라고 해도 마당이 있는 개인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많아요.
건물 지붕을 보고 무슨 헬리콥터 착륙장인 줄 알고 깜짝 놀랐네요.
우즈베키스탄 최대의 놀이공원이자 수영장인 '아쿠아 파크 akva park' 예요.
지금은 겨울이라서 휴업 중이지만, 여름에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40도가 넘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매표소 앞이 항상 바글바글해요.
우즈베키스탄 중앙은행인 NBU 와 5성급 호텔인 '인터컨티넨탈 호텔'이예요.
철수 시장 chorsu bozori 근처.
동그란 돔 모양이 바로 철수 시장이예요.
그 유명한 침간산은 아니고, 타쉬켄트 주의 '크브라이' 라는 지역에 있는 산이라고 해요.
타슈켄트 사람들은 나무의 푸르름을 보기 위해서 여름에 텔레미노라에 오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하는데, 겨울에는 설산을 볼 수 있으니 겨울에 오는 것도 나름의 장점이 있지요.
설산의 풍경은 어디서 어떻게 찍든지 한 장의 작품이 나오는 것 같았어요.
전망대에는 세계의 마천루들의 작은 모형들도 전시되어 있었어요.
서울에 있는 남산타워의 모형도 있어요.
현재는 큰 도로도 있고 번화한 지역이지만, 과거에 이곳은 타슈켄트 도심이 아니라 갈대가 무성하게 자라던 시골이었다고 합니다.
소련 시대에 체제에 반발하던 우즈벡인들을 처형했던 장소라고 해요.
민족주의자들 뿐만 아니라 무고한 사람들도 많이 희생되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소련의 압제에 희생되었던 희생자들의 기념비와 박물관이 있습니다.
박물관도 꽤 볼만해요.
옆에 흐르는 것은 강이 아니라 타슈켄트에 물을 공급하는 일종의 운하입니다.
일전에 영화를 보러갔던 영화관이 있는 '메가플래닛 mega planet'.
텔레미노라의 그림자.
한 바퀴 다 돌고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갔습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본 적이 몇 번 없지만, 타봤던 것 중에서는 최신식의 엘리베이터였어요.
다른 엘리베이터는 몸이 잘릴 정도로 퍽퍽 문을 닫아버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하도 끼익끼익 거려서 떨어질까 두려웠던 적도 많았거든요.
처음에는 입장료가 생각보다 너무 비싸서 '비싸기만 하고 별로 볼 거 없는 거 아냐.'라고 걱정했었는데, 경치가 좋아서 그만큼의 값어치는 충분히 했다고 생각해요.
타슈켄트 전망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도 없고, 멀리서 보는 설산이 너무 멋있었거든요.
여름에도 한 번 가볼걸 하는 아쉬움도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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