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말레이시아2019. 5. 8. 07:30
 



눈을 뜨니 아침 8시. 

오늘은 다행히 일찍 일어났다.




이게 뭐야?



씻으려고 막 욕실에 들어가려는데, 왼뺨이 시뻘겋다.

물이 달라져서 무슨 피부병이 생긴 건가? 싶어 자세히 보니 어제 한 헤나 자국이다.

피곤한데 잠이 잘 안 와서 손등을 베고 엎드려 잤는데, 그 때 뺨에 염색이 되었나보다.

다행히 폼클렌징으로 뽀득뽀득 닦으니 지워졌다.



아침부터 고양이.

페낭에 온 이후 매일 1일 1고양이 중.



이른 시간부터 길을 나온 이유는 KFC에서 모닝메뉴를 먹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KFC에도 모닝 메뉴로 모닝 텐더라이스와 모닝버거를 판매한다는 이야기가 있긴 하다.

하지만 예전에는 있었으나 단종된 건지, 아니면 정말 극소수의 매장에서만 판매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말레이시아 KFC에서도 전 매장에서 모닝메뉴를 판매하는 건 아닌데, 콤타에 위치한 KFC 매장은 다행히 판매한다.

난 어쩔 수 없이 패스트푸드 블로거인가 보다.




KFC 징거 포리지


지난 말레이시아 여행 당시 맥도날드에 들러 아침으로 닭죽을 먹었었다.



참고 : [말레이시아] 맥도날드 '부부르 아얌 Bubur Ayam McD' 후기



패스트푸드점에서 닭죽을 파는 게 마냥 신기했는데, 현재는 인기가 많아져서인지 올데이 메뉴가 되었다.

KFC에서도 모닝 메뉴로 닭죽이 있기에 예전에 비교도 할 겸 주문했다.

맥도날드에서 먹었던 건 삶은 닭이었는데, 여기에는 튀긴 닭, 즉 치킨이 들어있었다.

느끼하거나 기름내가 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괜찮았다.

죽 자체에는 담백하고 밍밍했지만, 치킨을 먹을 때에는 시즈닝 때문에 약간 짭짤한 맛도 느껴졌다.

후루룩 잘 넘어가서 아침 빈 속에도 부담스럽지 않고 먹기 편했다.



참고 : 말레이시아 KFC 아침 메뉴 - 징거 포리지 Zinger Porridge




KFC 클래식 라이스


동남아시아는 닭 튀김에 밥을 같이 먹는 문화가 있는 건지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치밥을 파는 경우가 많다.

말레이시아도 그런 메뉴가 있겠거니 했는데, 아침댓바람부터 치밥을 팔고 있는 걸 보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배는 부르지만 어쩌랴, 나는 햄버거 블로거인 것을.

클래식 라이스는 밥 위에 계란프라이, 치킨 1조각, 해쉬브라운에 삼발소스까지 곁들인, 거의 정식에 가까운 메뉴였다.

밥이 그냥 맨밥이 아니라 기름을 넣어 지은 것처럼 느끼하고 푸슬거리는 밥이라는 점과 삼발소스에 멸치비린내가 많이 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양이나 맛이나 나쁘지 않았다.

치킨은 손으로 찢고, 삼발소스를 고추장 삼아 비빔밥처럼 비벼먹어도 별미였다.

하지만 원래 아침 안 먹는 내가 아침댓바람부터 밥 종류를 2가지나 먹으려니 너무 배가 부르고 속이 불편해서 결국 적당히 먹다 남겼다.

이 때는 몰랐다, 이 날 무슨 일이 생길 것인지는.



식사를 마치고 오늘의 목적지인 청팟제 맨션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걸어서 15-20분 정도의 멀지 않은 길인데, 저 육교를 지나가다가 다른 방향으로 잘못 나와서 좀 헤맸다.





오전 10시인데, 한 차례 출근 전쟁이 지나가고 난 이후라서 그런지 거리는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다.

초우라스타 Pasar Chowrasta 라는 시장을 지나가는데, 이제서야 하나둘씩 장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랜드 스위스 호텔 Grand Swiss Hotel 이라는 호텔 입구에 그려진 벽화들.

베토벤과 마릴린 먼로, 모나리자가 무슨 연관이 있는 건지는 살짝 의문이지만, 페낭이 벽화로 유명한 도시이다보니 여기에도 덩달아 벽화를 그려놓은 거 같았다.

실제 효과가 있어서, 지나가는 중국인 관광객들도 이 앞에서 사진을 잔뜩 찍으면서 인스타각 인생샷을 남기고 있었다. 

알고 보니 이 거리도 잘못 들어온 거라 왔던 길을 또 되돌아갔다.



호랭이 벽화도 있다.

눈꼬리가 과하게 올라간 거 보니 리프팅 시술 거하게 받으신 듯.



지나가다 본 모스크.

안주만 히마야툴 이슬람 Anjuman Himayathul Islam 이라고 적혀있는데, 저렇게 굴뚝 모양의 미나렛은 처음 봐서 신기해서 찍어보았다.



오전 10시 반 무렵, 청팟제 맨션에 도착했다.



"호텔 투숙객이신가요?"



입구에 서있는 경비원들이 근처로 다가가는 나에게 물었다.

청팟제 맨션은 현재는 호텔로 사용되고 있어 호텔에 투숙하는 사람들만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일반 관람객들은 하루에 3번 가이드 투어시간에만 가이드를 대동해서 관람이 가능하다.



시간이 애매하게 남았는데, 앞에서 서성거리기도 애매했다.

구글맵을 보니 근처에 천주교 성당이 있기에 후다닥 다녀오기로 했다.

세인트 조지 교회 다음으로 페낭에서 2번째로 오래된 교회라고 한다.

1780년대 프랜시스 라이트 제독이 페낭에 도착했을 때 무렵에는 나무로 된 건물이었으나, 1802년에는 벽돌 건물로 다시 지었다고 한다.

현재의 교회는 1860년대의 현재의 자리에 새로 건축한 것으로, 2016-2017년에 리모델링까지 마쳤다고 한다.

안을 둘러볼 시간이 없어서 앞에서 사진만 찍었다. 



부리나케 돌아왔더니 그 사이 사람들이 꽤 많이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청팟제 맨션의 가이드투어는 오전 11시, 오후 2시, 오후 3시 반, 이렇게 3번이 있으며, 15분 전부터 입장이 가능하다.

티켓 가격은 성인 16링깃 (약 4,500원), 아동 8링깃 (약 2,300원) 이다.

딱히 입장 인원 제한은 없는 것 같았다.



이 건물의 정식 이름은 청팟제 맨션 Cheong Fatt Tze Mansion/ Rumah Agam Cheong Fatt Tze 이지만, 블루 맨션 Blue Mansion 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있다.

블루맨션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보다시피 건물 바깥이 색깔이 파란색이기 때문이다.

라피스라줄리 같은, 정말 쨍한 파란색이다.

그래서 여기서 사진은 찍으면 사진빨을 그렇게 잘 받는다더라는 카더라가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화려한 로비가 나온다.

청팟제 맨션은 19세기 말 동남아시아아에서 가장 성공한 화교기업가이자 거부(巨富) 인 청팟제 (張弼士, Cheong Fatt Tze) 라는 사람이 7년에 걸쳐서 지은 저택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비치된 집기들도 세밀하고 화려하다.

안과 밖의 경계가 되는 문에는 소나무나 사슴 등 장수를 상징하는 동식물들이 그려진 산수화가 정교하게 묘사되어 있으며, 하다못해 앉는 의자에도 자개문양 처리가 되어있었다.

로비 구경을 하며 사진도 찍고, 정수기에서 물도 마시고 있으니 가이드 두 명이 나왔다.

청팟제 맨션의 가이드 투어는 중국어 Mandarin Chinese 와 영어, 2가지로 진행되며, 투어시간은 45분이다.

영어 가이드를 진행하시는 분은 60대 남짓의 할머니셨다.



청팟제 맨션은 2층으로 되어있으며, 본관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별관을 위치하고 있다.

별관은 투숙객들이 머무는 호텔로 사용하고 있으므로 출입이 불가능하고, 본관만 관람이 가능하다.

가이드 할머니는 청팟제라는 인물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1840년 중국 남부의 광동 지역에서 출생했으며, 하카 Hakka 라는 부족 출신이라고 한다.

당시 중국에서는 내전과 2차 아편 전쟁 등으로 상황이 혼란스러웠으므로, 청팟제를 비롯한 그의 일가는 새로운 희망을 찾아 동남아시아로 이주했다.

제일 먼저 간 곳은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박트리아(현재의 자카르타)였으며, 그곳에서는 물수레를 나르거나 가게 점원 등 노동자로 일했다.

그러다 부잣집 딸과 결혼을 하게 되어 장인의 사업을 돕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가로 들어서게 되었는데, 고무나 커피, 차 등의 사업에 투자를 하면서 부를 쌓게 되었다.

말레이시아의 페낭으로 이주한 건 1886년이라고 한다.

당시 동남아시아는 네덜란드의 지배 하에 있었지만, 영국이 영향력이 차츰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현재의 블루 맨션 자리는 원래는 연꽃이 많은 지역이었는데, 청팟제는 영국 측의 허가를 받아 이 일대를 개발했다고 한다.

그에게는 8명의 부인이 있었는데 그 중 3명이 여기에 살았으며, 좌우별관은 친척들이 찾아오면 지내도록 했다고 한다.




청팟제 맨션은 그의 말년인 1897년부터 1904년까지 건설했는데, 각종 재료를 유럽에서 직접 수급했다고 한다.

스테인드 글라스는 영국에서 가져왔으며, 담장의 재료는 스코틀랜드 산이다.

하지만 여기에 중국 스타일을 가미해서 부를 기원하는 중국 동전 모양으로 디자인했다고 한다.



"아가씨, 받아적지 마요!"



귀로는 설명을 들으면서 핸드폰으로는 열심히 손가락을 움직여서 간단한 내용을 받아적고 있었는데, 가이드 할머니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나를 가리켰다.

가이드 투어 초반부터 '필기하지 말고 제 이야기에 집중하세요' 라는 이야기를 하긴 했다.

대신 기념품숍에서 파는 책을 사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그래도 열심히 들으면서 블로그에 참고할 정도의 내용만 드문드문 적고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면박을 주니 빈정이 팍 상해버렸다.

어차피 눈치보이는 거 굳이 설명듣고 있을 필요가 없어보여서 혼자 돌아다녔다.



안쪽에 있는 테이블은 다이닝룸이었다.

오전에는 호텔 투숙객들에게 조식을 제공하고, 점심에는 예약제로 런치 코스를 운영하는 거 같았다.



좌우 별관은 들어가지 못하도록 바리케이드로 되어있었지만, 핸드폰을 집어넣어 안을 살짝 찍어보았다.

분수도 있고, 조용하고 한적하다.

내부 인테리어를 어떻게 해놓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19세기의 건물에서 하룻밤 자볼 수 있다는 거 빼고는 큰 메리트는 없어보였다.




2층으로 올라갔다.

중국어 가이드 그룹이 한창 투어중이었다.

영어 가이드 그룹은 정원에 퍼질러 앉아서 검색만 하면 다 나올법한 청팟제라는 사람의 일대기만 20분 넘게 듣고 있다는 걸 생각하니 다시 짜증이 밀려왔다.

그딴 내용은 구글링만 해도 나올 텐데.





중국어 가이드그룹이 지나가고 난 이후 한적하게 둘러보았다.

2층은 그 당시 사용한 옷가지며 생활용품 등을 전시해놓은 일종의 전시실이었다.

100여 년 전 스타일인데도 약간 레트로한 느낌이 나는게 스카프 같은 건 요새 써도 괜찮을 거 같았다.



중국에서 수입한 신혼 침대라고 하는데,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색과 황금색으로 화려하게 조각되어 있으며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신혼부부는 첫 아이를 낳을 때까지 혹은 가족 내에 다음 혼인이 있을 때까지 이 침대를 사용했다고 한다.

아까 잠시 들은 설명으로는 청팟제에게는 총 8명의 부인이 있었는데, 마지막으로는 75세 때 21살의 부인을 맞아들였다고 한다.

기증받은 제품이라 청팟제라는 인물이 이 침대를 사용하지는 않았겠지만, 생각만해도 징그러웠다.



별로 볼거리가 많지 않아 다 둘러보고 나니 다른 일행들이 그제서야 2층으로 올라왔다.

투어 시간이 총 45분인데, 이미 35분은 지난 상태였다.

가이드는 10분동안 알아서 둘러보고 내려오라고 했다.




나는 1층으로 내려와서 사람 없는 사진도 찍고, 볼 건 없지만 천천히 돌아다녔다.



마지막은 서점 겸 기념품숍이다.

받아적지 말라고 면박을 주면서 사라고 했던 책을 봤는데, 내용은 그렇다치더라도 가격이 65링깃(약 18,500원) 이다.

내 호텔 하루 숙박비보다도 비싸다.

눈길을 끌었던 건 영어 - 호키엔 사전 정도?

중국어의 분파이긴 하지만 말이 조금 다르다고 알고 있엇는데, 사전까지 편찬되어 있다는 게 신기했다.

사진 엽서나 마그네틱 같은 거  뭐 이쁜 게 있나 둘러보고 있는데, 가이드 할머니가 다시 오더니 빨리 정리하고 나가라며 재촉한다. 

정말 끝까지 짜증나게 했다.



맨션 바깥에는 인력거를 놓아뒀다.

사진 찍으라고 가져다놓은 거 같다.




꼭 올 필요가 있을까?



건물 외관은 예쁘긴 하다.

저렇게 쨍하고 진한 파란색 건물은 보기 드물고, 색이 화사해서 사진 찍으면 예쁘게 나오긴 한다.

하지만 딱 그거 뿐이다.

한 명의 태도를 가지고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가이드의 태도는 불친절했으며, 무엇보다 모든 설명이 청팟제라는 인물에 맞추어져 있다는 점이 너무 실망스러웠다.

이 건물의 건축적인, 예술사적인 측면과 전시된 물품들에 대한 설명도 해주었더라면 그녀의 태도에 짜증은 났어도 그렇게까지 실망스럽진 않았을 거다.

유네스코인지 론니플래닛인지에서 꼭 봐야될 장소 2위로 선택되었다고 하던데, 나는 두 번은 다시 가고 싶지 않다.

페낭은 또 와도 여기는 절대 안 올 거다.



청팟제 맨션을 나와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콤타에서 버스를 타야한다.

버스 정류장 즈음인데 CAT 버스가 와서 바로 올라탔다.

CAT버스는 페낭 도심을 운행하는 셔틀버스인데, 요금이 무료다.

그래서 관광객들도, 현지인들도 많이 이용하며, 교통비를 줄이려고 CAT 버스만 이용하시는 분도 봤다.

여행하는 입장에서는 몇 백원이라도 절약하면 좋긴 하지만, 기존 버스 측에서 항의하지는 않을 건가?

어쨌든 자리에 앉아서 콤타 버스 터미널까지 편하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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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티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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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침부터 볼 때문에 식겁하셨겠네요 ㅎ
    말레이시아는 여러가지 문화가 공존하는 느낌이 드네요 ㅎ
    잘 보고 갑니다 ^^

    2019.05.08 07: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진짜 식겁했어요.
      예전 여행 때 피부에 문제 생겨서 고생한 적이 있어서요.
      말씀하신대로 말레이시아는 정말 다양한 민족과 종교가 교류하는 나라인 거 같아요.

      2019.05.08 12:23 신고 [ ADDR : EDIT/ DEL ]
  2. 말레이시아문화 재밌게 체험하고 오신거같아요

    2019.05.08 09: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정말 재밌게 보고 왔어요.
      앞으로 더 재미있고 충격적인 이야기 많으니 기대해주세요!
      이제 절반도 못 왔답니다^^

      2019.05.08 12:26 신고 [ ADDR : EDIT/ DEL ]
  3. 저 오늘 기사에서 봤는데 한국의 치킨집이 외국에서 실패하는 이유 관련된 기사였는데
    치킨과 밥을 같이 먹는 문화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고급 음식은 아니라 대중화가 되어야 하고 양념이 아닌 후라이드에 본인이 원하는 양념을 발라 먹는 방식
    그리고 1~2조각이면 충분하다고 하던데요. ^^
    그래서 한국의 치킨 브랜드들이 안된다고 현지화 실패래요. ㅋ

    2019.05.16 17: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게 동남아지역이 그래요.
      예전에 동남아에서 오신 분들께 우리나라 기준으로 치킨을 시켜드렸는데, 밥이랑 같이 드셔서 며칠간 닭만 드셨어요;;;;;
      중국이나 미국 같은 데에서는 우리나라처럼 반 마리 혹은 한 마리 판매해도 승산이 있을 거 같아요ㅋㅋ
      동남아 지역의 맘스터치나 롯데리아도 저런 치킨 정식 메뉴가 있어서 한 끼 해결하기 좋더라고요.

      2019.05.16 22:03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