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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2021 경주

경주 황리단길 카페 - 양지다방

by 히티틀러 2021.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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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레트로 Retro 가 유행이에요.
응답하라 시리즈 드라마의 성공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빠르면 1990년대, 더 나가아가면 1970-80년대 스타일이 인기를 끌고 있어요.
그것도 그 시절을 경험한 사람들이 아니라 당시에는 태어난 것도 아닌 사람들에게서요.


양지다방은 황리단길 메인스트리트인 포석로의 뒷쪽 골목에 위치하고 있어요.
골목 자체는 좁은데, 이쪽 골목에 맛집 및 카페가 밀집되어 있더라구요.
원래 여기를 가려던 의도는 아니었어요.
황리단길 근방을 돌아다니면서 '여기는 좀 특색있게 만든 카페네'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행하던 날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비피하기 위해 들어갔어요.
인근의 카페는 웨이팅도 있고 사람이 많은데, 여기는 빈 자리는 많이 없지만 웨이팅 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었거든요.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입니다.


양지다방 실내.
저는 다방을 다닌 세대라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한때 잠깐 유행한 개화기 스타일로 꾸며놓기도 하고, 솜으로 된 옛날식 싸구려 소파에 흰 천을 씌워놓기도 했어요.


가운데 큰 어항도 있습니다.
퍼런 빛이 도는 게 옛날 영화 '쉬리'  시절 느낌이 나요.


뮤직박스가 카운터입니다.
여기에서 주문하면 되요.


양지다방 메뉴.
특히하게 LP판으로 되어있는데, 쌍화차와 다방커피 빼고는 평범한 카페 메뉴예요.
가격은 음료가 4천원 ~6천원 대입니다.
디저트로 빙수와 수플레가 있어요.


소품들도 옛날 물건들로 진열해놓았어요. 
제가 정말 어렸을 때 저렇게 채널을 돌리는 TV를 본 적이 있어요.
요즘처럼 케이블 채널 같은 것도 없었고, 낮 시간대에는 방송도 쉬던 시절이네요.
VHS 비디오 테이프로 정말 오랜만이에요.


테이블 위에는 성냥도 있습니다.
어릴 때 집에 '유엔 성냥' 이라고 팔각 통에 든 성냥을 많이 봤던 기억이 나요.
요즘에는 라이터도 흔하고, 성냥 자체를 쓸 일이 케이크에 불 붙일 때 밖에 없지만요.
검색해보니 몇 년 전에 우리나라의 마지막 성냥 공장이 문을 닫았다고 하더라구요.


음료는 자리까지 가져다주는데, 스댕 쟁반에 올려서 나옵니다.
옛날 가정집을 개조해서 카페로 만든 곳들 가면 이런 은색 스댕 쟁반에다가 음료를 서빙해주는 곳이 적지 않더라구요.
아니면 같은 재질로 되어서 다리 펴서 쓰는 양은 밥상 같은 데 나오거나요.
저렇게 알록달록하고 촌스러운 꽃무늬가 또 매력이죠.


바닐라라떼


같이 간 친구는 바닐라 라떼 HOT 을 주문했어요.
가격은 5,000원입니다.
바닐라 시럽을 많이 넣어서 좀 달달한 편이었어요.
밀크 스팀 자체는 나쁘지 않았는데, 테이크아웃도 아닌 매장에서 마시는 라떼에 스팀드 밀크를 그대로 부어버린 걸로 봐서는 바리스타나 엄청 바빴거나 아니면 초보자인 거 같아요.
왠만하면 라떼 아트로 하트라도 그려주든지 정 안 되면 동그랗게라도 해주거든요,.
그나저나 배경이 이러니 다방으로 맞선 보러나온 기분이었어요.


저는 쌍화차를 시켰습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비까지 맞아서 감기 걸리기 일보 직전이었거든요.
가격은 6,000원이며, 뚜껑과 나무 숟가락이 같이 나왔어요.


뚜껑을 여니 잣과 땅콩 크러쉬, 깨 등 각종 견과류가 잔뜩 띄워져있고, 쌍화차의 상징 중 하나인 계란노른자도 동동 떠있습니다.
에그녹이라든거 에그 커피 등 계란이 들어간 음료가 세계적으로 드문 건 아니지만, 쌍화차에 계란 노른자는 뜬금없는 조합이에요.
언제부터, 어떻게 쌍화차에 계란 노른자를 얹어먹게 되었는가는 확실하게 알려져 있지 않아요.
옛날에는 아침에 다방에 가면 삶은 계란을 줬던 문화가 있는데 그게 시간상관없이 음료에 계란노른자를 올리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도 있고, 먹을 게 넉넉하지 않던 시절에 식사 대용으로도 가능하게 좀 더 든든하라고 계란노른자를 얹었다는 썰이 있어요.
쌍화차의 온도 때문에 계란노른자의 겉은 타다키처럼 살짝 익어있는 상태인데, 이 상태에서 터트리지 말고 숟가락으로 떠서 호로록 먹으라고 해요.
저는 어쩌다보니 살짝 터져서 더 퍼지기 전에 후다닥 건져서 먹었는데, 의외로 맛있어요.
비린맛도 없고 고소한데, 쌍화차를 한 모금 먹으면 달달하게 마무리가 되요.



마시는 거보다 씹는 게 더 많다



땅콩분태며 잣 같은 견과류 뿐만 아니라 말린 대추에 곶감도 작지만 들어있어요.
맛은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감기 걸릴 때 파는 쌍화탕이랑 비슷한데, 훨씬 맛이 달고 진하고 계피맛 같은 것도 약간 느껴져요.
그리고 양이 되게 많아요.
쌍화'차' 인데 건더기가 엄청 많아서 한 모금 마시고 씹고, 한 모금 마시고 씹고를 반복했어요.
이 정도라면 진짜 식사 대용으로 먹어도 될 거 같아요.
당분도 있고, 계란노른자에 단백질도 있고, 견과류에 지방도 있고요.
6천원이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태운콩물 (=커피) 과 비교하면 그 가격만큼은 충분히 해요.

 

 

 


전 다방 문화를 경험해 본 세대가 아닌데 굉장히 기분이 묘했어요.
앤틱한 노란빛 조명에 가게 내에서 올드팝과 7080노래가 계속적으로 흘러나와요.
그 시절은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추억으로 다가오겠지만,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 입장에서는 익숙하지만 낯설고, 그렇다고 낯설다고 하기에는 또 익숙한 느낌이예요.
레트로의 인기가 제법 오래 가는 건 이런 점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독특한 분위기의 재미있는 카페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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