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말레이시아[完]2019. 7. 1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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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건너 하나가 유적지고, 볼거리인 페낭 조지타운.

힌두교 사원인 스리 마하마리암만 사원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바로 중국 스타일 사당이 나온다.

현지어로 토콩 한 지앙 Tokong Han Jiang,  한강 漢江 가문의 가족 사당이라고 한다.



입구를 통과해서 안으로 들어가면 넓은 홀이 나온다.




안에는 역시 제단이 마련되어 있다.

보통 젯상에 올려두는 과일은 조상신들이 와서 흠향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제삿상 올릴 때는 맛볼 수 있도록 윗부분은 깎아서 쌓아올리는데, 여기는 무슨 음식 모형 전시해놓은 것처럼 툭 올려놓는다.

어떤 건 아예 비닐포장도 안 뜯어놨다.

베트남 같은 데에서는 초코파이 같은 과자를 올리는 것도 봤는데, 상자째 그대로 올린다.

조상님께서 알아서 잘 까드시라는 의미인가?



제단 양쪽으로는 문이 있고, 그 안쪽으로 들어가면 제단이 하나 더 있다.



이 사당의 가장 내실이자 중요한 장소로, 가문의 조상들의 신위가 모셔져있는 곳이었다.

현재까지도 매년 축제 기간이나 중요한 날에는 온 가문 사람들이 모여서 축제를 즐기기도 하고, 서로 간의 결속을 다지는 화합의 장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건물 양쪽 벽에는 가문의 역사와 이 사당에 대한 안내문이 중국어와 영어로 붙어있었다.

여기 설명에 따르면 중국 남부에 있는 푸젠성 광동 지역 출신의 태추 Teochew  潮州 부족의 한 분파라고 한다.

이들은 명나라와 청나라 시기, 특히 아편 전쟁 시기에 고향을 떠나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이주해서 자신들만의 고유한 문화과 커뮤니티를 유지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전에 다녀왔던 체 콩시 Cheah Kongsi 나 청팟제 맨션 Cheong Fatt Tze Mansion 과 마찬가지로 외국으로 이주해서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의 일가친척들을 불러들이고, 그러면서 커뮤니티가 커졌으리라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박정희 시절 강력하게 탄압해서 화교 세력이 크게 성장하지 못했지만, 동남아시아에서 화교들의 경제적, 사회적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인구의 5%인 화교들이 85%의 부를 독점하고 있는데에 대한 반감으로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으니까..

화교들은 혈연과 지연을 바탕으로 국경을 초월하여 상호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있다.

외국 생활을 할 때 많이 들은 이야기 중 하나가 '한국 사람 믿지 마라' 였다.

언어도 안 되고, 그 나라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점을 꼬투리로 잡아서 오히려 더 착취하고 이용해먹는다고.

꽌시가 물론 있어야겠지만, 해외 각지에 있는 커뮤니티가 있고 이렇게 큰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서로 돕는다는 사실이 어떤 의미로는 부럽기도 했다.




누가 중국인 아니라고 할까봐 문에도 중국풍의 그림을 깨알같이 그려넣었다.




후두둑.. 퍽!



둘러보고 막 대문을 나서는데 등 뒤로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지붕 아래 노려보고 있는 비둘기 한 마리.

한 걸음만 늦었어도 새똥을 머리에 제대로 맞을 뻔했다.

십년 감수했네.





목적지 없음. 길 모름.



페낭 조지타운에 도착한지 4일째인데, 아직도 길을 몰랐다.

구글 지도를 보면서도 엄한 데 가서 헤매기 일쑤다.

딱히 어디를 가야할 계획도 없었다.

오늘 목표는 스리 마하마리암만 힌두교 사원 보는 거였고, 목표는 이미 달성했다.

어차피 건물 하나 건너 건물이 유적인 곳인데, 걷다보면 뭐 하나 나오겠지.

동행이 있었다면 싸울 수도 있었겠지만, 나 혼자인데 뭐 어때.




저 천막은 뭐지?



이틀 전 갔던 인포메이션 센터 근처 도로에 빨간 천막들이 늘어서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차가 다니던 도로인데, 차량도 통제되었다.






돌아다니다보니 벼룩시장 비슷했다.

옷부터 시장해서 각종 액세서리, 인형, 향수, 비누, 먹거리 등등 온갖 종류의 물건들을 판매하고 있다.

오늘이 일요일이니 선데이 마켓 같은 게 아닐까 싶었다.




화려하게 경극배우 분장을 한 사람들도 나왔다.

공연하는 건 아니고, 그냥 사람들과 사진이나 찍어주는 정도인 듯 하다.

경극분장을 한 사람들을 보면 오래 전 영화 '패왕별희'가 떠오르곤 한다.

그닥 어린 나이에 본 건 아니었지만 꽤나 충격적이었는데..



사람이 몰리는 데 빠질 수 없는 건 역시 먹거리.

선데이 마켓에 참여한 사람들이 대부분 중국계인 터라 판매하는 음식도 중국음식이었다.

어느 부스에서는 대나무 찜기에 딤섬을 찌고 있었는데, 김이 풀썩풀썩 나는 게 보기만 해도 더워보였다.

두유와 디저트를 판매하는 부스로 갔다.



모를 땐 안 먹어본 걸 먹어보자.



"토푸 파 Tofu Fa 하나 주세요."



큰 통에서 말랑말랑한 순두부 같은 걸 푹 푸더니 큰 통에서 검은 액체를 쭉쭉 짜주었다.



"이거 간장이에요?"

"아니요, 시럽이에요."



조심히 받아서 근처에 퍼질러 앉았다.

아까 짜 준 시럽은 요즘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묽은 흑당시럽이었다.

이 음식은 두화 豆花 라는 연두부 푸딩으로, 중국을 비롯해 대만, 홍콩, 동남아 일대 등에서 흔히 먹는 길거리 음식

담백한 두부에 대추맛 맛이 나는 시럽을 같이 먹는게 달콤한 모닝 두부를 먹는 것 같았다.

아침 식사 대용으로도 좋을 거 같았다.

먹다보니 배불렀지만 남으면 싸가지고 가기도 애매해서 끝까지 다 먹었다.



아까 힌두교 사원에서 받은 바나나도 까먹었다.

작은 몽키바나나가 정말 부드럽고 달콤했다.



인도 가게에서 산 롱치마와 뱅글 (인도 팔찌), 헤나.

이 사진을 찍어서 인도 여행 다녀온 친구에게 보여주니까 말레이시아 여행이 아니라 인도 여행을 간 거냐며 큭큭댔다.



"저거 사입은 거예요? 빨 때 조심해요."



빨면 손이 물 들 수도 있다고 경험에서 우러난 친절한 조언도 해주었다.

돌아갈 때까지 안 빨고 막 입고 다니다가 실제 돌아와서 손빨래하니까 손은 물론이고 온 욕실이 피바다가 되었다.

누가 보면 강력범죄 일어난 줄.



바나나도 먹고, 마지막으로 코코넛 아이스크림 먹으려고 했는데, 슬슬 짐싸는 분위기였다.

이제 겨우 정오 남짓 되었는데, 오전만 잠깐 열고 마는 마켓인가보다.

코코넛 아이스크림 파는 아주머니도 진열해둔 거 치우고 있기에 아쉽지만 마음을 접었다.

퇴근하는 사람은 붙잡는 거 아니다.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모를 땐 무조건 직진!




어? 여기는...?




(재미있게 보셨으면 아래의 를 눌러주세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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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티틀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여행 구경 잘 했습니다 :) 한국 사람 믿지 말라는 말이 안타깝네요ㅠㅠ

    2019.07.10 08: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외국에서 여행을 하거나 살아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듣는 말이죠.
      한국 사람 믿지 말라고;;;;
      그런 의미로 봤을 때 이런 유대감이 한편은 부럽기도 했어요.

      2019.07.10 11:53 신고 [ ADDR : EDIT/ DEL ]
  2. 동남아에서 화교들의 위상은 대단한가 봐요. 어딜가나 꼭 저런 사당?같은게 있더라구요.

    특히 푸젠성, 광둥성에서 많이 건너갔나 봅니다.

    2019.07.10 12: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동남아시아에서 화교들의 세력은 진짜 어마어마하다는 걸 여행하면서도 많이 느껴요.
      경제력 뿐만 아니라 교육열도 높아서 상류층에 많이 진출한 느낌이더라고요.
      푸젠성과 광동성은 바다쪽과 가깝기도 하고, 예전부터 무역 쪽에 많이 종사했다고 해요.
      중국이 정치적으로 혼란할 때 새로운 삶을 찾아서 동남아 지역으로 많이 건너갔다고 하더라고요.
      지금도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에서 우리나라 여행온 관광객들 보면 현지 무슬림들도 있지만, 중국계가 상당해요.

      2019.07.10 12:23 신고 [ ADDR : EDIT/ DEL ]
  3. 두부에 흑당시럽 독특하네요.
    얼핏 보고 아이스크림인줄 알았는데 두부라니... 거기에 흑당시럽이라니... ^^

    한국 사람이 전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저도 납득하고 있다는 사실이 슬픈데요.
    뭐 기업이나 개인이나 자국민 등쳐 먹고 외국에 퍼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니 ㅜㅜ

    2019.07.10 12:0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정확히는 두부 푸딩이라고는 합니다만, 연두부와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어요.
      물론 같은 한국인이라고 도와주시는 분도많으시겠지만, 아닌 분도 많다는 것도 사실이죠.
      저는 우즈벡 생활하면서 현지 신문사가 제 말도 없이 글이며 사진을 막 긁어다 쓰기도 했고, 정 안 되면 교회나오라고 전도하시는 분도 많고...
      그냥 최소한으로 만나는 게 제일 마음 편했어요;;;

      2019.07.10 12:34 신고 [ ADDR : EDIT/ DEL ]
  4. ㅋㅋㅋㅋ 말레이시아 여행기 재밌네요.
    제사에 구색 갖추는게 우리나라랑 비슷하기도 하네요.
    중국 영향을 받아서 그런가...
    두부랑 흑당시럽도 신기하고요..
    전 새로운 음식을 시도할 때면 뭔가 불안해서 잘 안 먹게 되더라고요.
    항상 심사숙고를 몇번 하고 나서 먹게 되는..

    2019.07.10 12: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우리나라는 늘 제단을 만들어두는 경우가 없는 거 같은데, 동남아시아 쪽은 매일 제단을 만들고 향을 피워두고 하는 게 좀 특이했어요.
      저도 예전에는 늘 안전해보이는 그런 것만 먹었는데, 블로그를 하면서 낯선 음식도 너무 맵거나 하지만 않으면 시도해보게 되요.
      실상 읽으시는 분도 '맛있었다' 보다는 '이게 뭔 맛이야, 애퉤퉤!' 하는 걸 더 재밌어하시는 거 같기두 하고요ㅋㅋㅋ

      2019.07.10 13:37 신고 [ ADDR : EDIT/ DEL ]
  5. 말레이시아 여행기 재미있네요~^^
    전 낯선곳에 혼자... 용기가 나지 않아 못가는 성격인데 글 읽으며 혼자 여행한 기분을 느꼈네요~다음 이야기도 기대가되네요.

    2019.07.10 13: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여행 자체는 많이했지만, 이렇게 혼자 여행한 건 정말 오랜만이에요.
      준비할 시간이 별로 없어서 좀 걱정되기도 했는데, 막상 여행다니니까 다닐만 하더라고요.
      말레이시아는 비교적 안전한 곳이기도 학요.
      여행기는 앞으로 주 1회 이상 계속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계속 지켜봐주세요.
      감사합니다^^

      2019.07.10 13:38 신고 [ ADDR : EDIT/ DEL ]
  6. 어느 나라든 비둘기는 자유로운 영혼이네요.ㅎㅎ
    동남아시아에서 화교들의 영향력이 엄청나다는건
    사당만 봐도 알 수 있을것 같아요~
    낮선여행지에서의 프리마켓 구경도 재미있을것 같네요~^^

    2019.07.10 15: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진짜 딱 발을 내딛자마자 퍽! 소리가 나는데, 한 발만 늦었어도 일정 취소하고 호텔로 돌아갈 뻔했어요;;;
      동남아시아에서 화교의 영향력은 직간접적으로 여러 번 봤지만, 말레이시아가 제일 컸던 거 같아요.
      일단 인구가 많고, 페낭은 그 중에서도 화교들이 많이 사는 도시라서요.
      덕분에 관광객 티도 많이 안 나고, 현지인처럼 편하게 다닐 수 있었습니다ㅋㅋㅋ

      2019.07.11 10:38 신고 [ ADDR : EDIT/ DEL ]
  7. 퇴근하는 사람은 붙잡는게 아니죠 ㅎㅎ 입담이 좋으시네요 ㅎㅎ

    2019.07.10 16: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나의 퇴근시간이 중요하다면 남의 퇴근시간도 지켜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ㅎㅎㅎ

      2019.07.11 10:38 신고 [ ADDR : EDIT/ DEL ]
  8. 세상 부럽습니다 ㅎㅎ 혼자여행 저도 떠나고싶네요^^ 전통의상 이쁘네용 ㅎㅎ

    2019.07.10 16:2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혼자 여행을 떠나는 건 오랜만이었는데, 제 마음대로 일정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쉬고 싶을 땐 쉴 수 있고, 가고 싶은 데가 있으면 일정을 변경할 수도 있고...
      그래서 너무 무리하지 않고, 만족스러운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2019.07.11 10:41 신고 [ ADDR : EDIT/ DEL ]
  9. 오 여기서도 닭둘기 형님들의 위용이 하늘을 찌르는 군요.ㅎ
    바나나가 진짜 달아보입니다.ㅋㅋㅋ

    2019.07.10 19: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구선생님(비둘기) 똥을 안맞으셨다니 다행이네요. 후두둑이라 적힌글을 보고 괜히 제가 흠칫 했어요^^
    히티틀러님이 잼나게 글써주셔서 즐겁게 글읽고 갑니다~

    2019.07.11 07:2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진짜 등골이 서늘했어요.
      내가 한 발짝만 지체했어도;; 하면서요ㅋㅋ
      보잘것없는 글솜씨인데,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2019.07.11 10:42 신고 [ ADDR : EDIT/ DEL ]
  11. 나홀로 자유여행의 묘미가 한껏 묻어나네요 ㅋㅋㅋ 길 좀 잃으면 어떤가요! 구경거리가 더 나오는데(?)

    그나저나 말레이시아에서 한자어가 있을 줄은 생각 못했네요. 싱가폴이나 베트남이면 몰라도 여기는 좀 의외..ㅎㅎㅎ

    2019.07.11 12: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진짜 걷다보면 구경거리 나오고.. 걷다 보면 또 나왔어요.
      조지타운이 워낙 유적이 넘쳐나는 곳이라서ㅋㅋㅋ
      말레이시아에 화교 진짜 많아요.
      페낭은 특히나 화교가 많은 지역이기도 하고요.
      돌아다니면 그냥 현지인 혹은 중국인 관광객인 줄 알고, 중국어로 이야기하고 그랬어요ㅋㅋㅋㅋ

      2019.07.11 23:02 신고 [ ADDR : EDIT/ DEL ]
  12. 와.. 여행가셔서 재밌는기억들 많이 쌓으셨네요 ㅎㅎ
    새똥테러에 욕실피바다 ㄷㄷㄷ..

    2019.07.11 23: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새똥 테러는 진짜;;;
      생각보다 현지 날씨가 더워서 옷 자체가 몇 벌 없는데, 바로 호텔에 돌아가서 빨래할 뻔했어요.
      치마는 집에 돌아와서 빨았는데, 진짜 욕실 피바다...
      요즘 집에서 홈웨어로 종종 입는데, 이거 빨 일이 걱정되요ㅠㅠ

      2019.07.12 01:00 신고 [ ADDR : EDIT/ DEL ]
  13. 혼자서도 아주 잘 여행 하시네요.
    그래도 조심 하세요.

    2019.07.12 06: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지금은 여행을 다 다녀온 상태이고, 안 그래도 조심해서 다녔습니다.
      술도 호텔에서만 마시고, 밤 시간에는 되도록이면 안 다니고, 사람들 많은 곳으로만 다녔어요.
      혼자 다니니 안전은 알아서 챙겨야죠^^

      2019.07.12 13:44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