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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2 타지키스탄 [完]

[타지키스탄] 22. 5/18 우즈벡 돌아가는 길

by 히티틀러 2013.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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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타슈켄트 돌아가자."


B씨는 그날 출국하는 친구를 만날 일이 있었고, 저 또한 체력적 한계를 느껴서 여행을 그만 하고 싶었어요.

A씨는 그닥 내켜하지 않는 눈치였지만 알겠다고 했어요.

호텔에서 나와 마슈르트카를 기다렸어요.


예전에 이스타라브샨에서 후잔드로 돌아올 때 같이 쉐어드 택시를 타고 온 아주머니께서 '55번 마슈르트카 종점에서 우즈베키스탄 국경에 갈 수 있다'라고 이야기해주셨어요.

55번 마슈르트카가 오자 그냥 타려다가 혹시나 해서 운전기사에게 우즈베키스탄 오이벡 국경에 가냐고 물어보았어요.

운전기사는 안 간다고 하셨어요.

다른 마슈르트카들도 여러 대 잡고 물어보았지만, 다들 우즈베키스탄 국경을 안 간다고 했어요.

그러고 있던 중 지나가던 어떤 아저씨 한 분이 도와주셨어요.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서 저에게 바꿔주셨어요.

통화를 하는 사람은 영어를 매우 잘 했어요.


"우즈벡 국경에 가려는데 어떻게 해야해요?"

"마슈르트카를 타고 아브레쉼에 가요. 거기에 가면 국경에 가는 택시가 있어요."


이제야 모든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아주머니가 알려주신 55번 마슈르트카가 국경까지 가는 게 아니라 종점이 바로 아브레쉼 Abreshim 이고, 이곳에서 우즈베키스탄 오이벡 국경까지 가는 교통편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우리를 도와주신 아저씨는 직접 아브레쉼까지 가는 마슈르트카를 잡아주셨고, 그 아저씨도 우리와 같이 버스를 탔어요.



이곳이 바로 아브레쉼.

아저씨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더니, 우리를 우즈베키스탄 국경가는 택시까지 직접 데려다주었어요.

택시비는 세 명이 100소모니.

아브레쉼에서 환전소 비슷한 곳이 보여서 남은 소모니를 택시비만 남기고 환전하고 싶었지만, 아저씨를 놓칠까봐 서두르는 바람에 환전도 못 하고 급하게 출발했어요.






우즈베키스탄 오이벡 국경 가는 길.

어째 날씨가 좀 불안하다 싶더니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국경에서 비를 쫄딱 맞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비는 오래 오지 않고 그쳤어요.

택시 기사는 우리에게 뭔가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지만, 그 사람은 타직어만 알았고 우리는 타직어를 몰랐기 때문에 의사소통을 할 수가 없었어요.










아침 10시 반 무렵, 국경에 도착했어요.

타지키스탄 국경은 별 게 없었어요.

국경 심사하는 곳에서는 몇 사람 분의 여권만 받고 딱 문을 닫아버리는데, 새치기도 많고 심사하는 데 꽤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여권을 내야한다는 것 정도였어요.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자, 불에 타다 만 것처럼 생긴 경찰이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었어요


우리 차례가 되자 세 사람의 여권과 입국시 받은 종이 반쪽을 주었고, 국경 심사원은 종이를 가져간 뒤 타지키스탄 비자 위에 출국 도장을 찍고 돌려주었어요.


타지키스탄 국경 심사를 마치고 우즈베키스탄 국경으로 들어가려는데, 그 사이에 작은 컨테이너 건물 하나가 있었어요.


"여기에 국경 면세점이 있네?"


면세점이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작은 면세점이었어요.

저와 B씨는 남은 소모니를 다 쓰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어요.

내부에는 담배와 몇 가지 종류의 술, 그리고 음료수를 팔고 있었어요.

가격은 모두 달러로 적혀 있었어요.


"이거 소모니로도 계산할 수 있나요?"

"네, 괜찮아요."



저는 혹시 부족할지 몰라서 돈을 넉넉히 가지고 있다가 30소모니가 남았어요.

조그만 꼬냑 미니어처 가격이 3달러. 

직원에게 소모니로 얼마냐고 물어보니 25소모니라고 했어요.

25소모니는 환전소에 가면 5달러가 넘는 돈이지만, 어차피 남은 소모니를 다 털어야해서 그냥 샀어요.

그러고도 5소모니 남은 건 1.5리터짜리 레모네이드를 사칭한 녹색 탄산 음료를 샀어요. 

음료수는 4소모니였는데, 남은 1소모니는 지폐 말고 동전으로 달라고 하니 직원이 웃으면서 주었어요.

B씨는 보드카 미니어쳐를 사고, 남은 돈은 그냥 기념으로 가지겠다고 했어요. 










드디어 우즈베키스탄 입성!

일단 경찰에게 여권을 보여주고, 입국 심사를 하는 사무실로 들어가라고 했어요.

그 곳은 정말 아수라장이었어요.

사람들은 발디딜 틈 없이 꽉 차있었고, 짐들은 더 많았어요.

새치기는 말할 것도 없고, 빠져나가는 사람은 적은데 오는 사람은 많으니 사람들은 계속 쌓여만 갔어요.

일단 우리도 우즈벡 사람들이 서 있는 줄에 서 있었는데, 뒤에 차를 타고온 외국인으로 보이는 금발머리 여자와 일행들이 들어왔어요.

그 사람들은 우리처럼 기다리지 않고 바로 국경 심사대 앞에 섰어요.


"여기도 외국인 우대 있구나!"


우즈베키스탄에서 타지키스탄 비자를 받을 때도 앞이 인산인해 아수라장이었지만, 우리는 외국인 우대를 받아서 빨리 들어갈 수 있었어요.

양국간에 인구 문제부터 수자원 분쟁, 마약 유통이 여러 문제가 얽혀있다보니 사이가 좋지 않아 일단 외국인 일처리를 해주고 남은 사람들은 되는대로 처리해주는 경우가 많아요


A씨가 우리의 여권을 모두 걷어가서 일단 여권 심사대에 밀어넣었어요.

여권을 입국 도장을 받고 통과한 후, 세관 신고서를 두 장을 썼어요.

세관 신고서 작성 예시는 우즈벡어와 러시아어로 나와있었지만, 종이는 러시아어로만 쓰여있었어요

우즈벡어 예시를 보고 신고서를 작성한 뒤, 가지고 있는 달러를 다시 확인해서 정확히 적어서 경찰에게 제출했어요.

한 사람은 여권을 확인하고, 한 사람은 그 내용을 독수리 타법으로 천천히 컴퓨터로 입력을 하기 떼문에 시간이 엄청 걸렸어요.

세관 심사대 옆에는 몸 수색을 하는 듯한 방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그냥 밖에서 하면 될텐데 왜 저런 방이 따로 있나 싶었는데, 반투명 유리로 얼핏 비치는 모습을 보니 속옷 빼고는 다 벗겨보는 거 같았어요.

아닌게 아니라 짐검사는 정말 철저하게 했어요.

앞에 검사받는 사람들을 보니 짐을 다 풀어서 내용물 하나하나 다 꺼내보고, 봉지란 봉지는 다 열어보고, 주머니 하나하나 전부 까뒤집어 보았어요.

우리 앞에 있던 금발머리 여자 일행 중 하나도 짐에서 영화 CD가 몇 장이 나왔는데,그걸 가지고 경찰이랑 한참동안 실랑이를 했어요.

짐을 다 풀어서 꺼내고 추스려서 다시 집어넣고 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고 사람들이 밀릴 수 밖에 없었어요.

여권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뚱뚱한 경찰 한 사람이 A씨에게 카메라 가방을 들고 방으로 들어오라고 했어요.

얼마 안 되어 여자경찰이 오길래 저와 B씨도 짐 수색을 받다보다 하고 있고 있었는데, 손을 흔들어 주며 가고 있었어요.


"한 사람이 저기 안에 있는데요."


여자경찰은 문을 열어서 뭐라고 이야기하자, 뚱뚱한 경찰이 A씨를 보내주었어요.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어요."


A씨의 얘기로는 현지인들처럼 옷을 벗겨보지는 않았지만, 카메라 가방을 검사하다가 세관 신고서에 기입한 거 보다 2달러가 더 나왔다고 했어요.

경찰이 그걸로 마구 트집을 잡는데, 마침 그 때 여자 경찰이 그냥 보내주라고 한 것이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거주지 등록과 외화 반입을 매우 엄격하게 검사를 하고, 걸리면 정말 얄짤이 없거든요.

우리는 여권을 받자마자 서둘러서 빠져나왔어요.

우즈베키스탄 국경 심사 받는데만 1시간 반이 넘게 걸렸어요.









국경을 빠져나오자 12시 반 정도 되었어요.

우리를 보자마자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던 택시 기사들이 우루루 몰려왔어요.


"타슈켄트! 타슈켄트!"

"타슈켄트까지 얼마예요?"

"한 사람당 10달러, 셋만 태워서 30달러면 바로 출발해."

"어디까지요?"

"타슈켄트 어디든 데려다줄게."


택시기사 아저씨에게 우리 세 명의 집을 차례대로 데려달라고 하고 택시에 탔어요.

B씨는 택시를 타자마자 잠이 들었어요.

국경에서 타슈켄트까지는 1시간 정도의 거리.

바깥 풍경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큰 호수가 나타났어요.



"이게 뭐예요?"

"타쉬 모레 таш море."


우즈벡어로는 Tashkent Dengiz, 즉 타쉬켄트 바다예요.

타슈켄트 사람들이 종종 여름에 휴양을 위해서 오기도 하는 곳이예요.

A씨는 택시 기사 아저씨에게 차를 세워달라고 부탁했지만, 다리 위라서 차를 세울 수가 없다고 해 그냥 달리는 차에서만 보았어요.

자고 있는 B씨도 깨워보았지만, 잠에 취해 일어나지 못했어요.

점차 익숙한 곳이 나오고, 집에 도착했어요.

그렇게 7박 8일의 타지키스탄 여행이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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