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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9 말레이시아[完]

여자 혼자 말레이시아 여행 - 12. 1/19 페낭 힐 (1)

by 히티틀러 2019.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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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편의점에서 생수 하나를 사마셨다.

사람들이 수시로 냉장고 문을 열어댔는지 물은 미지근했다.




페낭힐 걸어가도 되나?



보통 페낭힐은 켁록시 사원과 묶어서 가곤 한다.

문제는 사람마다 이야기가 다르다는 점이었다.

걸어갔는데 별로 안 멀었다는 사람도 있었고, 멀어서 힘들었다는 사람도 있고, 멀어서 그랩을 불러타고 갔다는 사람도 있었다.

구글 지도로 검색해보니 약 2.5km, 걸어서 30분 조금 넘는 거리라고 나오는데, 이것도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었다.

일단 버스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정류장에서 같이 기다리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버스를 타고 떠나갔다.

'그냥 확 걸어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제까지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걸어가다가 내가 탈 버스를 본다면 속이 뒤집어질 거 같아서 혼자 꿋꿋이 기다렸다.

40여 분 가까이 기다린 끝에 간신히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내리세요!



내가 탄 204번 버스의 종점이 페낭힐 푸니쿨라 스테이션이다.

버스를 탄 지 10분이나 되었을까.

3-4정거장 안 갔는데, 벌써 도착해버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걸어갈걸.

걸어갔다면 진작에 도착했겠구만.



페낭힐은 남산 케이블카처럼 산꼭대기까지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간다.

푸니쿨라 티켓을 사기 위해 매표소 앞에서 줄을 서있는데, 경비원 아주머니까 무엇을 살 거냐고 물었다.



"페낭 힐 갈 거예요."



아주머니까 매표소 직원에게 뭐라뭐라 이야기하더니 표를 끊어주었다.

가격은 왕복 30링깃(약 8,500원).

말레이시아 물가를 감안하면 꽤 비싼 가격이다.

아마 현지인들은 더 저렴하겠지.

우리나라는 오히려 외국인에게 할인 혜택이나 서비스를 더 많이 제공하는데, 이런 점은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



쓰고 반납해야하는 카드지만, 기념으로 가져가고 싶을 정도로 예쁘다는 생각만 했다.

이 날, 내게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상상조차 못하고.



줄을 서서 10여 분 정도 기다리니 푸니쿨라가 왔다.

내가 줄의 앞쪽이라 '빨리 뛰어서 좋은 자리 잡아야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옆게이트를 열더나 늦게온 사람들부터 먼저 들여보낸다.

짜증이 났지만 그 때는 그게 무엇인지 몰랐다.



그래도 후다닥 뛰어서 비교적 앞쪽에 자리잡았다.

좌석이 있긴 하지만 몇 개 없고, 그나마도 아까 먼저 탄 사람들이 앉아버렸다.

서서 가지만 사진 찍기는 좋은 자리를 잡아서 다행이다.





페낭힐 레일웨이 Penang Hill Railway 는 영국 식민지 시절인 1923년 더위를 피하기 위한 피서지로 개발되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기술적인 문제로 중간에 기차를 한 번 갈아타야했고, 30분 정도 소요되었다고 한다.

지금 다니는 푸니쿨라와 노선은 2010년도에 재정비 및 업그레이드가 된 상태로, 길이는 약 2km 정도이며, 고도는 690m 라고 한다.

경사도가 꽤 높은 편이었는데, 노선의 절반 정도는 경사각이 28˚ 도 정도 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도는 빠른 편이었다.

체감상 지하철 타고 한강철로 건너는 정도의 속도는 되는 거 같은데, 도착하는 데 10분 남짓 걸렸다

.


선로 옆은 울창한 숲이다.

애니메이션 라이온킹의 OST 인 'The Lion Sleeps Tonight' 이 귓가에서 자동재생되는 풍경이다.

실제 운이 좋으면 원숭이를 볼 수도 있다고 한다.



도착해서 2분 정도 걸어가면 제일 먼저 스카이워크 Skywalk 가 나온다.



나무바닥을 쫑쫑쫑 걸어갔다.

유리가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아~ 좋다~~




바람이 불어온다.

탁 트인 바다와 하늘, 산과 빨간 지붕, 페낭 조지타운이 한눈에 펼쳐졌다.

저 산은 내게 오지 마라~ 오지 마라~ 하지만 고생한 보람이 있구나.

야경을 보아도 예쁠 거 같다.

켁록시 사원과는 달리 페낭힐은 밤 11시까지 푸니쿨라가 운행하기 때문에 페낭 사람들의 야경 스팟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하지만 말레이시아가 비교적 치안이 안전하다고 해도, 나홀로 여행자들에게 밤 구경은 사치다.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는 법이니까.



시간이 벌써 오후 5시가 다 되어가는데, 먹은 거라곤 KFC에서 먹은 아침과 생수 한 병이 전부다.

배도 좀 고프고, 다리도 욱신거렸다.

가장 먼저 나온 카페 겸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메뉴를 쭉 훑어보는데 식당이라기보다는 펍에 좀 더 가까워서 별로 끌리는 게 없다.

그나마 좀 독특해보이는게 페낭의 대표음식인 락사맛의 햄버거였는데, 문제는 락사가 별로 내 입맛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포스팅을 위해서 먹어야하나, 아니면 그냥 다른 걸 먹을까 잠시 고민했다.



결국 주문한 건 블랙커런츠 에이드 한 잔.

한 잔에 17링깃(약 4,800원)이라는 눈 튀어나오는 가격에 봉사표 10% + 세금 6%가 추가되어 19.70링깃(약 5,600원) 이나 나왔다.

그나마도 안 내고 도망갈까봐 음료와 동시에 계산서를 주며 계산부터 하란다.

인심도 박하다.

그냥 땀 좀 식히고, 다리쉼할 수 있는 거에나 만족해야지.




그래도 뷰는 예쁘다. 

비싼 가격과 불친절함은 경치 값과 자리값이라고 생각해야지, 뭐 어쩌랴.

땀 좀 식히고, 다리쉼하면서 잠시 이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거에 만족하련다.



말레이시아의 음주 가능 연령은 만 21세부터이다.

이전에는 먄 18세였다고 하는데, 2017년 12월 1일에 개정해서 음주 연령을 높였다고 한다.

만 나이에 생일 기준이니, 우리나라에서 22살, 23살 무렵까지는 말레이시아에서 맥주 사마시면 불법인 셈이다.



다시 걷기 시작했다.

오후 5시가 넘어가니 햇살에서 슬슬 저녁 냄새가 난다.



페낭힐은 그냥 전망대 뿐만 아니라 호텔과 스파, 박물관, 자연체험 시설까지 갖추어져있는, 꽤 규모가 큰 곳이다.

푸니쿨라 인근을 제외하고는 걸어서 가기 힘들기 때문에 이런 버기카를 타고 돌아보기도 한다.

노닥거리던 버기카 기사들이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호객을 하지만, 나는 누가 봐도 안 탈 거처럼 보였는지 쳐다보지도 않았다.



페낭 힐 모스크


뜬금없이 모스크가 나왔다.

현지 이름은 이 인근의 지명을 따서 '마스지드 부킷 반다라 Masjid Bukit Bandara (부킷 반다라 모스크)' 지만, 보통 '페낭 힐 모스크 Penang Hill Mosque' 라고 불린다고 한다.

페낭힐에 건설된 대부분의 시설이 영국 식민지 시설에 건설되었는데, 이 모스크는 페낭 힐에서 유일한 모스크라고 한다.



한창 공사 중이라 먼지 풀풀 날리고 정신이 없는데도 모스크의 기능은 하고 있는 거 같았다.

주변에 무슬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기도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애들은 그냥 흙구덩이, 먼지구덩이에서 뛰어놀기 바쁘다.



모스크 바로 옆은 힌두교 사원이 있다.

스리 아룰롤리 티루무르간 템플 Sri Aruloli Thirumurgan Temple 로, 보통은 페낭 힐 힌두 템플 Penang Hill Hindu Temple 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페낭에서 가장 오래된 힌두교 사원 중 하나로, 무르간 신을 모신 곳이라고 한다.



모레가 타이푸삼 아냐?



말레이시아 최대의 힌두교 축제라는 타이푸삼이 당장 내일 모레인데, 여기는 아예 폐쇄 중이다.

들어가지도 못하게 입구도 꽁꽁 막아놓았다.

여긴 부대행사도 안 하나보다.



대포를 배경으로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댄다.

32 파운더 대포 32 Pounder Cannon 이라는데, 무게는 2.75톤에 32파운드의 대포알(약 14.5kg)의 발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클리프 카페는 식당이라고는 하는데, 그보다는 푸드코트 같은 분위기였다.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고,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아서 페낭 힐에서 식사를 한다면 여기가 괜찮을 거 같았다.



부엉이와 말레이시아가 무슨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층 아래에는 부엉이 박물관도 있었다,

3000개의 부엉이 관련한 제품들을 보유하고 있어서 말레이시아 기네스북에 올랐다고 한다.

입장료도 있는데다 다녀온 사람 말에 따르면 조지타운 쪽에도 무료 입장할 수 있는 부엉이 용품 가게도 있다고 해서 굳이 볼 필요는 없다고 한다.

여기도 패스.




LOVE.. LOVE.. LOVE....



좋지, 러브...

솔로 천국, 커플 지옥....


난간에는 사랑의 자물쇠를 잔뜩 걸어놓았다.



사랑의 자물쇠가 걸린 다리를 건넜다.

이들의 사랑은 그들의 바람대로 이루어졌을까나.

이런 거 보면 괜히 시니컬해진다.



저 시커먼 덩어리는 고양이다.

죽은 거 아님. 그루밍 하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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