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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2 타슈켄트 [完]

[우즈베키스탄] 론니플래닛에도 안 나온 타슈켄트 관광지, 장기오타 묘소

by 히티틀러 2012.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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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슈켄트는 1966년 대지진으로 인해 옛모습이 거의 남아있지가 않아요.

유적이라고 해봐야 철수 시장 근처에 있는 쿠켈다쉬 마드라사와 하즈라티 이몸 모스크 정도가 고작이예요.

그러다가 우연히 타슈켄트 인근에 '장기오타 묘소 Zangi Ota Maqbarasi' 라는 유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무려 론니플래닛에도 나오지 않은 유적지!


한 번 가보려고 인터넷에도 가는 방법을 찾아봤지만 잘 안 알려져있는 유적이라서 그런지 자료가 없었어요.

기껏 찾은 것은 '타슈켄트에서 서남쪽으로 30km 정도 떨어져있어요' 정도.

현지인에게 물어봐도 '그런 곳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봤는데, 어떻게 가는지는 몰라.' 라는 대답 뿐이었어요.

그러다가 인터넷 검색 중 론니플래닛 사이트에서 '마지막 지하철 역에서 갈 수 있어요.' 라고 써놓은 것을 발견했어요.


"그럼 올마조르 Olmazor 역에서 갈 수 있구나!" 


'장기 오타 묘소'는 타슈켄트 시(市)가 아니라 타슈켄트 주(州)의 장기오타 Zangi Ota 라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요.

올마조르에는 근처 지역으로 가는 마슈르트카나 쉐어드 택시들이 있는데, '장기 오타' 가는 버스나 마슈르트카를 타면 갈 수 있어요.

올마조르 지하철 역 말고도 이파드롬 시장이나 칠론조르 역 근처에서도 가는 마슈르트카 혹은 버스가 있아요.

주로 타슈켄트에서 양기욜 yangi yo'l 로 가는 버스들이 많이 거쳐갑니다. 

요금은 버스나 마슈르트카에 따라 다르지만, 700-2000숨(300~900원) 사이입니다.

저는 올마조르 역에서 224번 마슈르트카를 타고 갔어요.


주의할 점은 운전기사나 표 파는 사람에게 꼭! 장기오타 유적지에 내려달라고 해야해요.

장기오타 자체가 하나의 지명이기 때문에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어요.

타슈켄트 시를 벗어나면 바로 장기오타 지역이 나오기 때문에 그닥 멀지 않아요.

이파드롬 시장을 지나 10분 정도만 가면 되는 듯 합니다.



장기오타 묘소 입구.

근처에 시장 비슷한 곳과 노점들이 있는데, 그곳에서 내려야해요.



장기오타 묘소는 14세기 말 아미르 테무르 시대에 지어진 유적입니다.

아미르 테무르는 성인인 아이 호자(Ay-hoja)의 묘지에 이러한 건물을 지으라고 명령했는데, 그 분의 생전 이름이 '장기 오타(삶의 아버지)' 였기 때문에 유적에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고 하네요.

성자의 묘지 뿐만 아니라 내정원과 탑, 모스크도 같이 있어요.



장기 오타 유적에서 가장 눈에 띄고, 아름다운 곳은 바로 이 연못!

그 유명한 부하라의 라비하우즈 부럽지 않았어요.

근처에 사는 커플들의 데이트 장소이자 친구 및 가족들의 나들이 장소로 이용되는 듯 공원처럼 조성되어있었어요.

관광객은 저 혼자 뿐이고, 다른 사람들은 다 현지인들이었어요.

인공으로 만들어진 연못이라 잔잔해서, 수면에 비춰보이는 유적의 모습이 마치 한폭의 그림인 듯 해요.



큰 연못을 채우려면 어디선가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끌어와야하지요.

연못의 물은 어디서 오는지 모르는 저런 수로를 따라서...



저 샘의 물과 합쳐져서 연못으로 들어갑니다.

현지인들은 마치 성수라도 되는 듯 지나가면서 샘의 물을 손에 받아 한 모금씩 마시더라고요.

저도 시험 삼아 한 번 마셔봤는데, 물 맛은 크게 맛있다거나 특이하진 않았어요.

다만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물이 차갑지가 않고 미지근해서 깜짝놀랐네요.



앉아서 쉴 수 있는 정자.



이제 안으로 들어갑니다.



화려한 내정원과는 달리 유적 내부는 단촐했어요.

모스크로 추정되는 건물 하나와 탑 하나가 전부였어요.



탑은 과거에 미나렛(사람이 올라가서 기도시간을 알려주는 곳)이었던 것 같아요.

탑 위로 올라가는 입구가 있기는 한데, 현재는 잠겨서 올라가 볼 수가 없었어요.



채색이 화려하고 건물이 커서 모스크라고 생각했어요.

머리 수건을 가지고 오지 않아서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살짝 안을 봤는데, 공간도 좁고 별 거 없어서 조금 실망했어요.



밖으로 다시 나오니 지은 지 얼마 안 되는 것처럼 보이는 건물이 하나 있었어요.



가서 보니 우즈베키스탄 이슬람 위원회 타슈켄트 주 지부가 바로 이 장기오타 유적지에 있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는 각 주마다 이슬람 위원회 사무실이 있어요.

대부분은 그 지역을 대표할만한 마드라사나 모스크 주변에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타슈켄트 시의 경우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코란이 보관되어 있는 '하즈라티 이몸 모스크'에 지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본 모스크들의 특징 중 하나는 대부분은 근처에 공동묘지가 있어요.

한국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공동묘지를 우즈베키스탄에서 정말 많이 보았어요.



그리고 공동묘지가 있는 곳에는 꼭 이슬람 성자 혹은 과거 그 지역과 관련되어 있는 지위 높은 사람의 묘소가 있는 경우가 많아요.

장기 오타 유적에는 '안바르 비비 Anvar bibi'라는 사람의 묘소가 있었어요.

저 묘당은 15세기에 지어졌다고 하더라고요.



내부에는 저렇게 무덤 두 개가 있는 것이 전부예요.

종교심이 깊은 우즈벡 사람들은 들어와서 기도를 올리기도 해요.

가끔은 이슬람 종교인이 앉아있으면서 오는 사람들에게 그 장소와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며 같이 기도를 하고, 얼마의 기부금을 받기도 해요.

장기 오타 유적은 무료이지만, 저도 관람료 조로 기부금 1000숨을 드리고 왔어요.



돌아나오는 길에 본 장기오타 유적.

앞모습보다 옆으로 본 모습이 훨씬 사진이 잘 나오는 거 같아요.






장기오타 묘소는 종교적인 측면이나 역사적인 측면을 감안해보면 그닥 볼거리가 많은 곳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타슈켄트에 얼마 없는 오래된 유적이라는 점과 공원처럼 아름답게 꾸며진 내정원은 한 번쯤 와볼만은 하다고 생각해요.

외곽에 있다고는 하지만 타슈켄트에서도 그닥 멀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저렴하게 다녀올 수가 있어요.

타슈켄트에서 일정이 남으시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다녀올만한 곳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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