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 여행/2019 부산 [完]

[부산] 04. 10/7 명성횟집, 버거 인 뉴욕, 고릴라 브루잉

by 히티틀러 2020. 8. 3.
728x90
반응형


부산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2정거장 뒤인 부산진역에서 내렸다.



여행을 준비할 때 제일 고민되는 것 중 하나가 '무엇을 먹을까' 이다.

1인 여행객은 음식에 제약이 많다.

요즘은 혼밥, 혼술이 많아졌다고는 해도 한식은 아직 1인 식사가 안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웃 블로거이신 블라블라님이 1인 식사가 가능한 횟집이라고 해서 여기는 꼭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명성횟집' 이라고 1968년에 오픈해서 현재까지 영업 중인 노포이다.



대표 메뉴는 생선회와 오뎅탕인데, 식사류는 1인 식사로 가능한 거 같았다.

부산까지 와서 한 번도 회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 원래 계획은 회백반을 주문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날씨도 쌀쌀하고 부슬비까지 내려서 제법 몸이 으슬거렸던 터라 뜨끈한 오뎅으로 맘을 바꾸었다.



"혹시 1인 식사도 가능해요?"

"예, 앉으세요."



오뎅백반의 가격은 1인분에 8천원.

너무 저렴한 가격에 혹시나하고 물어봤는데, '딱 봐도 쟤 관광객이네' 싶은 심드렁한 표정의 아주머니가 자리를 안내해주셨다.




이거 1인분 맞는 거지?



자리에 앉자마자 갓 쪄낸 따뜻한 고구마를 하나 주시더니 곧 각종 반찬이 내 앞에 쫙 깔리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씩 자주 먹는 스타일인데다가 밥 종류는 집에서도 거의 먹지 않는다.

때문에 반찬을 적게 달라고 미리 부탁드렸는데도 당황스러룰 정도로 어마어마한 밥상이 차려졌다.

이거 1인분 맞나? 이렇게 팔아서 남는 거나 있으려나? 원래 정량대로 달라면 대체 양이 얼마인거지?

내 돈 주고 먹는데도 내가 괜히 안절부절못했다.



오뎅탕도 그랬다.

내가 아는 오뎅은 동그란 거, 길쭉한 거, 납작한 거 정도였는데, 한 그릇에 일반 오뎅부터 가마보꼬 (찐 어묵), 무, 유부주머니, 삶은 계란, 양배추롤까지 다양한 재료가 들어있었다.

밥이고 반찬이고 다 필요없이 이거 한 그릇만으로도 한 끼가 충분했다.

이런 식사를 남기는 건 예의가 아닌 거 같아서 음식이 위 입구까지 차오르는 거 같은 기분이었지만, 남기지 않고 싹싹 다 먹었다.



참고 : 부산진역 오래된 맛집 - 명성횟집 (혼밥 가능)




영화 시작은 1시 반.

시간이 여유롭지 않아서 소화도 채 못 시키고 센텀시티로 왔다,

의도했던 건 아닌데, 오늘 볼 영화는 전부 롯데시네마에서 상영해서 이동의 부담이 적다.



첫 영화는 부탄 영화인 '교실 안의 야크 Lunana :  A Yak in the Classroom' 이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몇 년간 다니면서 부탄 영화를 몇 편 봤는데, 전부 꽤 괜찮았고 GV로 오신 감독님이나 주연배우님도 친절하고 팬서비스가 매우 좋아서 기억에 남았다.

한때는 '돈 모아서 부탄 여행갈까?' 하는 생각도 했을 정도이다.

이 영화는 보기 힘든 부탄 영화라서 골랐는데,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좋았다.

우리나라 부산국제영화제 뿐만 아니라 영국이나 캐나다, 중국, 미국, 스웨덴 등의 영화제에서 소개되었던 영화라고 한다.

수도인 팀푸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유겐은 호주로 이민을 가고 싶어한다.

하지만 의무 근속 년수를 채우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히말라야의 산꼭대기에 있는 루나나 Lunana 라는 작은 마을에 교사로 1년간 근무하게 된다.

인근 도시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도 3일간 산을 올라야만 갈 수 있는 오지 중의 오지다.

전기도 제대로 없고, 공책 한 권 종이 한 장이 귀한 그 곳에서 유겐은 처음엔 수도로 돌아갈 생각이었으나, 차츰 그곳의 삶에 익숙해지고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약속된 1년이 지나고, 겨울이 되어 고립되기 전에 그는 다시 수도로 돌아가게 되었다.

떠나기 전 마을의 촌장이 내년에 다시 와 줄 수 있는지 여부를 묻지만, 그는 대답을 하지 못한다.

마지막 장면은 원했던 대로 호주로 떠나게 되지만, 싸늘한 주변 사람들의 태도와 어려운 타지의 생활에 루나나를 그리워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부탄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국민들의 행복 지수가 중요한 마지막 남은 샹그리아처럼 묘사가 되곤 한다.

촌장이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은 다 외국으로 떠난다" 는 말을 남기는데, 사실 이 말이 부탄 청년들이 직면한 어려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자연 속에서 고즈넉한 전원생활을 좋아할 수도 있지만, 또 누군가는 화려하고 발전되고 자유로운 도시생활을 동경할 수도 있다.

공존할 수 없는 2가지의 삶 속에서 그는 후자였을 뿐이고, 2갈래 길에서 선택하지 못했던 거에 미련이 남은 거라고 생각했다.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가장 인상깊었고, 우리나라에 그대로 개봉해도 괜찮을 거 같은 좋은 영화였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보고 싶다.



두번째 영화는 '하바, 마리암, 아예사 Hava, Maryam, Ayesha' 라는 아프가니스탄 영화로, 베니스영화제에서 오리종티를 수상한 작품이다.
하바와 마리암 아예사는 여성들의 이름이다. 
하바는 만삭이지만 시부모님까지 사는 집의 모든 가사일을 떠맡고, 남편은 가정에 무관심 하다.
마리암은 바람 피운 남편과 이혼을 하려고 하지만, 그 때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다.
아예사는 몰래 만나는 연인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와 결혼을 할 수가 없고, 가족들은 사촌과의 결혼은 강요한다.
하나 같이 명치에 얹힌 듯 답답한 이야기지만,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는 너무나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몇 년 전만해도 이런 영화를 보면 마음이 아팠다.
이런 영화가 전세계 영화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걸 알지만, 이제는 너무 노골적이라 보기 불편하다.
마리아는 들고양이를 잡겠다며 마당에 놓은 덫을 모르고 밟아서 넘어진다.
활발하게 움직이던 아이의 태동이 전혀 느껴지지 않자, 남편에게 병원에 데려다달라고 하지만 남편은 집으로 초대한 친구들과 노느라 정신이 없고 시부모 또한 그녀에게 관심조차 없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덫을 모두 없애버리는 것, 그래서 시아버지가 아끼는 새를 들고양이가 해꼬지하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다는 게 정말 비극이었다.
언제 다시 부산국제영화제를 보러갈 지는 모르겠지만, 다음부터는 이런 영화를 예매하지 말아야겠다.


2편의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어느덧 오후 7시가 다 되었다.

태풍의 영향으로 비는 추적추적내렸다.



수제버거 먹으러 가야지



해외 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패스트푸드점을 가서 현지 메뉴를 먹어보지만, 국내에서는 수제버거집을 한두 군데씩 가보려고 한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수제버거집 리뷰를 올리시는 인스타그램 지인분께 해운대 쪽의 수제버거집 몇 군데를 미리 추천받았다.




휴무



처음 가려고 했던 곳은 하필 1주일 한 번 있는 휴무일이었다.




여기도 휴무



비바람을 맞으며 근처의 다른 수제버거집으로 발길을 돌렸으나 여기도 휴무일.

나 오늘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지.

오늘 운은 오전에 몰빵했나.



날이 궂어서 왠만하면 해운대역 근처에서 해결하려고 했는데, 여기에는 이제 선택지가 없다.

추천받은 곳 중에서 그나마 해운대 해수욕장에 있는 수제버거집이 가까워서,젖어드는 바짓자락과 신발을 질질 끌면서 그곳으로 향했다.

'버거 인 뉴욕 Burger In New York' 이라는 수제버거집으로, 해운대 쪽에서 맛집으로 제법 유명한 곳이었다.



이름 자체에 뉴욕이 들어간만큼 미국 스타일의 버거를 만드는 곳이었다.

베스트 메뉴이자 가장 기본 메뉴인 뉴욕버거를 주문했고, 4천원을 추가해서 세트로 업그레이드했다.



뉴욕버거


뉴욕버거는 치즈버거에 토마토와 소스가 들어간 버거인데, 여기는 패티를 3장까지 넣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나는 욕심부리지 않고 심플하게 싱글패티로만 했다.

얼핏 보면 쉐이크쉑의 쉑버거와 비슷한 느낌이다.

미국에서 햄버거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 뉴욕 스타일인지까지는 잘 모르겠으나 너무 짜거나 느끼하지도 않고 맛이 깔끔했다.

정크푸드라기보다는 탄단지가 잘 갖춰진 건강식 느낌?

가격은 좀 비싼 편이지만, 맛집은 맛집이었다.



참고 : 해운대 수제버거 맛집 - 버거 인 뉴욕 Burger in New York




피곤했다.

며칠째 잠도 자는 둥 마는 둥 했고, 비바람 부는 날씨에 몸도 눅눅했다.

하지만 쉴 수는 없다.

한 번 오기 힘든 곳인데 뽕을 뽑아야지.

이번 여행의 목표 중 하나가 현지 수제맥주 펍을 가보는 거였다.

부산은 고릴라 브루잉과 갈매기 브루잉이 유명한데, 갈매기 브루잉 펍이 마침 해운대에 있어서 오늘의 마지막 일정으로 잡았다.

그러고보니 부산에 온 이후로 매일마다 술을 마셨다.



스페셜 샘플러


이왕 온 김에 여러 가지 맥주를 마시고 싶어서 샘플러를 골랐다.

샘플러는 2가지가 있었는데, 내가 못 마셔본 맥주 종류가 많은 스페셜 샘플러를 골랐다.

왼쪽부터 유자 고제, 문라이트 페일에일, 갈매기 IPA, 레드데빌 라이 PA 로, 각각 200ml 씩 4가지 종류가 나온다.



힘들다



페일에일이나 IPA 같은 경우는 맛이 좀 쓴 편이지만, 이런 스타일의 맥주는 이전에도 몇 번 마셔본 적이 있어서 나쁘지 않았다.

라이PA 는 호밀로 만든 IPA 스타일 맥주였는데 좀 쓰고 독하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양이 많지 않으니 참고 마실만한 수준.

문제는 유자 고제였다.

고제 맥주 자체가 신맛이 나는 사워맥주인데 여기에 유자까지 들어가서 정말 식촛물을 먹는 기분이었다.

돈 아까워서 다 마시긴 했지만, 솔직히 말해 한 모금 마시고 버리고 싶었다.

람빅 맥주도 그렇고, 사워맥주 종류는 정말 내 취향이 아닌가보다.



참고 : 부산 해운대 수제맥주 펍 - 갈매기 브루잉




피곤에 취기가 올라 알딸딸한 기분으로 숙소에 돌아왔다.

일요일 밤이라서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

특히나 밤늦게 와서 시끄럽게 돌아다니던 사람들이 체크아웃을 해서 기분이 좋았다.

자정도 안 되었는데, 정말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재미있게 보셨으면 아래의 를 눌러주세요 ^_^)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