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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9 말레이시아[完]

여자 혼자 말레이시아 여행 - 17. 1/20 멜라유 르부 아체 모스크, 바투페링기 스타벅스, 바투페링기 비치

by 히티틀러 2019.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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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애매하게 남았다.

쿠 콩시를 보고 난 후 콤타르로 가는 길에 모스크가 있기에 안으로 들어갔다.

며칠째 이 앞만 몇 번이고 지나갔는데 들어간 건 처음이다.

이 모스크의 이름은 멜라유 르부 아체 모스크 Melayu Masjid Lebuh Acheh 이다.



르부 아체 Lebuh Acheh 는 '아체 거리 Acheh street' 라는 뜻으로, 이 모스크가 위치한 거리 이름이다.

해석하자면 '아체 거리에 있는 말레이 모스크' 정도 된다.

이 모스크는 1808년 툰쿠 스예드 후사인 이디드 Tunku Syed Hussain Idid 라는 아체 지역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서부 지역) 출신 왕자이자 상인의 후원으로 지은 모스크라고 한다.

동남아시아의 모스크의 전형적인 양식을 보이고 있으며, 19세기부터 이 인근에는 역사적인 건물들과 무슬림들이 묘지가 많이 있다고 한다.

과거에 이 모스크 주변은 하지 (무슬림 성지 순례)를 가는 사람들의 중심지이자 항료 시장으로 번영했다고 한다.

지금은 작은 모스크로, 비교적 한산한 편이다.



넓게 세면 공간이 있다.

이슬람에서는 기도를 하기 전 우두 Wudu 라고 해서 손과 발, 목과 얼굴을 씻어야한다.

이전에 가봤던 중앙아시아나 터키 같은 경우는 화장실처럼 잘 안 보이는 곳에 학교 수돗가처럼 만들어놓는데, 동남아시아는 이렇게 큰 욕탕처럼 만들어놓고 바가지로 물을 퍼서 씻는다.

덥고 습한 나라라서 바닥도 타일이다.

수건으로 닦을 필요도 없고, 적당히 물 털고 가다보면 금방 마른다.



모스크 내부.

원래는 남자들의 공간이라서 들어갈 수가 없지만, 사람도 없었고 뒤쪽은 여성들의 공간이라서 몰래 살짝 찍었다. 

에어컨 없이 선풍기만 돌아가고 있는데, 꽤 선선했다.



작은 모스크이고, 크게 볼거리가 있는 곳은 아니라서 금방 둘러보고 나왔다. 

다음 일정을 위해 라피드 페낭 버스를 타러 콤타 komtar 로 향했다.



아끼진 않아도 낭비하진 않다고 생각했는데, 은근히 씀씀이가 헤픈가보다.

모자라는 것보다는 넉넉한 게 낫다는 생각에 프랑긴 몰 Prangin Mall 안에 있는 환전소에서 환전을 했다.

페낭은 쿠알라룸푸르보다 환율이 낮은 편이다.

보통 1,000원 = 3.5링깃으로 계산해서 10만원을 환전하면 350링깃을 받을 수 있다.

여기는 환율이 1,000원에 3.6링깃이라 5만원을 환전했더니 180링깃을 줬다.

쇼핑몰 안에는 으레 환전소가 있으려니 싶어서 헤매다가 간 곳인데, 제일 환율이 좋았다.

여기에서 환전을 좀 더 할 걸 그랬나보다.

헤매다 간 곳이라서 다음에 왔을 때는 못 찾았다.



다음 갈 곳은 바투 페링기 Batu Ferringhi.

조지타운에서 벗어나 페낭 북부에 있는 바닷가 지역인데, 고급 리조트와 레스토랑 및 바가 밀집해있는 곳이다.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어서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곳이기도 하다.

제티 버스 터미널 (웰드 퀘이 Weld Quay) 나 콤타르에서 101번 혹은 102번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다.

콤타르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버스가 들어와서 후다닥 달려가서 잡아탔다.



버스를 타고 가다보니 '서울 가든 Seoul Garden' 이라는 한식당이 있다.

한때 페낭이 한달살기로 인기있는 도시 중 하나로 인기였다.

그래서 여기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많은 건지 아니면 한식을 좋아하는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많은 건지 신기했다.




버스 창밖으로 시원한 바다가 펼쳐졌다. 

동남아라서 그런가, 어쩜 저리 물색이 고울까.

하늘도 쨍하니 파랗다.

같은 시기 우리나라는 미세먼지라고 난리였는데.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가서 바투 페링기에 도착했다.

바투 페링기 Batu Ferringhi 는 이 지역 지명이라 어디에서 내려야할지 구글앱을 켜두고 고민했다.

바투 페링기 나이트마켓 Batu Ferringhi Night Market 지나치고, 그 다음 정류장이 호텔 할리데이 인 Hotel Holiday Inn 이라 거기에서 내렸다.



굳이! 버스를 1시간씩이나 타고! 여기에 온 이유 중 하나는 스타벅스에 가기 위해서다.

급하게 여행을 떠나게 되면서 다른 블로거들의 페낭 여행기를 몇 편 읽었는데, 바투 페링기 스타벅스를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스타벅스가 다 거기서 거기지, 뭐 별다른 게 있나?



여행다니면서 스타벅스를 많이 봤지만, 딱히 가본 적이 없었다.

'스타벅스' 란 브랜드 자체에 큰 관심도 없었고.

이번에는 나혼자 여행이니 카페 가서 분위기 있게 커피도 한 잔 마시는 여유도 즐길 겸 그 핑계로 바투 페링기 구경도 할 겸 겸사겸사로 간 길이었다.



"이 메뉴 있나요?

"그거 판매 끝났어요."



다른 나라에서도 다 파는 커피 말고 좀 독특한 메뉴를 시도해보고 싶었다.

말레이시아에 도착했을 때 쿠알라룸푸르 공항 스타벅스에서 보고 생각해둔 메뉴가 있었는데, 시즌 메뉴라 그 며칠 사이에 단종되었단다.

메뉴판을 훑어보다가 좀 시원하고 덜 달아보이는 피지오로 주문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LEE 요."



바리스타는 내 이름을 컵에 적었다.

우리나라는 영수증 혹은 사이렌오더 닉네임으로 불러주는데, 여기는 이름을 컵에 적고 완성되면 그 이름으로 불러준다고 한다.



제가 고른 음료는 '아이스드 쉐이큰 레몬 젠 피지오 Iced Shaken Lemon Zen Fizzio' 다.

맛은 그냥 레몬 홍차 맛인데, 피지오라서 탄산감이 좀 있다.

약간 청량하면서 달지 않은 걸 찾았던 터라 내가 원하는 기준에는 맞긴 했다.

하지만 왠지 탄산수에 립톤 레몬홍차 가루를 타면 비슷한 맛이 날 거 같아서 뭔가 좀 아쉬웠다.

원래 밖에서 돈 주고 사먹는 건 내가 만들어먹기 힘든 거, 귀찮은 거, 내가 만들었을 때 맛이 안 나는 걸 골라야하는 법이다.



마침 점심시간 대라 음료 말고 뭔가 끼니가 될만한 걸 먹어야했다.

샌드위치나 조각케이크도 있지만, 파스타를 팔기에 혹해서 주문했다.

스파이시 치킨 데리야키 엔젤 헤어 Spicy Chicken Teriyaki Angel Hair 를 주문했더니, 이건 직원이 직접 자리까지 가져다줬다.



그냥 샌드위치 먹을걸



메뉴판 광고사진은 꽤 그럴싸해보였는데, 막상 나온 건 너무 즉석식품 비주얼이라 일단 실망.

맛은 짜파게티에 오뚜기 3분 데리야키 치킨을 데워서 얹은 것과 비슷했다.

이렇게 그닥 만족스럽지 않은 파스타와 음료를 마시고 낸 금액은 62.35링깃 (약 17,800원).

호텔 하루 숙박비의 1/2이나 되는 가격이다.

그래도 나는 블로그를 하니 '1글감 벌었다' 생각하면 되지만, 그냥 여행자라면 진짜 돈이 아까울 뻔했다.

다 먹고 난 음료와 접시는 그냥 테이블 위에 놔두면 된다.

우리나라는 셀프서비스가 대중화되어있고 최근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이 추세가 더 가속화되고 있지만, 동남아시아에서는 빈 접시를 치우고 테이블을 정리하는 직원이 따로 고용된 경우가 많다.

카페 뿐만 아니라 맥도날드나 KFC 같은 패스트푸드점도 마찬가지.

이런 차이 때문에 한국에 놀러온 동남아 관광객들이 먹고 나서 뒷정리를 안 하고 가서 사람들의 빈축을 사는 경우도 종종 보았다.



바투 페링기 스타벅스가 유명한 점은 바로 바닷가 옆에 있기 때문이다.

문을 나서면 해수욕장과 바로 연결된다.



참고 : 말레이시아 페낭 바투 페링기 스타벅스






좋구나



푹푹 빠지는 모래사장을 따라 걸었다.

파란 하늘, 파란 바다. 

바다를 좋아하지 않아도 그냥 마냥 좋았다.

미세먼지 걱정 없는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것도, 1월이라는 한겨울에 바닷가에서 따뜻하게 있을 수 있는 것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이게 신선놀음이지.



"마담, 안 할래요?"



호객꾼이 간판을 가리키며 아웃도어 스포츠를 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저 그거 하면 집에 못 가요.




뭔가 분위기 있어서보이는 방갈로 같지만, 그냥 밥집이다.





제트스키와 바나나보트와 파라세일링이 계속 옆에서 둥실둥실~



주변을 보면 다들 커플 아니면 가족이다.

혼자 있는 사람은 나 하나다.

혼자 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외롭지 않나요?'  라고 하는데, 불편했던 적은 있어도 외롭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어차피 산다는 게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길인데.



'이런 곳을 누군가와 같이 왔으면 좋았겠다' 라는 마음보다 더 크게 들었던 건 '바닷물에 발 담그고 싶다'였다.

별 생각 없이 그냥 왔던 터라 양말에 운동화 차림이다.

편하게 신으려고 삼선 쓰레빠까지 챙겨왔는데, 정신머리 없이 호텔에 고이 모셔두고 왔다.




아몰랑!



운동화와 양말을 해수욕장 한 켠에 벗어놓고 바닷물로 뛰어들었다.

파도의 포말과 모래알갱이가 발을 간질거렸다.

적당히 미지근한 물이 발목에 달라붙었다가 빠져나갈 때마다 바다에 왔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여행 내내 입고다녔던 붉은 인도치마가 파란 바다와 대비를 이루며 더 화사해보였다.




어쩌다 이렇게 찍혔지?



나도 모른다. 

한쪽 어깨에는 묵직한 숄더백을 메고, 다른 한 손으로는 발목까지 오는 롱스커트를 추어올리고, 다른 한손으로는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걷다보니 움직이는 중에 나도 모르게 찍혔다.

엉겁결에 찍힌 사진인데, 꽤나 역동적이다.

그렇게 10여 분 가량을 파도와 찰박거렸던 거 같다.

운동화를 벗어둔 자리로 돌아와서 운동화를 한 손에 쥐고 맨발로 모래사장을 걸었다.

중간에 적당히 걸터앉을 곳에 엉거주춤 자리를 잡은 뒤, 가방에서 먹다가 100ml 가량 남은 생수로 발을 닦았다.

조금 묻은 모래는 물티슈와 휴지로 적당히 털어낸 뒤, 양말과 운동화를 신었다.

깨끗하게 씻지 못해 조금 찝찝하긴 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상쾌했다.




바투 페링기는 야시장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수상스포츠를 즐기지 않더라도 바다 구경도 하고, 야시장에서 맛있는 로컬 음식도 먹고, 스타벅스 들려서 커피 한 잔 마시는 코스로도 많이 찾는 듯 했다.

나는 점심 무렵 때 왔더니 가게들이 다 문을 닫고 쉬고 있었다.

밤에만 잠깐 영업을 하는가보다.



짧지만 즐거운 시간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조지타운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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