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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2019 부산 [完]

[부산] 02. 10/6 둘째날 - 해운대 해수욕장, 스타벅스 더해운대R, 광안리 해수욕장

by 히티틀러 2020.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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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이나 잤으려나



달라진 낯선 잠자리에 가림막 하나 없이 뻥뚫린 침대에서 잠을 청하려니 피곤에 쩔어있는 상태임에도 영 잠이 오지 않았다.

뒤척일 때마다 침대가 삐걱거려 혹시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될까, 편히 움직일 수도 없었다.

새벽 2시 무렵 즈음 간신히 선잠에 들었는데, 새벽 3시 무렵 밤문화를 즐기고 온 다른 사람이 들어왔다.

살풋 잠이 깼지만 그래도 계속 잠을 청하려는데, 문에 뭐가 걸렸는지 계속 덜그럭대서 도미토리에서 자던 사람들이 전부 잠이 깨버렸다.

나도 1시간 채 못 잤는데, 잠이 날라가버려 더 잘 수가 없었다.

핸드폰을 보고 싶어도 핸드폰 빛이 그대로 비치니까 볼 수도 없고, 아침이 오려면 아직도 4시간은 남았고....

그래도 눈을 감으면 덜 피곤해서 자는 척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5분 잠들었다 깨고, 10분 잠들었다 깨고, 토끼잠을 반복하다가 결국 6시 무렵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7시 무렵에 숙소를 나섰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해운대 전통시장도 한산했다.

아침일찍부터 가게 오픈 준비를 하는 사람이 한둘 보였다.



아침해가 반짝거리는 해운대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늘 밤에 와서 어둠이 자욱한 모습만 보다가 아침에 오니까 활기차고 새롭다




일요일 아침인데도 산책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아침 해가 빛나는 끝이 없는 바닷가~ 맑은 공기 마시며 자아 힘차게 달려보자~ 

피구왕 통키 주제가를 흥얼거리면서 나도 해변을 따라 걸었다.



5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곳은 스타벅스 더해운대R점.

제주도 스타벅스에는 제주 한정 메뉴와 MD를 판매하는데, 꽤 인기가 많다.

그걸 보면서 '다른 지역에도 이런 걸 판매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부산에서도 부산 한정 메뉴를 판매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메뉴는 아니고 리저브매장 같은 일부 지점 한정인데, 그 중 하나가 이곳이었다.

너무 일찍 온 탓에 아직 오픈 전이라 조금 기다려야했다.




"부산 지역 메뉴 판매하나요?

"그 메뉴는 9월까지만 판매했어요."



부산에서만 판매한다는 부산레드온더비치나 부산 샌드비치 크림 프라푸치노를 먹고 싶었는데, 1주일 차이로 놓쳐버렸다.

그래도 내가 사는 곳에는 없는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이고, 티바나 매장까지 같이 있어서 주문할 수 있는 음료가 많았다.



리저브 원두 중에서 산미가 적고 맛이 깔끔하다는 파푸아뉴기니 키가바 Papua New Guinea Kigabah 원두를 골랐다

추출방식은 파트너님께 추천을 받은 케멕스 Chemex 로 선택했다.



"케멕스가 아직 소독 중인데, 혹시 기다려주실 수 있나요?"

"오래 걸리나요?"

"몇 분이면 됩니다."



금방 된다고 하길래 기다리겠다고 했더니, 감사하게도 커피를 톨에서 그란데 사이즈로 업그레이드 해주셨다.



갓 추출한 커피 한 잔에 단호박 에그 샌드위치들 곁들여서 가벼운 아침 식사를 했다.

마침 친구가 생일선물로 준 기프티콘이 있어서 사실상 공짜로 먹을 수 있었다.



오픈하고 바로 들어온 터라 2층 전체에 사람은 딱 3명 뿐.

햇살이 잘 들고, 바다가 잘 보이는 자리로 앉았다.

북적이지 않은 조용함, 바닷물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햇살, 향긋한 커피향.

그 순간 자체가 너무나 평온하고 좋았다.



여행자의 여유로움도 잠시.

10시에 시작하는 첫 영화를 보기 위해서 동백역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전 9시 30분, 센텀시티 CGV에 도착했다.

오늘 볼 영화는 2편.

이제는 모바일 티켓으로도 입장이 가능하지만, 기념으로 남길 생각에 오늘치 영화 2개를 전부 종이 티켓으로 수령했다.



오늘의 첫 영화는 '인생의 곡예 Circus of Life' 라는 파키스탄 영화이다.

매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오면 인도영화를 1편 이상은 꼭 본다.

그런데 올해는 영 끌리는 영화가 없었고, 인도영화에 정통한 지인이 이 영화를 보고 싶다는 말을 하길래 꿩 대신 닭으로 선택한 영화였다.

이 영화의 원어 제목은 Zindagi Tamasha 인데, Zindagi 는 삶, 인생이라는 의미이고, Tamasha 는 곡예보다는 관람, 공연, 구경거리에 가깝다.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시놉시스를 보면 주인공은 모두의 존경을 받는 무슬림 남성으로, 인도의 펀잡 영화를 즐겨본다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유쾌한 코미디 영화일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그야말로 비극이었다.

병상에 누운 아내를 살뜰히 보살피며, 신실한 종교인으로 사회로부터 존경을 받는 남성은 어느 날 친구들과의 모임 자리에서 옛 영화의 노래를 따라부르면서 춤을 춘다.

그 노래가 바로 Zindagi Tamasha Bani.

그 자리에 있던 젊은 청년 하나가 그 장면을 녹화해서 인터넷에 올리게 되고, 급속도로 퍼지게 되면서 사람들의 놀림감이 되어버린다.

평생동안 쌓아왔던 사회적 지위와 명망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친하게 지내던 지인과 이웃, 심지어 딸과도 사이가 나빠지게 된다.

그렇게 거의 모든 것을 잃고 방황하다가 집에 돌아와서, 허탈하게 그 장면을 다시 보다가 잠이 들었는데 그 사이 아프던 아내마저 세상을 뜨는 것으로 영화가 끝난다.

흔히 가수는 노래따라 간다고 한다.

노래 제목이 '인생이 구경거리가 되었다' 인 것처럼 정말 그의 인생도 그렇게 되었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싶었는데, 왜 이렇게까지 비극의 꼭대기로 치닫게 전개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영화가 끝나고 GV (Guest Visit) 시간이 있었다.

사르마드 술탄 Sarmad Sultan Khoosat 감독님과 주연인 아리프 하산 Arif Hassan 님이 자리해주셨다.

감독님은 굉장히 유머러스했고, 투머치토커였다.

옆에서 동시통역을 하시는 통역사분이 열심히 받아적는데, 그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매우 미안해했다.

감독님은 보수적인 이슬람 사회에서는 종교가 매우 중요하며,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매우 강한데, 이런 고정 관념들에서 벗어나서 인간의 다양성을 인정해야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했지만, 많은 관객들은 이슬람이라는 종교와 연관해서 질문을 던졌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에서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옛날 노래를 들으면서 춤을 춘다고 하면 오히려 응원을 할 것이다. 

실제로 전국노래자랑에 나와서 '미쳤어' 라는 손담비 노래에 춤을 춘 어느 할아버지는 한때 유명인사가 되기도 했으니까.

주인공의 사회적 생명이 박살난 데에는 술과 음악을 터부시하는 이슬람의 종교성의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데, 감독님은 종교에 대한 이야기는 애써 부인했다.

그러면서 사회의 무관용성이나 성적 소수자 문제로 연계를 시키려고 하려고 하는데, 솔직히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종교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파키스탄과 종교적으로 개방적인 우리나라와의 문화차이가 아닐까 싶었다.



GV시간이 끝나자마자 바로 다음 영화로 이동했다.

두번째 영화는 7과 1/2 Seven and a Half 라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란 합작 영화이다.

이란에서 살고 있는 7명의 여성의 이야기가 옴니버스로 전개되는데, 보면서 정말 암걸리는 줄 알았다.

혼자 살고 있다는 이유로 예비 시어머니에게 혼전 처녀성 검사를 강요받고 남자친구조차도 별 거 아닌 문제를 크게 키운다며 은근히 검사받기를 종용하는 이야기,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란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윤간을 당했는데 약혼자에게 이를 말해야할지 고민하는 이야기, 비자 문제 때문에 이란남자에게 돈을 주고 계약 결혼을 했지만 이를 빌미로 성상납을 강요당하는 이야기, 13살난 여자아이가 아버지의 도박빚에 팔려 강제로 결혼당하는 이야기, 친구오빠와 연애를 하다가 임신을 했는데 결혼을 할 수가 없어서 자살시도를 하는 이야기, 원치않는 아이를 임신했는데 돈을 모아 몰래몰래 낙태를 하러가는 이야기 등...

보는 내내 뭐가 얹힌 듯 답답해서 가슴을 쳤다.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야기겠지만, 너무나도 불편해서 다음부터는 이런 영화를 못 볼 거 같다.



영화가 끝난 후 친구를 만났다.

인도영화 동호회에서 알게 된 친구인데, 나이도 같고 관심사가 같아서 금방 친해졌다.

하지만 나는 우리나라 북쪽 끝, 그녀는 남쪽 끝.

그러다보니 이런 기회가 아니면 1년에 1번 만나기도 쉽지 않다.

둘 다 영화제를 보러온 터라 멀리 가지는 못하고, 신세계 백화점 내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피자와 파스타를 나눠먹으면 못다한 수다를 떨었다.

1년만의 만남이라 대화 주제는 정말 넘쳐난다.

얼마 전에 결혼을 했던 터라 그녀의 신혼 이야기를 듣기 바빴다.



참고 : 부산 센텀시티 신세계백화점 맛집 - 살바토레 쿠오모 Salvatore Cuomo





식사를 마치고는 근처의 투썸 플레이스로 자리를 옮겼다.

다이어트 동호회에서 기프티콘을 받았다며 투썸플레이스의 인기 케이크인 '아이스박스'를 사주었다.

다이어트하는 곳에서 이런 게 왜 돌아다니는 지는 모르겠지만, 내 입맛에는 너무 달았다.

결국 둘이서 케이크 한 조각 다 못 먹고, 절반 쯤은 남겼다.











몇 시간 가량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그녀는 마지막 타임 영화를 보러갔다.

나는 지하철을 타고 광안리로 향했다.



누구나 자기만의 여행 스타일이 있을 것이다.

무언가를 모으는 사람도 있고, 꼭 어디는 가본다는 사람들도 있다.

나 같은 경우는 크게 햄버거와 술, 2가지이다.

어느 지역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칵테일바를 가보거나 크래프트 맥주펍을 찾아가려고 노력한다.

부산은 해운대나 서면을 중심으로 좋은 칵테일바가 많은데, 이번에 다녀온 곳은 광안리에 있는 앙리17 Henry ⅩⅦ  이라는 곳이었다.

광안리면 센텀시티나 해운대에서 많이 멀지도 않고, 인스타그램에서 어느 분이 다녀온 피드를 보고 여행 가기 전에 생각해둔 곳이었어요.





첫 잔은 상큼하게 다이키리 Daiquiri 로 입가심을 하고, 둘째잔은 애비에이션 Aviation 을 선택했다.

체리 리큐르와 바이올렛 리큐르가 들어간 게 신기해서 주문했는데, 둘 다 내 입맛이 아니었다.

아직 칵테일을 많이 마셔보지 못해서 바에 갔을 때 처음 보거나 궁금한 건 일단 주문하고 보는데, 늘 성공하는 건 아니다.

다음에 '내가 이런 스타일을 안 좋아하는구나' 를 알고 피하면 그만이다.

마지막 잔은 좀 묵직하게 프렌치 커넥션 French Connection 을 골랐다.

사정상 오픈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여자 혼자 칵테일바에 가면 자연스럽게 바텐더님과 이것저것 이야기하게 되는데, "부산국제영화제 보러 강원도에서 왔어요." 라고 하면 다들 놀랐다.

현지사람들엑는 그저 지역 뉴스에서나 접하는 소식일 뿐, 실제 영화를 보러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했다.

그걸 가까운 곳도 아니고, 버스를 5시간씩이나 타고 강원도에서 온다고 하니 영 신기한 모양이었다.

내가 "춘천마임축제를 뭘 돈 주고 보러오냐." 하는 것과 비슷한 심정인가 싶다.




도수가 꽤 있는 술을 몇 잔 마셨더니 기분좋게 술기운이 올라있었다.

폭신거리는 모래사장을 밟으면서 해수욕장을 걸었다.

운동화에 모래가 붙어서 더러워지지만 부산에 왔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추억이다.

여기는 비릿한 바다냄새가 나지 않아서 좋았다. 




이번에는 수영역 쪽으로 빠져가보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길을 잘못 들어버렸다.

나 같은 길치에게는 카카오지도든, 네이버 지도든, 구글 지도든 소용이 없다.



어둠이 깔리고 인적없는 시장 골목은 무섭지만, 그래도 고양이는 귀여워>_<



시장을 벗어나니 수영역이나 민락역이나 둘 다 15분 이상은 걸어가야했다.

술기운도 올라서 다리도 아프고, 화장실도 가고 싶었다. 

근처 버스 정류장의 알림을 보니 여기에서도 해운대역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있기에 바로 잡아탔다.



창 밖으로 수영강과 마린시티가 쭉 펼쳐졌다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니 술기운이 조금씩 깼다.

해운대역에 내려서 숙소로 돌아가나 얼추 12시다.

방에는 1명이 이미 자고 있어서 조용히 씻고 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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