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처음으로 8시까지 늦잠을 자고 일어났어요.
이번 여행은 일정이 짧다보니 매일 밤늦게까지 돌아다니다가 아침 6-7시면 기상을 하는 아침형 인간 생활을 계속 했어요.
슬슬 여행 막바지가 되면서 체력도 떨어지고 긴장이 풀려서인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이불 속에서 자꾸만 꼼지락거리게 되더라고요.
호스텔에서 아침으로 나온 'Chicken noodle soup'.
노점에서 쌀국수 같은 걸 사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호스텔 스텝이 부엌에서 직접 만들더라고요.
마트에서 파는 인스턴트 라면에 양파, 파, 토마토 등 각종 채소를 볶아넣어서 만드는게, 매운 맛 없는 육개장 라면 같은 맛이었어요.
신라면 같이 매운 라면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조금 밍밍할 수도 있겠지만, 매운 라면을 아예 못 먹는 제 입맛에는 딱 맞더라고요.
각종 과일과 차, 커피, 오렌지 주스 등은 마음껏 가져다 마실 수 있었어요.
한겨울에 즐기는 수박은 작은 호사처럼 느껴졌어요.
"우리 내일 뭐하지?"
원래 계획은 하노이를 이틀 보고, 마지막 날에 하롱베이 투어를 한 후 공항으로 갈 예정이었어요.
그런데 알아보니 하롱베이는 이동시간이 길어서 당일치기 투어는 실제 보는 시간은 채 3-4시간 밖에 안 되는데다가 , 끝나고 하노이 돌아오면 밤 8-9시는 된다고 하니 공항에 가기에도 빠듯했어요.
더군다나 가장 걱정되는 건 하롱베이 쪽에 비소식이 있다는 것.
이미 호이안에서 호되게 당한 터라 비 때문에 더 고생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이거 어때?"
호스텔에 있는 투어 안내판을 뒤적거리던 친구가 투어 하나를 가리켰어요.
친구가 가리킨 건 퍼품파고다 투어 Perfume Pagoda Tour.
여행 전에 하롱베이 투어나 닌빈 땀꼭 투어에 대해서는 쓴 글을 많이 봤지만, 퍼퓸파고다 투어는 들어보지도 못했던 투어라 호스텔 직원에게 물어보았어요.
"이 투어는 20분 정도 보트를 타고 간 다음에, 케이블카를 타거나 걸어서 산꼭대기까지 올라가요.
거기 있는 동굴에 퍼퓸파고다라는 절이 있는데 그거 보고 돌아오는 프로그램이예요.
가격은 37달러인데, 9달러를 추가하면 왕복 케이블카를 탈 수 있어요.
왠만하면 왕복 케이블카 타세요.
편도랑 요금차이도 크지 않고, 산이 가파르기 때문에 오르기 힘들어요."
베트남에서 보트를 꼭 타보고 싶었는데, 프로그램이 이것저것 다양해서 재미있을 거 같더라고요.
땀꼭 투어는 자전거를 탄다던데, 저는 자전거를 타지 못 타거든요.
다음날 퍼퓸파고다 투어를 하기로 하고, 호스텔에서 예약을 했어요.
투어 예약까지 마치고는 전날 숙소 근처에서 본 intimex 파는 대형마트로 향했어요.
호이안에서 짐을 챙기다가 치약을 두고와서 급하게 다시 사야했거든요.
전날 야시장을 구경까지 하고 오니 이미 문을 닫아서 사지 못했어요.
인티맥스 마트는 2층으로 된 대형마트였어요.
임시로 쓸 생각이라 왠지 생돈 나가는 기분이 들어서 제일 작은 콜게이트 치약을 골랐어요.
한국제 치약도 꽤 많더라고요.
기념품으로 많이 사간다는 달리 치약은 어디있는지 찾을 수가 없어서 일단 보류했어요.
과자 코너에는 오리온이나 롯데 같은 한국제 과자도 많았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초코파이나 오뚜기 마요네즈, 도시락 라면을 보고 한국제품이 참 인기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베트남은 거리가 가까워서 그런지 한국제품이 더 많은 거 같더라고요.
베트남 커피와 차.
전날 구시가에서 믹스커피를 샀는데, 똑같은 커피가 가격이 더 저렴한데다가 거기 없던 제품도 많았어요.
게다가 정가제라서 가격 흥정하는 수고로움까지 덜 수 있으니 금상첨화!
입구쪽에는 선물용 초콜릿도 판매하고 있어요.
커피 초콜릿, 연꽃씨 초콜릿, 아오자이 포장이 된 초콜릿 등 선물용으로 주기 딱 좋더라고요.
원래 치약 하나 사려고 들린 마트에서 커피며 초콜릿이며 이것저것 잔뜩 사가지고 숙소로 돌아왔어요.
'속이 왜 이렇게 안 좋지?'
전날 과식을 해서 그런지 아침부터 속이 좀 안 좋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계속 배가 아프고 설사까지 했어요.
한국에서 지사제를 챙겨왔는데 대체 캐리어 어디에 넣어뒀는지 아무리 뒤져도 나오지 않았어요.
할 수 없이 다시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호스텔 직원에게 물어서 약국에 다녀왔어요.
호안끼엠 호수에서 가장 가까운 약국은 짱티엔 플라자 건너편에 있어요.
약사에게 여행회화책을 꺼내 '설사' 라는 단어를 가리키자 그녀는 이모디움 imodium 이라는 약을 꺼내주었어요.
역시 전세계 어디서나 지사제는 '이모디움' 이구나.
약을 먹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조금 쉬니 속이 좀 괜찮아지는 듯 했어요.
여행 일정이 길다면 하루쯤 쉬고 싶었지만, 하노이를 볼 수 있는 날은 오늘 하루 뿐이라 쉴 수가 없었어요.
'약 먹었으니 좀 좋아지겠지' 하는 생각에 다시 밖으로 나왔어요.
본격적인 관광을 하기 전에 저녁에 수상인형극을 볼 생각이라 표를 사기 위해 탕롱 수상인형극장을 들렀어요.
수상인형극은 오후 3시 반, 5시, 6시 반에 공연이 있어요.
"오후 6시 반 표 주세요."
가이드북에는 1등석은 10만동, 2등석은 6만동이라고 나와있었는데, 구분 없이 전부 10만동이었어요.
매표원은 남은 자리를 보여주었는데, 2/3은 이미 다 차있고 맨뒤쪽의 2-3줄 정도만 남아있었어요.
"여기는 뒷자리 밖에 없어. 3시 반 공연은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어."
앞에서 보면 좋지만 일정이 꼬일 거 같아서, 예정대로 6시 반 공연에서 그나마 남은 뒷자리 표를 샀어요.
하노이는 볼거리가 그닥 멀지 않은 거리에 몰려있어서 도보로 걸어다니며 이동할 수 있어요.
레닌 동상.
레닌 동상은 과거 구소련의 15개 공화국에 속했던 중앙아시아나 카프카스에서도 보기 힘들어요.
독립 이후 소련의 잔재를 청산해가는 과정에서 대부분 철거해버리고, 그 자리에 자국의 민족과 관련된 동상들을 세웠거든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는 아미르 티무르를, 키르기즈스탄 비쉬켁에는 전설 속의 영웅 마나스를, 타지키스탄 두샨베에는 소모니 1세의 동상을 세웠어요.
중앙아시아 지역을 여행하면 레닌 동상을 본 건 타지키스탄의 소도시인 이스타라브샨과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 단 두 군데 뿐이었어요.
베트남은 먼 변방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정치적으로는 공산주의 국가라서 그런지 레닌 동상이 남아있는 사실이 신기했어요.
레닌 동상 자리에 호치민 동상을 세워도 될법 한대요.
레닌 동상 근처는 작게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었어요.
주석궁 Phu Chu Tich.
관광객들이
원래는 20세기 초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총독부 건물로, 현재는 국빈을 영접하거나 주요 회담 장소로 사용된다고 해요.
뭔지도 모르고 관광객들이 막 기념사진을 찍기에 가까이 갔더니 그 앞에서 경찰이 지키고 있다가 호루라기를 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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