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일, 맘스터치에서 신메뉴 햄버거가 출시되었어요.
지난 8월 내슈빌 핫치킨버거가 출시된 이후 약 3개월 만이에요.
이번에 출시된 신메뉴는 '리얼비프버거' 입니다.
리얼비프버거 세트
리얼비프버거 가격은 단품 7,500원, 세트 9,500원입니다.
칼로리는 단품 477kcal, 세트 917kcal 입니다.
출시 기념으로 11월 12일부터 22일까지 매장에서 단품 구매시 무료로 세트 업그레이드됩니다.
리얼비프버거 크기는 지름 10cm, 높이 7cm 입니다.
포장지는 이 제품 전용 포장지를 사용하고 있어요.
한 가지 특징 중 하나는 버거 높이와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 종이칼라 (띠지) 를 사용하고 있는데, 맥도날드를 제외하고는 이 메뉴가 유일해요.
리얼비프버거는 크랜베리 브리오슈번에 로스트비프, 슬라이스 치즈, 양상추, 토마토, 생양파, 구운야채, , 발사믹 글레이즈드, 홀그레인 머스터드, 화이트소스로 구성되어 있어요.
존쿡 델리미트와 콜라보해서 마이스터가 직접 만든 프리미엄급 로스트비프를 사용한다고 해요.
버거를 받자마자 느낀 건 '차갑다' 라는 점이었어요.
보통 버거는 번도 한 번 구워서 혹은 데워서 제공되고, 안에 들어가는 패티도 있다보니 어느 정도 온기가 있기 마련인데, 이 버거는 받자마자 섬뜩하게 차가워요.
로스트비프는 원래 차가운 상태로 제공되고, 구운 야채도 매장에서 굽는 게 아니라 그냥 제공되다보니 따뜻할 건덕지가 없어요.
빵집 갔을 때 냉장고에서 샌드위치 꺼내는 거랑 비슷한 느낌이에요.
여름이나 가을이면 모르겠는데, 입동도 지나서 겨울이 코앞인 이 마당에 차가운 버거에는 솔직히 잘 손이 가지 않았어요.
구운 야채는 호박과 파프리카, 가지가 들어갔어요.
이 점도 솔직히 에러예요.
햄버거를 선호하는 연령대는 10-30대의 젊은 층인데, 이 연령대가 전혀 선호하는 재료가 아니예요.
가지는 아예 못 먹는다는 사람이 많은 식재료이고, 파프리카는 롯데리아에서 버거에 넣어본 적이 있지만 워낙 호불호가 심해서 결국 그 메뉴들은 단종되었여요.
왠만한 햄버거에 다 들어가는 양상추, 생양파도 골라내고 먹는 어린이들도 많은데, 이런 재료들이 들어가있다는 걸 알면 전혀 안 먹을 거 같아요.
로스트비프는 몇 겹씩 겹쳐서 두툼하게 들어가있어요.
두께를 재보니 대충 1.5~2cm 정도로, 이 정도면 왠만한 버거의 패타 두께는 되요.
로스트비프가 좋음 뭐해!
좋은 재료는 그 자체만으로도 빛이 나는 법이에요,
로스트비프 자체는 담백하고 맛있고, 식감도 일반 패티와는 달라서 나름 신선한 재미었어요.
하지만 여기에 곁들여지는 소스가 발사믹 글레이즈드 소스와 맘스 화이트 소스, 홀그레인 머스터드까지 3가지나 되는 데다 그 외에 자잘한 재료가 너무 많이 들어서 로스트비프 자체의 맛을 느낄 수가 없어요.
과장 조금 보태면 슬라이스 햄을 넣어도 별 차이가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어요.
이번에 출시된 리얼비프버거 여러 의미로 맘스터치의 기존 스타일과는 완전히 다른 메뉴예요.
1. 치킨이 메인이 아니다.
- 맘스터치는 싸이버거를 필두고 치킨버거를 중점으로 판매하는 브랜드예요.
치킨버거가 아닌 메뉴로는 불고기버거와 디럭스 불고기버거, 통새우버거, 이렇게 3가지가 있는데, 불고기버거는 어느 브랜드에나 있는 '기본' 에 가까운 메뉴이고, 새우버거도 비슷해서 사실상 구색갖추기 메뉴예요.
최근 4-5년간 맘스터치에서 출시된 버거 중에서 치킨패티가 들어가있지 않은 메뉴는 작년 11월에 출시한 '불고기 포테이토버거' 와 '쉬림프 포테이토버거, 딱 2가지 뿐이었어요.
고기가 메인안 버거가 제 기억상에도 거의 처음이 아닐까 싶어요.
2. 패티가 없다.
- 모든 버거에는 쇠고기든 돼지고기이든 치킨이든 새우든 패티가 들어가요.
이 버거에는 패티가 없고, 대신 로스트 비프를 몇 겹 겹쳐서 패티 대신 사용하고 있어요.
여기에서 연상되는 건 미국의 프랜차이즈인 아비스 Arby's 예요.
아비스는 빵 사이에 잘게 잘린 로스트비프를 겹쳐서 넣은 넣은 로스트비프 샌드위치 Roast beef Sandwich 로 유명해요.
작년 하반기부터 한국에 진출해서 매장 100군데를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히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혂지만,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인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오픈한 매장이 없어요.
로스트비프를 이 브랜드만 쓴다는 게 아니지만, 치킨패티에 추가적으로 로스트비프를 넣은 게 아니라 로스트비프만 겹쳐서 패티로 사용했단 걸 봤을 때 아비스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온 건 분명해보여요.
3. 가격이 비싸다
- 맘스터치는 맥도날드의 불고기버거나 버거킹의 킹치킨버거처럼 아예 저렴한 메뉴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주 비싼 메뉴는 없어요.
단품 기준 3-5천원, 세트는 6-7천원 대의 중간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어요.
인크레더블버거나 언빌리버블버거처럼 프리미엄 버거를 출시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가장 비싼 메뉴의 세트 가격이 7,100원이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몇 백원 오른 것도 아니고 세트가 거의 만원 가까이 되요.
기존 세트 가격보다 리얼비프버거의 단품이 더 비싼 셈으로, 이 정도의 가격은 다른 브랜드에서도 쉽게 볼 수 없어요.
가격대가 높은 버거킹에서도 프리미엄 라인급이에요.
Too much love will kill you
이번 버거는 재료도, 가격도 너무 투머치예요.
그래서 모든 걸 망쳐버렸어요.
가격도 좀 더 비싼 브리오슈 번을 쓰고, 패티 대신 가격이 더 높은 로스트비프를 사용해서 프리미엄 버거를 출시하고 싶었을 수는 있어요.
거기에서 멈췄어야했어요.
여기에 홀그레인 머스터드 소스와 기본 야채 정도만 넣어서 세트 기준 7천원 수준으로 맞췄다면 그래도 이렇게 악평을 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빵에 Mom's Touch 문양 찍고, 호 好보다 불호가 월등하게 높을 게 뻔한 구운 야채 넣고 어쩌고 하는데 쓰잘데기 없는 비용은 다 써버리고, 맛은 오히려 안하니만 못해졌어요.
맥도날드 시그니처 버거가 생각난다면 이상한 일일까
조주연 전 한국맥도날드 사장이 사임하고 난 이후, 맥도날드의 임원 및 부장급 직원 상당수가 맘스터치를 운영하는 해마로푸드로 스카웃되었다는 뉴스가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묘하게 지금은 사라진 맥도날드의 시그니처버거가 생각났어요.
시그니처 버거를 처음 출시했을 때는 '나만의 버거' 라고 해서 번부터 시작해서 야채, 치즈, 소스 등 각종 컨디먼트를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조립할 수 있었어요.
종류도 다양해서 번도 브리오슈번이니 레터스 번이니 해서 몇 종류 있었고, 치즈도 흔히 보는 아메리칸 치즈 뿐만 아니라 프로볼로네 치즈니 페퍼잭 치즈니 등등 베리에이션이 다양했어요.
크루가 자리까지 가져다주는 테이블 서비스도 있었고요.
하지만 개편을 하면서 점차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줄어들더니 나중에는 나만의 버거 시스템 자체가 없어졌고, 결국 아무런 메리트 없이 다른 버거보다 비싼 프리미엄 버거 정도로 전락했어요.
버거킹을 필두로 해서 롯데리아 등에서도 프리미엄버거를 출시하면서 경쟁은 치열해졌고, 맥도날드는 갈수록 창렬화가 되면서 결국 올해 초 시그니처버거는 아예 단종되었어요.
해마로푸드 측에서는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대기업의 운영 방법과 노하우를 익혀서 국내 토종 브랜드인 맘스터치를 키우려는 의도일 거예요.
하지만 맥도날드와 맘스터치의 상황은 좀 달라요.
맥도날드는 직영 위주의 매장으로 기존의 시스템과 노하우가 풍부하지만, 맘스터치는 100% 가맹점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지점 관리가 정말 안 되요.
게다가 해마로푸드에서 스카웃해온 사람들이 맥도날드가 대차게 말아먹던 때 일하던 사람들이 믿음이 좀 안 가기도 하고요.
저렴한 메뉴는 사람들이 버거에 기대감이 없고, 빈약하더라도 '싼 게 비지떡' 이라면서 넘기기도 해요.
하지만 프리미엄 버거를 취급한다는 건 다른 문제예요.
비싼 비용을 지불한 만큼의 소비자들은 특별한 맛과 양을 원하고, 기대감이 크면 실망도 큰 법이에요.
맛과 가성비로 유명한 맘스터치에서 프리미엄 버거 시장으로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려는 건 알겠으나, 오히려 기존의 좋았던 이미지를 와장창 깎아먹었어요.
맥도날드의 시그니처버거의 과정을 답습할 거 같은 느낌이 든 건 단순 기분 탓일까요.
긴 이야기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자면, 이 버거는 다시 먹을 생각이 전혀 없어요.
100원 더 내고 싸이버거에 세트에 단품을 추가하는 게 백 번 천 번 나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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