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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2015 부산 [完]

07. 10/8 부산여행 다섯째날

by 히티틀러 2015.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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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부산에 온지 닷새나 되었어요.

그리고 다음날은 서울에 돌아가니 실질적으로는 마지막날.

원래는 이렇게 오래있을 생각까지는 아니었는데, 보고싶은 영화를 하나 둘 예약하다보니 이렇게 되었어요,

하루에 영화 몇 편 보는게 그렇게 체력을 많이 요하는 일 같지는 않은데, 왜 이렇게도 피곤한지...

체력을 비축한다는 핑계로 늦잠도 좀 자고, 숙소에서 뒹굴거리다가 점심 무렵 즈음 되어서야 느긋하게 나왔어요.



이른 점심으로 근처의 한 식당에서 돼지국밥을 먹었어요.

맛은 딱 순대 빠진 순대국 맛이었어요.

부산하면 '돼지국밥'이 유명하긴 하지만, 사실 돼지고기나 뼈, 돼지 부산물로 탕을 만드는 요리는 사실 전국 어디에서나 흔히 있다보니 그렇게까지 독특하다거나 지역색이 느껴지는 맛까지는 아니었어요.

덕분에 무난하게 먹을 수 있었고요.



반찬은 김치와 새우젓, 부추무침 등 단촐했어요.

돼지국밥 자체가 간이 좀 있어서 부추무침만 조금 먹었는데, 젓갈을 넣어서 버무린 건지 비린맛이 살짝 나더라고요.



오늘은 의도치않게 이리저리 이동하지 같고, 한 상영관에서 영화 3편을 연달아 보게되었어요.

센텀시티 롯데시네마에서 표를 다 티켓팅했어요.



매일 온갖 짐을 가지고 다녔던 에코백의 끈이 완전히 끊어져버렸어요.

이미 전날 한쪽 끈이 끊어져있었지만 마땅히 사기도 번거롭고 해서 다른 쪽으로만 들고 다녔거든요.

그것도 간당간당하다 싶었는데 결국 남은 쪽마저 끊어져버린 것.

가방 살 여유도 없고, 어차피 하루만 버티면 되는 터라 끊어진 끈 양쪽을 묶었어요.

보기 흉해서 그렇지 그럭저럭 들고다닐만은 하겠더라고요.













영화 시작 10분 전 즈음 되자 상영관에 입장하기 위해 직원에서 티켓 확인을 받고 있었어요.


"이 영화는 여기가 아니라 CGV 센텀시티에서 하는데요?"

 

티켓을 다시 보니 진짜 롯데시네마가 아닌 CGV.

하도 이곳저곳 왔다갔다하니까 헷갈렸나 봐요.

티켓팅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할하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할 수 있고요.

시간이 없어서 정신 줄 놓고 미친 듯이 달려서 간신히 영화 시작 시간에 맞춰 세이프!



티켓에는 '단편 쇼케이스 2'로 되어있지만, 영화 제목은 '국경의 아이들 Life on the border'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제작되었어요.

IS의 공격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 난민 캠프에서 살고 있는 코바니와 샹갈 지역 사람들의 생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촬영 또한 실제 난민캠프에서 사는 8명의 아이들이 직접 했다고 해요.

IS 문제니 난민 문제니 하는 이야기는 뉴스 상으로만 접한 터라 별 생각없이 지나쳤는데, 이 다큐멘터리는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IS에 납치되어서 생사조차 모르거나 어찌어찌 운좋게 도망쳐와도 너무 큰 충격으로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딸과 누이들, 지뢰나 폭탄테러 등으로 인해서 팔다리 하나정도 없는 건 그냥 흔한 모습에 불과했어요.

집에 불이나서 가족들 전부 전신에 큰 화상을 입었지만 치료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어서 전신에 붕대를 칭칭 감고 누워만 있다거나 기본적인 의약품 조차도 없어서 의료구호품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며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 잠시 자기의 집을 찾아가보지만 이미 마을 전체는 폐허가 되어 있고 그 속에서 아버지의 시신을 발견하는 모습, 미국 최신 전쟁 영화보다 멀리서 폭격 맞는 자기 마을을 구경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너무 적나라해서 잔인한 현실이었어요.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마지막의 엔딩크레딧이었는데, 아이들이 직접 촬영하는 메이킹 영상을 보여주었어요.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카메라만 가져왔다고 생각했는데, 메이킹 영상을 보니 뭔가 그 환상이 깨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기분이 반감되는 거 같았거든요. 

물론 전문가가 아닌 아이들이 촬영했으나 원래 감독이 어느 정도 손을 보거나 촬영 방향 등을 지시했겠지만, 메이킹 영상은 차라리 안 봤으면 더 좋았을 거 같아요.


영화가 끝나고 사람들을 따라서 별 생각 없이 나갔는데, 티켓 카탈로그를 보니까 GV (게스트 비지트) 였어요.

서둘러 다시 돌아가서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직원도 잘 모른다는 듯 갸웃갸웃하면서 어디론가 무전을 하더니 GV가 취소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사항은 미리 공지를 해서 알려주던가, 여러 모로 부산국제영화에 운영이 실망스러웠어요.

단체는 예약받으면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GV 취소 여부는 시작 전에 공지 한 번만 해주면 되는 문제인데요.



두번째로 본 영화는 '나라 없는 국기'라는 이라크 영화예요.

원래 저는 부산에 이렇게 오래 있을 생각이 아니었고, 길어야 3박 4일 정도 있다가 바로 서울로 돌아갈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이 영화를 보겠다는 생각에 일정을 최대한으로 늘렸어요.

이 영화의 감독이신 바흐만 고바디 감독의 이전 작품이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과 '거북이도 난다'를 매우 인상 깊게 봤던 데다가 이번에 부산국제영화제에 방문하셨다길래 꼭 뵙고 싶었거든요.

제가 이전에 봤던 영화와는 다르게 '나라 없는 국기'는 다큐-픽션 영화예요.

음악을 통해 쿠르드 문제를 알리려고 하는 가수 '헬리 루브'와 혼자 독학으로 비행기 조종을 배우고 비행기 또한 직접 제작한 비행사 나리만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약간의 영화적인 살을 덧붙였다고 해요.

쿠르드인들의 인권문제나 독립 운동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많이 언급된 내용이긴 해요.

방금 전에 봤던 '국경의 아이들' 이라는 영화에서도 나왔다싶이 이 영화 또한 난민 캠프나 IS 이야기가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을 보니 쿠르드인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당장 IS의 영향력이 미친다는 이라크 북부는 아랍인이 아닌 쿠르드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니까요.



GV(게스트 비지트)로 바흐만 고바디 감독일 올거라고 엄청 기대를 했는데, 실제 온 사람은 여자 주연 역할을 맡은 가수 '헬리 루브 Helly Luv' 였어요.

부풀어올랐던 기대감이 푹 꺼지는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헬리 루브씨는 친절하고 성실하게 답변을 해주셨어요.

영화를 보면서 '어디선가 봤던거 같은데....' 라는 생각을 했는데, 제가 예전에 그녀의 뮤직비디오를 본 적이 있더라고요.

당시에는 별 생각 없이 그녀의 뮤직비디오를 봤는데, '쿠르드의 비욘세' 라고 불리는 매우 유명한 가수였더라고요. 

그녀의 말에 의하면 영화 촬영시 그 어떤 대본이나 사전 줄거리 등을 제공받지 않았다고 해요.

촬영을 하기 위해 현장에 가면 바흐만 고바디 감독이 대략적인 내용 정도만 언급을 해주고, 그 이외에는 그냥 있는 대로 자연스럽게 촬영했다고 하더라고요.

마지막으로 그녀는 이라크 전쟁 당시 한국의 군인들이 제일 먼저 와서 도시 재건을 돕고 여러가지 지원을 해줘서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아르빌에 파견된 자이툰 부대에 대한 언급도 해줘서 매우 인상깊었어요.

제가 기대했던 바흐디 고바디 감독이 오지 않은 점은 아쉬웠지만, 헬리루브씨는 연예인 출신이라서 GV시간이 끝난 후에도 원하는 사람들과 사진도 같이 찍고, 사인도 다 해주었어요.

저도 그녀의 사인을 받았어요.

'당신의 뮤직비디오를 보았어요' 라고 말하니 매우 좋아하시더라고요.



GV까지 끝나니 저녁 6시가 조금 넘어있었고, 아직 영화는 한 편이 남아있았어요.

1시간이 못 되는 시간동안 빨리 저녁을 먹고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신세계백화점 지하 푸드코트로 내려갔어요.

짧은 시간내에 빨리 먹을 수 있는 것이 뭘까 생각하다보니 갑자기 팟타이가 먹고 싶어졌어요.

태국 여행을 할 때 그닥 현지 음식이 입에 맞지는 않았지만, 팟타이만큼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가끔 생각이 났거든요.

게다가 재료 넣고 휙휙 볶아면 만들면 되니까 오래 걸리지도 않고요.

치킨 팟타이를 하나 시켜서 후루룩 먹고 다시 CGV로 올라갔습니다.



오늘의 마지막 영화이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보는 마지막 영화인지라 카랴멜 팝콘과 콜라도 샀어요.



마지막 영화는 두하이빈 감독의 '애국청년' 이라는 중국영화예요.

사실 중국영화를 볼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같은 게스트하우스에 머무시는 분 중 영화에 매우 해박하신 분이 있었는데, 요즘 중국 영화가 괜찮은 작품이 많다면서 기회가 되면 한 번 보라고 추천해주셨거든오.

전혀 계획에 없었는데 시간을 보니 이 영화는 볼 수 있을 거 같아서 현장에서 티켓을 구매해서 관람했어요.

이 영화는 산시성 핑야오라는 지역에 사는 자오창통 이라는 청년이 주인공이예요.

고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애국심에 넘치고 마오쩌둥을 존경하는 그 청년이 대학생활을 하고, 자신의 부모 및 조부모의 집이 정부에 의해 철거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애국심의 변화되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어요.

영화 초반에 마오쩌둥에 대한 그의 맹목적인 추종은 사실 조금 우습게 느껴졌어요.

제게 마오쩌둥의 이미지는 '이 새는 해로운 새다' 정도였거든요.

자신의 부모가 몇 년동안이나 지어오던 새 집과 자신의 어린시절을 고스란히 보냈던 조부모의 집이 제대로 보상도 못 받고 헐리게 되면 아예 국가와 정부에 대해서 완전히 등을 돌리고 반감을 보일만도 한데, 그렇지 않은 것도 조금 의아했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자오창통이 뭔가 엄청난 생각의 변화가 있기 않을까 기대했으나 다큐멘터리라서 그런지 예상보다는 그렇게 극적인 생각의 변화는 없었네요.

그냥 중국 영화를 한 편 본 거에 만족하기로 했어요.


영화를 보고 나니 벌써 밤 9시.

하루 온종일 영화만 본 날이었어요.

다음날 오전에 서울로 돌아가야하기 때문에 바로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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