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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2018 부산 [完]

[부산] 06. 10/8 넷째날 - 마포철길, 달맞이고개

by 히티틀러 2018.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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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지?


 

해동용궁사에서 돌아오는 버스에서 고민에 빠졌다.

원래는 해동용궁사에서 오후 3시 즈음 일정이 끝나면 잠시 쉬고, 저녁을 먹은 후, 오후 7시에 영화를 보러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예정보다 일정이 빨리 끝나서 시간이 붕 떠버렸다.

남포동이나 부산역 인근으로 가기에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숙소에서 쉬기에는 시간이 너무 남아버린 상황.

게스트하우스에서 얻어온 지도를 뒤적이고 있다가 '요즘 미포철길이 찾아가는 분이 많다' 는 사장님이 추천해주셨던게 생각났다.

어차피 버스 노선 중간이기도 하고, 보고 난 후 숙소까지도 충분히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라 딱 안성맞춤이었다.



정류장에 내리자마자 보이는 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엘시티 LCT.

해운대 해수욕장 쪽에서 볼 때도 꽤 높다는 생각은 했지만, 가까이에 서 있으니 고개를 한껏 치켜올려야한다. 



미포철길은 최근 인기를 끌기 시작한 장소라서 가지고 있는 옛날 가이드북에는 위치가 나와있지 않는데, 게스트하우스 사장님 말씀에 의하면 LCT 맞은편에서 시작한다고 한다.

미포항 방향으로 내려가기 위해서 횡단보도 앞에 서있는데, 맞은편 횡단보도에 서 있는 사람들이 계속 두리번거리기만 했다.

파란불에 길을 건너는 나를 붙잡고 "지금 파란불인가요?" 라고 묻기에 속으로 '왜 그러지?' 라고 싶어서 뒤를 돌아보니 신호등이 아예 먹통이다.

뒤에 나무가 쓰러진 걸로 봐서 태풍 때문에 나무가 쓰러지면서 신호등도 단전되거나 같이 고장난 듯 싶었다.



미포철길은 1934년 개통한, 경주와 부산을 연결하는 동해남부선 철도의 일부이다.

좌동~송정구간은 우리나라 유일의 임해철도선이었으나, 2013년 12월에 해운대 도심을 지나는 우동~기장 구간의 복선화가 완료되면서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노선이 되었다.

폐노선을 수리해서 여가공간으로 만든 셈인데, 인생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스팟으로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나도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인스타그램에서 몇 번 본 적이 있고.

춘천 같은 경우 경춘선이 복선화되고난 후 김유정역부터 강촌역까지 옛날철길에 레일바이크를 조성했는데, 관광객들이 꽤 찾아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철도는 만들 때도 그렇지만, 노선을 없앨 때에도 비용이 많이 든다는데, 이렇게 관광상품으로 재활용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인 거 같다.



예전 철길이라고 기차모형도 만들어놓았다.



살짝 남겨보는 발끝 샷.

그런데 걷기가 은근히 어렵다.

철로 위를 걸으면 비틀비틀하다고, 자갈을 밟으면 배기고...

평평한 돌부분만 콩콩 밟으면서 걷게 된다.



한 발 한 발 걷다가 문득 뒤돌아보면 뒤에는 LCT가 번쩍거린다.

송리단길을 갔을 때, 오래된 주택가들 사이에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제2롯데타워를 올려다보았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어느 곳이나 개구멍과 샛길이 있듯이 여기에도 중간에 빠져나가는 길이 있다.

미포항이 가깝다보니 횟집과 카페, 민박집 등이 있는 거 같았다.



철길을 따라 몇 분쯤 걷다보니 어느새 나무들은 다 사라져서 따가운 햇살을 고스란히 맞으면서 걸어야했다.



철로 주변에는 집도 몇 채 있는데, 당장 허물어도 이상하지 않을 폐가 수준이다.

빈집도 있을지 모르지만, 몇 군데에는 빨래 같은 게 있는 걸로 봐서 사람이 사는 곳도 있는 거 같다.

지금이야 폐선이라지만 예전에는 실제 기차가 다녔을 텐데, 이렇게 소음 심한 곳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싶다.



처음에는 돌로 잘 되어있던  철도부목이 조금 지나니 어디론가 다 사라지고, 끝부분에 낡은 나무 부분만 조금 남았다.

자갈길만 걸으려면 발이 좀 아파서,  부목을 콩콩 밟고 걷다가 맞은 편에서 사람이 오면 자갈길을 좀 걷고, 지나가면 다시 부목을 밟고 가는 식으로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오른쪽으로는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졌다.

멀리 마천루들이 서있는 데가 해운대와 센텀시티 쪽인 거 같고, 다리는 아마 광안대교가 아닐까 싶었다.



걷다보면 달맞이재 라는 터널이 나온다.

여기가 미포철길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 포인트인가 보다.

친구들끼리 4-5명씩 온 경우가 꽤 많았는데, 아예 삼각대를 준비해와서 세워놓고 서로서로 설정샷을 찍어주기에 여념이 없다.

커플 혹은 2명이서 경우는 둘이 같이 인증샷이 남기고는 싶은데 삼각대를 안 가져온 경우, 지나가던 행인 1 수준인 나에게 부탁을 하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 

혼자서 멀뚱히 돌아다니는 내가 가장 만만해보였나보다.

사진도 못 찍는데, 의도치않게 남의 사진을 3-4번은 찍어준 거 같다.



워낙 한 자리에 오래 머물면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아서, 사람들이 거의 안 나온 터널 사진은 이거 하나 건진 거 같다.

나 혼자 기념으로 찍는 사진이나 웹 클라우드에 보관하는 사진이라면 사실 다른 사람이 나오든 말든 솔직히 큰 상관은 없는 일이다.

그 사람 얼굴이 무슨 증명사진 수준으로 대놓고 나온 것만 아니라면 말이다.

하지만 나는 사진을 찍어서 불특정다수가 볼 수 있는 블로그에 여행기를 써서 올리다보니 그 점은 늘 고민이 된다.

초상권 침해 문제도 있고, 일일히 사진 찍었다고 얘기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허락도 없이 누군가의 모습을 막 찍는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하나의 폭력일 수도 있지만.

블로그에 올리는 사진에서 사람 얼굴은 거의 무조건 모자이크를 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참 고민이 많은 주제이다.



벽에는 뾰족한 걸로 박박 긁어서 써놓은 듯한 낙서가 한가득이다.

지금은 없어진 옛날 강촌역 벽에도 이런 낙서가 빼곡했던 기억이 난다.

낙서가 하도 많으니 역에서 한 번 페인트칠을 새로 하고 그래피티도 그려놨는데, 얼마 못 가 그 위에 또다시 낙서가 그득했었다.

사람 손 닿는데야 그러려니 하겠는데, 머리꼭대기에서도 한참 위, 손을 뻗어도 안 닿는 곳에는 대체 어떻게 낙서를 해놓은 건지 신기하기만 하다.



달맞이재에서 사진 왕창 찍다가 돌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그 너머는 사람들이 없었다.

조용하니 좋구나.. 라고 걷고 있는데..




길이 막혔네...?



여기를 소개해준 게스트하우스 사장님 말씀으로는 미포에서 청사포 쪽까지 길이 이어져 있는데, 본인 걸음으로는 40분, 넉넉잡아서 1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거라고 알려주셨다.

좀 더 갈 수 있으면 청사포 등대와 청사포 다릿돌 전망대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으니 가보라고 하시면서.

채 20분도 안 걸은 거 같은데, 대뜸 길이 막혀있어서 당황스러웠다.

알고보니 부산시 측에서 미포에서 (구)송정역까지 약 5km의 거리에 부산그린레일웨이 조성사업을 진행 중이었다.

올해 말까지 진행 예정인 공사라서 현재는 막혀져있던 것.



그냥 돌아가기에는 시원섭섭해서 틈 사이로 살짝 건너편을 엿보았다.

저런 꿀길을 눈 앞에 두고 돌아가야하는게 아쉬웠다.



왔던 길을 따라 다시 미포 쪽으로 걸었다.

방금 전 나처럼 청사포 쪽으로 계속 걸어가려는 사람들이 몇 있어서 길이 막혔다고 알려주었다.



아까 걸었던 길을 돌아가려니 지루하기도 하고, 어차피 돌아가봤자 별 거 없다는 걸 알고 있어서 중간에 샛길로 빠졌다.




무슨 계단이 이렇게 많아?



해동용궁사 장수계단보다 더 많은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

그늘도 없어서 뙤약볕을 맞으면서 헥헥대고 기어올라갔다.



중턱 즈음에 뜬금없이 공원이 조성되어있었는데, 달맞이 곰솔 군락지라고 한다.

곰솔은 해송의 일종인데, 개발사업자가 납부한 생태계보전협력금을 활용하여 훼손된 생태계 보전 및 복원사업을 한 것이라고 한다.

여기는 휴게 쉼터이고, 조류 서식지나 생태 탐방로, 숲복원지 등을 조성해놓앗다고 한다.



아득바득 다 기어올라와보니 문탠로드 입구다.

문탠로드는 달맞이 고개의 걷기 코스인데, 해가 아닌 달을 받으면서 걷는다고 해서 Suntan 이 아닌 Moontan Road 라고 이름붙였다고 한다.



문탠로드의 관림데크도 있다.



고도가 높으니 시야가 탁 트이는 것이 아까 미포철길에서 보았던 것보다 경치가 더 좋다.

날이 어두웠으면 달이 떠서 더 예뻤겠지.



달맞이 고개를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달맞이 고개는 처음 부산에 왔을 때부터 한 번 가보고 싶은 생각은 있었으나 가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  언덕길이라서.

평지형 인간인 나는 조금만 경사가 있어도 정말 싫어하는데, 이름부터 대놓고 '고개'다.

거기에 대중교통이라도 있으면 모르는데, 달맞이 고개를 가는 버스도 없는 거 같았다. (지금은 시티투어 버스가 다닌다고 한다)

그러다 달맞이고개까지 1.Xkm 라고 쓰여진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 정도면 걸어서 20분 정도면 충분할 거 같아서 미친 척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걷기 좋도록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고, 자세히 보면 바닥이 보도블록이 아니라 나무로 되어있다.

어디에서 듣기로는 원래 달맞이고개는 드라이브 코스로 많이 가던 곳이라 걸을만한 인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부산 측에서 '걷기 좋은 부산' 등의 캠페인과 함께 문탠로드와 갈맷길 등등을 조성하면서 달맞이고개에도 걸으면서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있는 인도를 조성하고 싶었지만, 이쪽의 도로 폭 자체가 좁아서 쉽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바닷가 쪽으로 나무데크를 붙여서 인도도 만들고, 아까 봤던 관람대도 만들고 한 거라고 한다.



내가 미쳤지



하지만 그러면 뭐하나, 나는 죽겠는데.

조금만 걸으면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언덕길이 끝이 안 보인다.

더군다나 초행길이다보니 어느 정도 가야하는지 거리감도 오지 않아서 더더욱 멀게만 느껴졌다.

칼을 뽑았으니 무까지는 못 썰어도 두부라도 으깨야한다는 생각에 꾸역꾸역 걸어올라갔다.



드디어 도착한 목적지, 해월정의 간판이 보였다.

원래부터 고갯길을 다 넘을 생각은 아니었고, 해월정까지만 보고 올 생각이었다.



해월정은 바다 해 海, 달 월 月, 정자 정 亭, 이름 그대로 바다를 비추는 달을 보기에 가장 좋은 정자라고 한다.

1997년 건립되었는데, 일출과 월출을 보는 명소로 손꼽힌다고 한다.



계단이 있어서 2층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팔각정으로 가장자리에는 걸터앉을 수 있는 공간과 난간이 있고, 가운데는 텅 비어있다.

공간이 꽤 넓어서 한여름에는 돗자리 깔아놓고 더위를 피해도 좋을 것처럼 넓다.

가족끼리 온 경우 애들은 여기에서 막 뛰어놀기도 했다.



바다와 산이 어우러져 풍경이 참 예쁘다.

낮에 보는 풍경도 물론 좋지만, 월경이 유명한 곳인만큼 밤에 오면 느낌이 색달랐을 거 같다.

물론 오밤중에 그 지긋지긋한 언덕을 다시 기어올라오고 싶은 생각은 추오도 없지만 말이다.

여기에는 3개의 보름달이 뜨는데, 하나는 하늘의 달, 두번째는 바다에 비친 달, 마지막은 연인의 눈동자에 비친 달이라고 한다.

세 개의 보름달에 소원을 빌면 영원한 사랑이 이뤄진다나 뭐라나.



분위기와 뷰가 좋은 곳이라 그런지 카페가 빠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목 좋은 곳에는 다 카페 아니면 레스토랑이라고 하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닌 거 같다.



달맞이길 관광안내소에서는 '해운대 달맞이빵'을 판매한다고 한다.

나름 지역특산물이니 작은 사이즈 있으면 하나 사갈까 했는데, 관광안내소 자체가 잠겨있었다.



미포교차로 쪽으로 천천히 걸어서 내려왔다.

올라갈 때는 그렇게 짜증나고 힘들었는데, 한 번 본 길이라 내려오는 건 금방이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기에도 애매한 거리라 천천히 걸어서 해운대 쪽으로 향했다.



숙소로 돌아오니 어느새 오후 4시 반이 넘은 시각.

아침 8시부터 빨빨대고 돌아다녔더니 피곤이 몰려왔다.

태풍 온다기에 추울 줄 알고 도톰한 니트만 챙겨왔는데, 날도 화창한데다가 남쪽 동네라 따뜻해서 온몸이 땀으로 끈적거렸다.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한숨 자고 싶었지만, 아직 오늘의 일정은 남아있다.



오후 6시 지하철을 타고, 장산역에 도착했다.

오늘의 처음이자 마지막 영화가 7시 30분에 메가박스 장산에서 상영 예정이었다.



그 전에 저녁을 먹기 위해 화목데상가 지하1층에 있는 수제버거집인 '시즌잉버거' 에 들렸다.



주문한 메뉴는 노포동 미사일 버거였다.

처음 주문하려고 했던 메뉴가 있었는데, 지금 안 된다고 해서 소스가 비슷한 계열이고 신메뉴인 노포동 미사일 버거를 주문한 것.

메뉴판을 보고는 '왜 노포동 미사일이지?' 라고 생각했는데, 햄버거가 나오자마자 바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수제버거를 많이 먹어본 건 아니더라도 최근 몇 년간 프랜차이즈에서 나온 패스트푸드 메뉴는 다 먹어봤는데, 이렇게 햄버거 한가운데 큰 소시지가 불뚝 들어가있는 건 처음 본다.

쇠고기 패티에 소시지, 치즈, 베이컨까지 들어있는데다가 야채라고는 볶은 양파가 고작이라서 텍사스에서 모래바람 맞으면서 먹어야할 거 같은 맛이었다.

왠지 모르게 맥주가 생각나기도 했다.



참고 : 해운대/장산역 수제버거 맛집 - 시즌잉버거 Season Ing Burger




라피키, 친구 Rafiki 는 케냐 영화이고, 배경도 케냐의 수도인 나이로비이다.
케나와 지키는 나이로비의 한 작은 마을에 사는 소녀이다.
서로의 아버지는 의회위원선거에서 경쟁 후보이지만, 둘은 급격히 가까워지는데 단순한 우정을 넘어서 연인으로까지 발전한다
그러나 '좋은 여성은 좋은 아내가 된다'는 전통적 가치관과 기독교적 종교관이 지배적인 그곳에서 동성애는 인정받을 수 없었다.
그들의 비밀스러운 관계는 결국 발각되었고, 지키는 강제로 런던으로 떠나게 되고, 케나는 다른 지역에 있는 의대에 진학해서 갈라지게 된다.
시간이 흘러 그들이 재회를 암시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나게 된다.
솔직히 국가와 제목만 보고 고른 영화라서 갑자기 LGBT와 관련된 내용이 나온 건 조금 당황스러웠다.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 및 그들에 대한 차별은 사실 전세계 어디에서나 있을 것이다.
보통 유럽이나 미국 같은 경우는 인권 운동으로써 그런 이야기들이 많이 대두되고 주목받곤 하지만, 그 외의 지역은 아직까지도 쉬쉬하는 경향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실제 이 영화도 주제 때문에 케냐에서 상영 금지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아프리카 쪽의 LGBT를 다룬 영화를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있었다.



저녁 9시 반이 지나서야 오늘의 일과가 끝이 났다.
피곤해서 바로 숙소에 돌아가서 씻고 잠이 들었다.
길고 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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