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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9 말레이시아[完]

여자 혼자 말레이시아 여행 - 15. 1/20 페낭 한지앙 사당, 선데이 마켓

by 히티틀러 2019.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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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건너 하나가 유적지고, 볼거리인 페낭 조지타운.

힌두교 사원인 스리 마하마리암만 사원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바로 중국 스타일 사당이 나온다.

현지어로 토콩 한 지앙 Tokong Han Jiang,  한강 漢江 가문의 가족 사당이라고 한다.



입구를 통과해서 안으로 들어가면 넓은 홀이 나온다.




안에는 역시 제단이 마련되어 있다.

보통 젯상에 올려두는 과일은 조상신들이 와서 흠향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제삿상 올릴 때는 맛볼 수 있도록 윗부분은 깎아서 쌓아올리는데, 여기는 무슨 음식 모형 전시해놓은 것처럼 툭 올려놓는다.

어떤 건 아예 비닐포장도 안 뜯어놨다.

베트남 같은 데에서는 초코파이 같은 과자를 올리는 것도 봤는데, 상자째 그대로 올린다.

조상님께서 알아서 잘 까드시라는 의미인가?



제단 양쪽으로는 문이 있고, 그 안쪽으로 들어가면 제단이 하나 더 있다.



이 사당의 가장 내실이자 중요한 장소로, 가문의 조상들의 신위가 모셔져있는 곳이었다.

현재까지도 매년 축제 기간이나 중요한 날에는 온 가문 사람들이 모여서 축제를 즐기기도 하고, 서로 간의 결속을 다지는 화합의 장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건물 양쪽 벽에는 가문의 역사와 이 사당에 대한 안내문이 중국어와 영어로 붙어있었다.

여기 설명에 따르면 중국 남부에 있는 푸젠성 광동 지역 출신의 태추 Teochew  潮州 부족의 한 분파라고 한다.

이들은 명나라와 청나라 시기, 특히 아편 전쟁 시기에 고향을 떠나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이주해서 자신들만의 고유한 문화과 커뮤니티를 유지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전에 다녀왔던 체 콩시 Cheah Kongsi 나 청팟제 맨션 Cheong Fatt Tze Mansion 과 마찬가지로 외국으로 이주해서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의 일가친척들을 불러들이고, 그러면서 커뮤니티가 커졌으리라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박정희 시절 강력하게 탄압해서 화교 세력이 크게 성장하지 못했지만, 동남아시아에서 화교들의 경제적, 사회적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인구의 5%인 화교들이 85%의 부를 독점하고 있는데에 대한 반감으로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으니까..

화교들은 혈연과 지연을 바탕으로 국경을 초월하여 상호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있다.

외국 생활을 할 때 많이 들은 이야기 중 하나가 '한국 사람 믿지 마라' 였다.

언어도 안 되고, 그 나라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점을 꼬투리로 잡아서 오히려 더 착취하고 이용해먹는다고.

꽌시가 물론 있어야겠지만, 해외 각지에 있는 커뮤니티가 있고 이렇게 큰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서로 돕는다는 사실이 어떤 의미로는 부럽기도 했다.




누가 중국인 아니라고 할까봐 문에도 중국풍의 그림을 깨알같이 그려넣었다.




후두둑.. 퍽!



둘러보고 막 대문을 나서는데 등 뒤로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지붕 아래 노려보고 있는 비둘기 한 마리.

한 걸음만 늦었어도 새똥을 머리에 제대로 맞을 뻔했다.

십년 감수했네.





목적지 없음. 길 모름.



페낭 조지타운에 도착한지 4일째인데, 아직도 길을 몰랐다.

구글 지도를 보면서도 엄한 데 가서 헤매기 일쑤다.

딱히 어디를 가야할 계획도 없었다.

오늘 목표는 스리 마하마리암만 힌두교 사원 보는 거였고, 목표는 이미 달성했다.

어차피 건물 하나 건너 건물이 유적인 곳인데, 걷다보면 뭐 하나 나오겠지.

동행이 있었다면 싸울 수도 있었겠지만, 나 혼자인데 뭐 어때.




저 천막은 뭐지?



이틀 전 갔던 인포메이션 센터 근처 도로에 빨간 천막들이 늘어서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차가 다니던 도로인데, 차량도 통제되었다.






돌아다니다보니 벼룩시장 비슷했다.

옷부터 시장해서 각종 액세서리, 인형, 향수, 비누, 먹거리 등등 온갖 종류의 물건들을 판매하고 있다.

오늘이 일요일이니 선데이 마켓 같은 게 아닐까 싶었다.




화려하게 경극배우 분장을 한 사람들도 나왔다.

공연하는 건 아니고, 그냥 사람들과 사진이나 찍어주는 정도인 듯 하다.

경극분장을 한 사람들을 보면 오래 전 영화 '패왕별희'가 떠오르곤 한다.

그닥 어린 나이에 본 건 아니었지만 꽤나 충격적이었는데..



사람이 몰리는 데 빠질 수 없는 건 역시 먹거리.

선데이 마켓에 참여한 사람들이 대부분 중국계인 터라 판매하는 음식도 중국음식이었다.

어느 부스에서는 대나무 찜기에 딤섬을 찌고 있었는데, 김이 풀썩풀썩 나는 게 보기만 해도 더워보였다.

두유와 디저트를 판매하는 부스로 갔다.



모를 땐 안 먹어본 걸 먹어보자.



"토푸 파 Tofu Fa 하나 주세요."



큰 통에서 말랑말랑한 순두부 같은 걸 푹 푸더니 큰 통에서 검은 액체를 쭉쭉 짜주었다.



"이거 간장이에요?"

"아니요, 시럽이에요."



조심히 받아서 근처에 퍼질러 앉았다.

아까 짜 준 시럽은 요즘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묽은 흑당시럽이었다.

이 음식은 두화 豆花 라는 연두부 푸딩으로, 중국을 비롯해 대만, 홍콩, 동남아 일대 등에서 흔히 먹는 길거리 음식

담백한 두부에 대추맛 맛이 나는 시럽을 같이 먹는게 달콤한 모닝 두부를 먹는 것 같았다.

아침 식사 대용으로도 좋을 거 같았다.

먹다보니 배불렀지만 남으면 싸가지고 가기도 애매해서 끝까지 다 먹었다.



아까 힌두교 사원에서 받은 바나나도 까먹었다.

작은 몽키바나나가 정말 부드럽고 달콤했다.



인도 가게에서 산 롱치마와 뱅글 (인도 팔찌), 헤나.

이 사진을 찍어서 인도 여행 다녀온 친구에게 보여주니까 말레이시아 여행이 아니라 인도 여행을 간 거냐며 큭큭댔다.



"저거 사입은 거예요? 빨 때 조심해요."



빨면 손이 물 들 수도 있다고 경험에서 우러난 친절한 조언도 해주었다.

돌아갈 때까지 안 빨고 막 입고 다니다가 실제 돌아와서 손빨래하니까 손은 물론이고 온 욕실이 피바다가 되었다.

누가 보면 강력범죄 일어난 줄.



바나나도 먹고, 마지막으로 코코넛 아이스크림 먹으려고 했는데, 슬슬 짐싸는 분위기였다.

이제 겨우 정오 남짓 되었는데, 오전만 잠깐 열고 마는 마켓인가보다.

코코넛 아이스크림 파는 아주머니도 진열해둔 거 치우고 있기에 아쉽지만 마음을 접었다.

퇴근하는 사람은 붙잡는 거 아니다.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모를 땐 무조건 직진!




어? 여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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