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 여행/2019 말레이시아[完]

여자 혼자 말레이시아 여행 - 14. 1/20 페낭 스리 마하마리 암만 사원

by 히티틀러 2019. 6. 21.
728x90
반응형

여행 넷째날, 1월 20일 일요일 아침.

전날의 피로로 다리가 욱신거렸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인 말레이시아 힌두교 축제, 타이푸삼  Thaiphusam 이 오늘부터 시작이다.

타이푸삼 축제는 총 3일에 걸쳐서 이루어진다.

페낭의 경우 첫날은 리틀인디아에 있는 스리 마하마리 암만사원 Sri Mahamariamman Temple 에서 모셔진 무르간 신상을 워터폴 힐 템플 Waterfall Hill Temple 로 모셔가고, 둘째날은 워터폴 힐 템플 쪽에서 성대한 축제를 벌이며, 마지막 날에는 신상을 다시 스리 마하마리암만 사원으로 모셔오는 일정이라고 한다.




신을 모셔가는 의식은 원래 오전 6시에 한다고 한다.

안그래도 아침잠이 많은데 여행까지 와서 굳이 일찍 일어나고 싶지 않아서 그냥 잤다.

어차피 여행의 백미는 둘째날이기도 하고.

적당히 아침 9시쯤 호텔을 나왔는데, 리틀인디아로 향하는 인도인들이 다른 날보다 월등히 많았다.

손에는 과일과 꽃, 코코넛과 향 등을 담긴 바구니들 들고 있는데, 신전에 바칠 공물인 듯 했다.




여기에서 아침을 먹을까?



스리 마하마리암만 사원에 도착했는데, 그 근처에 한 인도 음식점이 눈에 띄었다.

지나다니면서 몇 번 봤는데 시간대와 상관없이 늘 손님이 있었고, 대부분은 관광객이 아닌 인도 현지 사람들이었다.

이왕 힌두교 사원 들어갈 거 밥도 인도식으로 먹어보자.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가서 메뉴를 받아들었는데, 당황스러웠다.

메뉴 자체도 많았지만, 나름 인도음식점 좀 가봤다는 나도 처음 보는 음식들이 상당히 많았다.

우리나라에 있는 인도 음식점들은 북인도, 파키스탄, 네팔 등지의 음식을 파는 곳이 많은데, 여기는 남인도 음식을 메인으로 하는 곳이다.



플레인 도사


그 중에서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음식인 도사 Thosai 를 주문했다.

도사는 쌀과 콩을 갈아서 발효시킨 묽은 반죽을 크레페처럼 얇게 구워서 만든 음식으로, 남인도 지역에서는 거의 주식으로 먹는 음식이라고 한다.

물티슈와 알콜 스왑으로 손을 닦은 뒤, 인도사람처럼 도사를 손으로 쭉쭉 찢어서 처트니 (소스)를 듬뿍 찍어먹었다.

맛은 약간 시큼한 메밀 전병 비슷해서 그닥 이질감이 느껴지진 않았다.

다만 양이 많이 적어서, 끼니는 커녕 간단한 입가심 정도 수준이었다.



커피 타릭


아침에는 역시 카페인 좀 빨아줘야한다.

타릭 tarik 은 말레이어로 '잡아 당기다' 라는 의미로, 커피를 컵 두 개에 이리저리 옮겨담으면서 만든다.

그러면 낙차로 인해 공기층과 거품이 생겨서 맛이 훨씬 부드러워진다고 한다.

보통 밀크티를 만드는 방식인데, 커피를 이렇게 만든 건 처음 본다.

커피는 부드럽고, 달콤했다.


도사와 커피를 합쳐도 1천원 남짓의 식사.

가격도 저렴하고, 현지인들이 와서 먹는 곳이라 그런지 음식도 맛있다.

왠만하면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음식을 맛보기 위해서 한 번 간 곳은 다시 안 가는데, 여기는 한 번만 오기엔 너무 아쉬웠다.

그리고 궁금했지만 못 먹어본 인도 음식이 너무 많았다.

꼭 다시 와야지.

여행 기간 내내 패스트푸드점을 제외하고 여러 번 방문한 유일한 레스토랑이었다.



참고 : 말레이시아 페낭 리틀인디아 맛집 - 로스 무티아라 레스토랑 Ros Mutiara Restoran




오늘의 본격적인 일정을 스리 마하마리암만 사원 Sri Mahamariamman Temple 에서 시작이다.

산스크리트어로 스리 Sri 상대방을 부를 때 사용하는 경칭이며, 마하 maha 는 '위대한 great' 라는 뜻이라고 한다.

마리암만  Mariamman 은 병을 낫게 하고, 풍요를 가져다주는 어머니 여신으로, 주로 남인도의 타밀나두 Tamil-nadu 지역에서 널리 믿는 여신이라고 한다.

간단하게 '암만 amman' 여신이라고도 불리는데, 이 자체가 어머니라는 뜻이다.

타밀 사람들은 마리암만 여신이 자신들의 마을과 땅을 지켜준다고 믿기 때문에 남인도 전 지역과 마을 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모리셔스, 싱가포르 등에도 사원을 만들어놓았다고 한다.

특히 말라에시아 같은 경우, 거의 주마다 마리암만 사원이 있다고 한다.



바닥에는 코코넛 반 쪽이 나뒹굴고 있었다.

인도영화에서 보니, 인도에서는 의례를 할 때 코코넛을 사용했다.

코코넛을 바닥이나 돌에 부딪쳐서 깨뜨렸을 때, 잘 깨지고 신선하면 좋은 일이 일어나지만, 코코넛이 상했거나 하면 징조가 안 좋은 징조라고 한다.



여행을 하면서 여러 종교의 사원을 들어가봤지만, 힌두교 사원은 처음이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걸 슬쩍 보니 신발을 벗고, 문지방에 손을 살짝 댄 뒤 문에 달린 종을 치면서 들어가곤 했다.

나도 어설프게나마 따라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스리 마하마리암만 사원은 페낭 조지타운에서 가장 오래된 힌두사원이다.

1833년에 지어진 후 1933년에 대규모 리노베이션 수리를 한 뒤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고 한다.

특히, 타이푸삼 축제 때 카바디 Kavadi 라고 부르는 신상을 모신 수레가 출발하는 장소로 유명하다.



가장 먼저 반겨주는 건 가네쉬 Ganesh 신상이다.

가네쉬 혹은 가네샤는 코끼리 얼굴을 하고 있는 신으로, 인도에서 가장 대중적인 신 중 하나이다.

지혜와 부의 신으로도 숭배되기 때문에, 힌두교도들은 직업적 혹은 가정적으로 중요한 일을 시작할 때 꼭 가네쉬에 대한 예배를 한다고 한다.






이 신전의 주인인 마리암만 여신 말고도 사원의 모든 벽과 기둥에는 신상와 종교적 상징물들이 빼곡하게 자리잡고 있다.

인도는 '신의 나라' 라고 할 정도로 신이 많다.

시바나 비슈누, 크리슈나 등등 전국적으로 숭배하는 신도 있지만, 지역적으로 믿는 토착신앙과 불교나 자이나교, 시크교 등등도 포함하면 정확히 집계조차도 안 된다고 한다. 

3억이라더라 5억이라더라하는 카더라만 있을 뿐.

어디서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기독교인이 인도 선교를 갔을 대 가장 어려운 점이 이 점이라고 한다.

워낙 다종교 국가라 타 종교라도 큰 거부감없이 받아들이지만, 예수님도 그 많은 신 중 하나로 치부해버린다고.




열심히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경건하다.



소의 신상도 있다.

힌두교에서는 소는 시바신이 타는 동물로 신성시하며, 도살하거나 먹지 않는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있다.

그래서 인도 맥도날드에는 빅맥이 없고, 마하라자 맥이라고 치킨 패티나 채식 패티를 사용한 버거를 판매한다.

소를 잡거나 혹은 소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무슬림들이고, 힌두교 극렬주의자들에게 엄청난 위협을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인도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소고기 수출국이라는 점도 우습다.

숭배받는 소는 흰 암소이며, 숫소는 죽어라 일하고, 물소 고기는 또 먹는다고 한다.

인도에서 수출되는 고기는 주로 물소고기다.

소고기와는 달리 물소고기에는 제약이 없다고 한다.

이런 거 보면 소에도 카스트가 있나보다.



마하마리암만 여신은 저 안 쪽에 모셔져있고, 오직 주황색 옷을 입은 사제만 들어갈 수 있다.

내 핸드폰 카메라로는 아무리 줌을 땡겨도 신상을 화면에 담을 수가 없었다.

얼핏 보기에는 삼지창 같은 걸 들고 있고, 마스카라를 진하게 해서 눈이 부리부리했다.



사람들은 코코넛이나 과일 꽃, 우유 등의 제물을 가져와 바치기도 했다.

사제는 계속 오가면서 사람들이 가져온 제물을 신상 앞에 올리거나 우유나 기름은 목욕시키듯 부어버리기도 했다.



바리케이드 밖에서는 사람들이 종종대며 기다리고 있다.

자신의 공물을 신께 바치고, 사제가 전해주는 신의 가호를 받기 위해서인 거 같았다.



네? 저요?



나는 힌두교도도 아니라서 이들의 의식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궁금해서 줄 끝에서 기웃기웃거리고 있던 참이었는데, 사제님이 손짓으로 나를 불렀다.




사제님은 신상 앞에서 퍼온 잿가루를 이마에 발라주고, 꽃 한 송이와 몽키 바나나 하나를 쥐어주셨다.

먹을 거 생겼다.

먹을 거 주는 사람, 좋은 사람.



바나나도 받았겠다, 기분좋은 마음으로 신전을 나왔다.

입구에 있는 큰 탑은 고푸람 Gopuram 이라고 한다.

높이는 23.5피트(약 7.16m)이며, 38명의 신과 4마리의 백조가 묘사되어있다고 한다.

맨 꼭대기에는 '칼라삼 kalasam' 이라고 부르는 단지가 5개 올려져있다.



리틀인디아를 걸었다.

축제 기간이라 그런지 전날보다 전통의상을 잘 챙겨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사리 입어보고 싶다



인도영화를 즐겨보던 시절부터 사리를 한 번 입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목구비 뚜렷하고 몸매 예쁜 인도 여자들과 비교하면 허수아비에 거적데기 씌워놓은 꼴이겠지만.

여기라면 저렴하게 살 수 있을 거 같은데, 문제는 혼자 입을 자신이 없다.

사리는 천 하나로 몸에 두르는 거라 초보자는 혼자서 절대 못 입는다고 해서 가게들에 진열된 거만 보고 결국 포기했다.




옷은 못 입어도, 뱅글(팔찌)은 해보자



나의 인도에 대한 모든 환상은 인도영화에서 비롯되었다.

힌디, 타밀, 텔루구, 말라얄람 영화까지 거의 100여편 남짓 봤으니, 한국인치고 적게 본 편은 아닐 것이다.

그 중 어느 영화에서 여배우가 화가 나니까 바닥에 뱅글을 마구 내리쳐서 와장창 깨부시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인도 여행가는 친한 친구에게 뱅글 하나만 사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여행 중 핸드폰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선물은 커녕 여행조차도 곤란해져서 받지는 못했다.



저렴이로 구입했다.

여러 개가 아니라 저게 팔찌 1개이다..

내가 손이 작은 편인데도 팔찌 사이로 간신히 욱여넣었다.

걸을 때마다 찰랑찰랑 거리는게 풍경소리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이쯤 되니 내가 인도 여행을 온 건지 말레이시아 여행을 온 건지 싶지만,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랴.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늘은 인도 데이로 해보자.



길거리에 가로수로 바나나가 널려있다.

저 정도면 우리나라에서 얼마일까.

큰 칼로 뚝 떼어 어깨에 짊어지고 집에 들고 가고 싶다.



힌두교 신상을 파는 가게도 있었다.

기념품으로 작은 걸 하나 사갈 생각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직원분은 인도 여자분이셨는데, 갑자기 중국인 같이 생긴 사람이 와서 살짝 놀란 눈치였다.



가게 내부는 종교 대통합이다.

힌두교 신상 뿐만 아니라 부처님고 계시고, 심지어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님도 있다.



내가 알아볼 수 있는 신은 크리슈나와 라다, 시바, 가네쉬 뿐이었는데, 그 중에서 가네쉬를 골라왔다.

내게도 재물과 지혜를 주기를 바라면서.

제게 잠재력이 아니라 잠&재력을 주세요.



"당신은 여행자인가요?"

"네. 한국에서 왔어요."

"혼자 다녀요."

"네."

"조심히 다녀요."



그녀는 혹시 모르니 조심해서 다니라면서 걱정을 해주었다.

고마웠다.



입고, 샀으면, 이제 남은 건 먹을 일.

사람들이 몰려있는 노점이 있길래 나도 낑겨보았다.



튀김 종류와 디저트를 파는 가게였다.



양고기 사모사는 다 떨어졌다고 해서 치킨 사모사를 골랐다.
따로 데워주고 그런 거 없고, 휴지 한 장 주는 게 고작이다.


인도 여행은 못 가겠다


별로 안 맵다고 했는데, 꽤 맵다.
향신료 때문에 아니라 그냥 치킨 소에 고춧가루나 고추 조각 같은 게 들어있는 거 같다.
현지에서는 이거보다 더 맵겠지?
아직 인도 근처는 못 가봤는데, 음식만 보자면 나는 왠지 그 쪽으로는 여행 안 가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울 거 같다.



(재미있게 보셨으면 아래의 를 눌러주세요 ^_^)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