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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9 말레이시아[完]

여자 혼자 말레이시아 여행 - 29. 1/22 쿠알라룸푸르 차이나타운, 스리마하마리암만 힌두교 사원

by 히티틀러 2020.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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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 마켓을 나와서 페탈링 거리 Jalan Petaling 로 향했다.

이 인근은 부를 거머쥔 화교들의 자본에 의해 형성된 곳으로, 건물들은 1870년대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진 거라고 한다.

알록달록한 색깔에 앤틱한 건물들이 마치 페낭의 조지타운으로 다시 돌아온 느낌을 물씬 풍겼다.



차이나타운 관문인 페탈링 거리 앞에 도착했다.

거리 입구에 세워놓은 문 없는 대문모양 건축물은 패루 라고 부른다,

중국의 독자적 건축물 중 하나로 궁궐이나 능, 절 입구나 마을 입구 등에 장식이나 기념의 의미로 세운다.

타국에서도 중국인들이 모여사는 차이나타운 같은 데에서는 거의 어김없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화교 세력의 거의 형성되지 못했지만, 중국이나 대만계들이 주축으로 형성했던 인천 차이나타운 같은 곳에서는 볼 수 있다.

반면 중국인들이 모이긴 해도 조선족이 주축이 된 대림이나 건대 쪽에서는 보기 힘든 것도 그 이유라고 한다.





누가 중국 쪽 아니랄까봐 곳곳에 홍등이며, 붉은색 투성이다.

건물도 낡음직하고 약간 어둑한 분위기에 아롱거리는 붉은색이 더 눈에 띈다.

예전에 여행 준비를 할 때 이쪽 호텔값이 저렴하다고 들었는데, 하루종일 돌아다니다가 잠만 잘 거라면 모를까 1인 여성 여행객이라던가 숙소의 청결, 조용함이 중요한 사람은 피하는 게 좋을 거 같았다.

밤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주변 분위기로 봐서는 밤늦은 시간까지 꽤나 시끌시끌할 거 같다.



지난 여행에서 콩물을 사서 마셨던 노점은 여전히 문전성시였다.

중국어로 또우장 豆漿 이라고 하는데, 중국 및 타이완 쪽에서 대표적으로 많이 먹는 아침식사 중 하나다.

콩물이라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이나 비건도 먹을 수 있으며, 건강에도 좋다.

이번에도 사실 먹고 싶었으나 센트럴마켓에서 너무 과식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지나가야했다.




정체모를 퀴퀴한 냄새가 나는 눅눅한 거리.

두 사람이 어깨를 스치듯 지나가는 그 좁은 골목을 걷고 있으면 마치 홍콩 느와르 영화 속으로 들어온 거 같은 기분이 든다.

우리나라 차이나타운은 실제 중국 화교들이 살면서 형성되었다기보는 나중에 관광지로 조성된 데에 가까워서 비교적 잘 정비되어있지만, 동남아시아의 차이나타운은 대부분 이런 분위기였다.



식당에 들어온 게 아니라 사람들 다니는 길 옆에 주방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원래 여행다니면 위생은 어느 정도 포기하는 편이지만, 길거리 음식도 아니고 식당인데 좀 너무하다 싶었다.

나는 '무조건 현지 음식!' 이라서 길거리 음식도 가리지 않고 사먹는 편인데, 여행지에서는 아직 그걸로 크게 탈이 나거나 하진 않았다.

한국에서는 조금만 찬 걸 많이 먹거나 과식하거나 하면 배 아프고 고생했는데, 신기한 일이다.

여기서 아프면 X된다 싶어서 몸이 긴장해서 그런 건가.



던전과 같은 차이나타운 골목을 벗어났다.

어느덧 저녁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런 보행자 비 친화적 거리 같으니라고!



거리는 공사 중이었는데,  다 뜯어놓고 그냥 방치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나마 보행주의 안내판을 붙여놓은 건 양반이고, 어디로 가야할지조차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의 길도 있었다.

차라리 차도에서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맞서서 지나가는 게 더 안전할 지경이었다.

긴팔 긴바지라 날도 더운데 먼지는 풀풀 날리고, 발도 아프고, 슬슬 짜증이 났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스리 마하마리암만 힌두교 사원 Sri Mahamariamman Indian Temple 이다.

마스지드 자멕 Masjid Jamek 은 오후 4시 반이면 문을 닫아버려서 멀지 않으면서도 지난 번 여행에서는 시간이 없어서 못 갔던 힌두교 사원을 들렀다.

힌두교 축제인 타이푸삼을 보기 위해 떠나온 여행이었으니 마지막 장소도 힌두교 사원이라니.

운명의 장난인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이렇게 정해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꽤 재미있는 일이었다.



스리 마하마리 암만사원운 1873년에 세워진 힌두교 사원으로,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힌두교 사원이기도 하다.

페낭에서 보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입구에는 거대한 고푸람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쿠알라룸푸르 타이푸삼 축제 때에는 이곳에서 출발해서 바투 동굴로 간다고 한다.




"Madame, No, no!"


 

막 들어가려는데, 인도인 아저씨가 나를 급하게 불렀다.

신발을 벗어야한다고 한다.

힌두교 사원은 맨발로 돌아다녀야하길래 신발을 벗어두고 들어가는 건가보다 했는데, 돈을 주고 신발을 맡겨야 한다고 했다.



사무실에 운동화를 벗어주니 박스 종이로 된 번호표를 주었다.

찾으러올 때 번호표를 주면 신발을 돌려준다고 했다.

신발 잃어버릴까봐 걱정 안 해도 되고 안전하긴 한데, 여행 내내 신고 다녀서 냄새 쩌는 운동화를 내밀려니 살짝 부끄러웠다.




뭐야, 뭐야?



내가 사원 안으로 들어간지 얼마 안 되어 갑자기 정전이 되었다.

내가 뭐 잘못했나? 부정탄건가?

미신을 매우 신봉하는 나는 순간적으로 불안했지만, 1-2분 안에 다시 불이 켜졌다.




페낭에서 갔던 스리 마하마리암만 힌두교 사원 Sri Mahamariamman Indian Temple 과 마찬가지로 여기도 무르간 신을 주신 主神 으로 모시고 있는 사원이다.

마침 사제님이 오셔서 사원을 찾은 인도인 신자들에게 축복을 내려주고 있었다.

나도 구경이나 할 겸 근처에서 기웃거리고 있으니, 내게도 손짓을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했던 것처럼 내 이마에 붉은색 염료로 빈디 (힌두교에서 이마 또는 미간 사이에 찍는 점) 을 찍어주셨다.

참 감사한 일이다.

종교는 보수적인 집단이다.

이방인을 경계한다.

거기에 난 여성이다.

말레이시아에도 화교가 많으니 외모는 그렇다 치더라도 누가 봐도 신자가 아닌 나를 불러서 축복을 내려주고 꽃이나 바나나 같은 것더 손에 쥐어주는 거 자체가 참 고마웠다.

그게 그들에게는 아무런 의미 없는 의례라고 할지라도.



앞에 트레이에는 3가지 재료가 있었다.

하얀 건 잿가루, 빨간 건 빈디를 찍을 때 사용한 염료.

기름이 잔뜩 끼어있는 노란 건 뭔지 몰라서 근처에 있는 인도인 청년에게 물어봤는데 샌달우드 Sandalwood 라고 한다.

향유나 향료의 재료로 많이 쓰이는 거란다.



말레이시아에서 본 인도 사람의 대부분이 키가 작고 땅딸막한 편이었지만, 사원에서 일하는 사제들은 유난히 더 그런 거 같다.

하나같이 배둘래햄이라 누가 봐도 고도비만이다.

신도들이 먹을 걸 많이 공양하나? 아니면 덩치도 하나의 조건인가?






이것저것 많긴 한데, 어차피 봐도 모르니까 대충대충 훑어봤다.

나름 인도영화 광이었는데, 힌두교 쪽은 워낙 신이 많아서 봐도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




"그런 거 하지 마세요!"



고함소리가 나서 쳐다보니, 백인 여자 관광객 둘이서 신상 모습을 흉내내며 코믹 사진을 찍으려다가 사제한테 걸렸다.

여기는 종교시설이고 의미가 깊은 곳인데, 신성한 신상을 모욕하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으니까 화가 많이 난 거 같았다.

그러니까 적당히 하지.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동남아시아에 온 외국인 관광객들 중에는 무례하게 행동한 사람들이 유난히 많았다.

술처먹고 싸움을 건다거나 신성한 장소에서 벌러덩 드러눕는다거나 복장 규정이 있는 곳에 들어갈 때 관계자가 제지하면 막 삿대질을 하면서 싸운다거나.

낯선 곳에 여행을 왔다는 즐거움으로 일탈을 즐기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을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어느덧 어둠이 짙게 깔렸다.

조명 시설을 잘해놓아서 야경도 꽤 웅장해보인다.



이제는 공항으로 슬슬 돌아가야 한다.

이번 여행은 이것으로 끝이구나.

가기 전에 헤나를 한 번 더하고 싶었는데, 어쩌다보니 하지 못한 게 좀 아쉬웠다.

힌두교 사원 근처에는 헤나샵 하나 정도는 있을 거라 생각해서 보이면 하려고 했는데.



다시 왔던 길을 되짚어 파사르 세니 Pasar Seni 역으로 돌아왔다.


LRT를 타고 KL센트럴역에 도착해서 다시 공항철도인 클리아 익스프레스 KLIA EKSPRES 로 환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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