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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2019 부산 [完]

[부산] 06. 10/9 해리단길

by 히티틀러 2020.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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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도미토리에서 오랜만에 편하게 갔다.

좀 늦게 일어나서 7시쯤 씻고, 8시가 조금 넘어서 체크아웃을 했다.

직원도 없고, 하는 거라곤 개인 사물함 열쇠는 리셉션에 놓고 가는 거 뿐이라서 체크아웃이라고 하기도 뭣하다.

캐리어는 숙소에 잠시 맡기기로 미리 얘기해두었다.



해운대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2정거장 거리의 장산역에서 내렸다.

예전에는 센텀시티의 롯데시네마와 CGV, 해운대의 메가박스에서 상영을 했었다.

그런데 해운대 메가박스가 있던 스펀지몰 건물을 없애면서 장산역 NC백화점으로 이전하면서 번거로워졌다.

지난 번에는 거의 장산 메가박스에서 상영하는 영화만 줄창 걸리더니, 이번에는 마지막 영화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부산의 유명한 베이커리 중 아슬란 베이커리 Aslan Bakery 가 있다.

인절미빵과 마늘빵이 유명한 곳으로, 서울의 유명 백화점에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얼핏 듣기로 본점이 장산에 있다고 해서 영화 보기 전 들리려고 일부러 일찍 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장산에 아슬란이라는 이름이 붙은 데가 2군데 있다는 것.

하나는 아슬란 본점이라도 되어있고, 하나는 카페 아슬란이라고 되어있는데, 어디가 메인인지 검색해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본점이라는 곳은 영화관에서도 멀고 오픈 시간이 늦어 시간이 빠듯할 거 같아서, 바로 역 근처에 있는 카페 아슬란을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오픈시간에서 30분이 지났는데 사람은 하나도 없었고, 심지어 직원들은 청소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찾던 인절미빵과 마늘빵은 판매하지도 않았다.

아슬란 베이커리와 연계된 곳이 맞긴 한데, 인절미빵은 일부 요일에서 한정적으로 판매한다고 했다.



결국 고른 건 잠깨기용 아메리카노 한 잔과 뭔가 멋쩍어서 주문한 쿠키 하나.

2층으로 된 넓은 카페에서 혼자 커피마시기도 민망시러워서 적당히 시간 때우다가 테이크아웃용 컵에 담아달라고 하고 나왔다.



참고 : 장산역 카페 - 아슬란 장산점




이번 여행의 마지막 영화는 '완벽한 후보자 The Perfect Candidate' 라는 사우디아라비아 영화였다.

베니스 국제영화제를 비롯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로, '와즈다 Wadjda' 로 유명한 사우디의 여성 감독 하이파 알 만수르 Haifaa Al-Mansour 감독의 작품이었다.

이 영화는 리야드의 젊은 의사, 마리얌 Maryam 이 운전을 해서 병원으로 출근을 하는 첫 장면부터 충격적이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운전을 하면 여성의 생식기관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 며  2018년에야 여성의 운전이 허용된 국가였기 때문이다.

병원 앞 도로는 포장이 되지 않아서 진흙투성이이고, 응급환자는 그녀를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하며 남자 의사를 데리고 오라며 거부한다.

그녀는 더 나은 병원에 취직하기 위해서 두바이의 컨퍼런스에 참여하려고 하는데, 전자 서류의 기한이 만료되어 출국할 수 없게 되었다.

출국을 위해서는 남성 보호자가 필요한데, 음악가인 아버지는 전국 순회 공연 중.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인을 만나서 찾아가지만, 의원 후보자가 아니면 만날 수 없다는 말에 시의원 후보자로 등록을 하게 된다.

'응급의료센터 앞 도로 포장' 을 주요 공약으로 한 선거 캠페인을 진행하는데,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와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순탄하지 않다.

결국 그녀는 낙선했다.

하지만 지역의 유력 시의원 후보를 상대로 꽤 많은 득표를 올렸고, 응급의료센터 앞에는 도로가 완공되었으며, 여성 의사라고 무시하던 할아버지 환자에게서도 인정받게 되었다.

짜릿한 사이다 같은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보수적인 사우디 사회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걸 감독은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 같다.

하이파 알 만수르 감독이 첫 작품인 와즈다를 제작하고 있을 때 직접 촬영현장에서 지휘하지 못하고, 남성 스탭들이 찍어온 걸 대기하고 있는 차 안에서 확인하면서 촬영을 했다고 들었다.

이번에는 좀 더 편하게, 감독으로서 현장에서 진두지휘를 해가면서 촬영했으려나?

앞으로 그 분의 영화가 기대된다.



마지막 영화를 마치고 해운대로 돌아왔다.

계획했던 일정은 다 마쳤고, 아직 돌아갈 버스표는 예매해두지 않았다.

한 번 오기 힘든 곳이니 밥도 먹고, 카페에서 여유롭게 차도 한 잔 마시고 부산 공기 좀 더 쐬다가 갈 생각이다.



난 어쩔 수 없는 버거빌런이라 점심은 햄버거다.

'버거샵' 이라는 수제버거집으로, 해리단길에 본점을 두고 서면에도 지점이 하나 있다고 한다.

지난 번에 갔을 때 문이 닫혀있었는데, 오늘은 다행이 영업 중이다.



추천 메뉴나 베스트 메뉴를 물어봤더니 베이컨 치즈버거가 제일 잘 나가고, 그 다음이 클래식이 인기가 많고, 매운 걸 좋아하면 멕시칸도 괜찮다고 알려주셨다.

내가 싫어하는 할라피뇨가 들어있긴 하지만, 그냥 클래식보다는 좀 더 맛있을 거 같아서 베이컨 치즈버거 세트를 주문했다.



베이컨 치즈버거


베이컨도 짜고, 치즈도 짜니 꽤 짜고 기름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짠맛이 강하지는 않았다.

번도 폭신했고, 패티도 기름기 적은 부위를 사용한 거 같았다.

베이컨은 바짝 구워서 과자처럼 바삭바삭.

할라피뇨는 적당히 빼고 먹으려고 했는데, 딱 2개만 들어있어서 좋았다.



참고 : 부산 해운대 해리단길 수제버거 맛집 - 버거샵 Burger Shop




햄버거를 먹고 본격적으로 해리단길 산책에 나섰다.






작년에는 없었는데, 곳곳에 예쁜 벽화를 많이 그려놓았다.

전국적으로 벽화골목은 많지만, 벽에 대뜸 그림만 그려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는 주변 기물을 그대로 살려가며 혹은 그를 이용해서 적절한 그림을 그려놓은 게 정말 센스가 있었다.



발음에 주의해야하는 아파트.






예쁜 카페도 많고, 사람도 많다.

나만 빼고 다 커플이다.

해리단길은 딱히 유명한 볼거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저렇게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곳이 많아서 사진 찍으면서 시간 보내기 좋다.



해리단길 중간에는 우일맨션 이라는 오래된 아파트가 있다.

지금은 사라진 동대문 아파트처럼 영화에 나올 법한 독특한 이곳은 무려 40년이 넘은 건물이라고 한다.

현재는 1층에 카페나 공방 같은 상점들이 많이 입점해있다.




맨션에는 아직까지 사람이 사는 모양이었다.

ㅁ자 혹은 ㄷ자 모양의 건물의 가운데는 광장이나 중앙 정원 비슷한 공간이 있었는데, 장독대도 놓고, 화분도 놓고, 빨래도 말리고 하는 모습이 정겨웠다.

좀 더 돌아보고 싶었지만, 개인 생활공간을 외지인이 함부로 들락날락거리면 폐가 될까 싶어서 슬쩍 들여다 보기만 하고 나왔다.






레트로가 별건가, 이런 게 레트로지.



주인 기다리는 남의 집 댕댕이.



부산에도 이런 나무가 자랄 수 있나?

제주도에서나 본 나무가 있어서 조금 신기했다.



날도 덥고, 슬슬 목도 말라서 카페를 들어갔다.

워낙 예쁘고 특색있는 카페가 많아서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레이크커피바' 로 들어갔다.

대로변이고, 적당히 사람이 있는 거 보니 유명한 곳인 거 같기도 했고, 무엇보다는 바 테이블이라서 혼자 앉아있기에도 괜찮아보여서였다.



포레스트


이 카페의 대표 메뉴나 인기 메뉴가 뭔지를 물어보니 '포레스트'라고 해서 그걸로 주문했다.

포레스트 forest 는 말차크림, 에스프레소, 크림을 층층이 쌓아서 만든 음료였다.

맛도 달콤쌉살하니 맛있었지만,  비주얼이 이뻐서 기분이 좋았다.

나는 얼음을 좋아하지 않아서 한여름에도 따뜻한 음료를 주문할 때가 많은데, 솔직히 따뜻한 음료는 머그컵에서 담아주기 때문에 멋이 없다.

블로그를 하는 입장에서는 내 입맛이냐, 사진이냐 중에서 늘 고민하게 되는데, 사진을 선택한 보람이 있었다.

밖에서 대기하는 사람이 있어서 음료만 마시고 바로 일어났다.



참고 : 부산 해운대 해리단길 카페 - 레이크 커피바 Lake Coffee Bar









아까 그래도 열심히 돌아봤다고 생각했는데, 곳곳에 숨겨진 벽화들이 많았다.

이걸 하나의 관광 컨텐츠로 개발을 하면 어떨까?

말레이시아 페낭 여행을 갔을 때, 중심지인 조지타운은 벽화로 유명했다.

시가지 전체에 크고작은 벽화들이 있어서 그걸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었고, 관광청에서도 아예 벽화 위치가 표시되어있는 지도를 제공하기도 했다.

해리단길은 해운대에도 가깝고, SNS에서 인기있을만한 맛집이며 카페도 많으니까 벽화도 잘 홍보해서 관광상품으로 만들어도 좋을 거 같다.



숙소에서 캐리어를 챙겨 다시 해운대역으로 향했다.



낑낑대며 지하철을 2번을 갈아타고 노포역 부산종합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짐도 있고, 서두르는 게 싫어서 시간 여유를 넉넉하게 두고 출발했더니 너무 일찍 도착했다.



편의점에서 자양강장제 한 병을 사서 원샷하며, 이번 여행 끝!




P.S



내년에 또 오게 될까?



떠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보러 부산에 온 지 4년차.

갈수록 영화제를 찾는 사람도 줄어들고, 볼만한 영화도 줄어드는 게 눈에 보였다.

처음 갔을 때에는 어떻게든 시간표를 쥐어짜서 보고 싶은 영화들의 시간표를 테트리스하는 데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티켓팅 전에 영화 소개와 시놉시스를 읽어도 흥미가 가는 영화가 잘 없다.

그동안 본 게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다이빙벨' 사건 이후로 그게 더 심해진 거 같다.

예전처럼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작품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신인 감독들의 다듬어지지 않은 영화들의 비중만 늘어가는 느낌.

고른 영화가 언제나 성공하는 건 아니었지만, 갈수록 실패 빈도가 높아진다는 건 나만의 생각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2020년에는 부산국제영화제를 포기했다.

영화제 자체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19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난리라서 개최를 할 것인가조차도 의문이었으나 자원봉사자까지 모집하는 걸 봐서는 하기는 할 거 같다.

진행은 어떻게 할것인가. 

분명 예년과 같은 느낌은 아닐 것이다.

내후년에는 갈 수 있을 건인가.

가든 안 가든 내가 선택을 할 수 있는 영역이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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